신록이라 제목을 붙일까 하다, 바꾸어 초록이라 한다. 草綠, 풀의 녹색이란 말이겠지. 하지만 어떨 땐, 차라리 超綠이란 단어가 맞지 않을까 생각해 보는 것이다. 초월할 超. 분명히 가녀린 풀의 색을 뛰어 넘는 색의 깊이이다. 농도가 지나쳐서 진한 물이 되어 뚝뚝 떨어질만 같은.
오래전, 홀로 담양 여행을 한 적이 있었다. 큰 프로젝트에 실패한 후에 그 절망감을 이기려던 여행길. 저 초록의 향연이 풀죽은 나를 얼마나 다독여 주었던지?
그때, 일기장에 이렇게 기록해 놓았다. “모두가 온다. 아이가 엄마의 손을 잡고 통통 튀며 오고. 젊은이의 느릿한 자전거가 오고. 파란 숲의 덩어리가 내 눈으로 온다. 저 멀리로부터 모두가 밀려온다.”
오늘 그 사진을 다시 열고, 초록을 그린다. / 담양 메타쉐콰이어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