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화첩단상

동백꽃 유감

by 이종민



동백꽃밭 그림을 과제로 해 놓고, 이렇게도 그려보고 저렇게도 그려본다. 고백컨데, 동백 앞에서 만큼은 쫄아드는 게 사실. 내겐 제일 힘든 것이 동백꽃 그리기다. 나무든 꽃이든. 굳이 이유를 들자면, 가위로 오려낸 반짝이는 인공물 같기도 한 꽃의 색과 디테일에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만났던 어느 동백나무도 나를 동하게 하지 못하였다.


거제도 해금강 동백숲을 걸으면서, 저 나무는 사람이 손대어서 안된다는 생각을 한 것도 한몫 한다. 사람이 가꾼 동백이 어련할까? 아무튼 동백은 힘들다. 그런데, 멋진 동백꽃 그림 하나 욕심난다. 저런 동백 말고, 짙은 숲 속에 하나, 둘 핀. 사람 손이 가지 않은 순수한 붉음을 그리고 싶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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