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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집

기도처럼

by 잡귀채신

기도처럼 말하자면,

제가 이제 아무것도 묻지 않게 하소서.
묻지 않음이 무심함이 아니라,
사랑의 다른 모양임을 알게 하소서.

내 안의 호수를 비추는 별빛이
누구의 얼굴을 닮았든,
이제는 그저 빛으로만 머물게 하소서.

순간이래도 괜찮습니다.
이제 떨어진 자리에 누워
하늘을 조금 닮는 일만 남았습니다.

그 고요에, 제 이름이 있습니다.
그 이름을 스스로 불러보며,
이제는 대답 없는 자리에도 감사하려 합니다.

끝을 말하지 않는 것이,
진짜 마무리라는 걸 이제야 압니다.


기도처럼 말하지만,

묻지 않음이 거듭 물음으로 남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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