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스펜스적 꽃봉오리

by 잡귀채신


가끔 우리들은 일을 댕빡시게 하고 나서 괜시리 모든 게 마뜩잖고 못마땅할 때가 있다. (나만 그럼?)


오늘은 "꿈의 꽃봉오리를 터뜨리세요! 당신의 잠재력을 펼치세요!"와 같은 정결한 모집광고 문구를 발견하고 못마땅했던 순간을 기록하고 성찰해 보고자 한다.


꽃봉오리는 '잠재력'따위에 자주 비유되곤 한다.

그런데.

자, 꽃이라는 것은 특정 시기에 단체로 피는 습성이 있지? 흐드러지게. 광주기성 덕분에 낮과 밤을 감지하고 '지금이닷!' 하고 피어나기 때문이기도 하고 실제로 개화 호르몬인 플로리겐 때문이기도 하고.

이렇듯 꽃나무나 꽃밭에는 여러 송이의 꽃이 피니까 그중에 꽃봉오리가 있다한들 바로 옆에 다 폈을 때의 모습이 뻔하니 있는데, 미래를 알 수 없는 잠재력으로 보긴 힘들지 않나??

옆을 봐. 뻔하구만 뭘


그렇다면 잠재력의 탈을 쓰고 미지의 가능성인척하며, 확정된 수순에의 동참을 종용하는 것이라고 밖에 안 봐지는 것이다.

→한 나무에 피었어도 모두 같은 모양이진 않잖아요!라고 반박해 봐야 미약하다. 장원영도 눈두개 코하나 입하나다.




동백을 보고도 이렇게 심술 가득하게 흑화 해봐야 주름만 는다. 애를 써서 다르게 생각해 보자. 지금 해보자.

음.. 이런 건 어떨까.

꽃봉오리가 응축한 힘은 반드시 화려하게 피어나라는 법이 없기도 하거니와, 실제로 그 얇은 꽃잎들이 상처 없이 펴지도록 조율하는 것은 매우 복잡하고 고된 일이다. 아주 힘들어 빠지는 일일것이다. 얼어죽을 수도 있고, 닝겐에 의해 목이 잘릴수도 있고, 유성이 하필 그 위로 떨어질 수도 있다. 그런게 아니라도 그냥도 무진장 힘들다. 그 때문에 꽃봉오리로 있는 상황은 굉장히 긴장된 상황인 것이다. 결말을 알고도 손에 땀을 쥐고 보는 하드보일드 서스펜스그 잡채다. 그렇게보면 그 과정을 지켜보는 이에게 꽃봉오리는 충분한 잠재력이라고 볼 수 있다. 뭐가 될지 모르겠는 막연함이 아니라, 이 거대한 에너지가 과연 온전히 출력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가능성인 것이다. 영화로 치면 폭탄의 타이머가 돌아가고 있는 클로즈업 정도 되겠다.


그 모든 불확실성을 뚫고 힘을 터뜨릴 꽃봉오리.

핑크빛 희망은 뽀삐나 삽살이에게나 줘.

이것은 생존을 건 스릴러니까.

28인치 캐리어에 집안 살림 전체를 때려 넣고 지퍼를 잠근 팽팽한 상태.

뱃살을 코르셋에 모두 밀어 넣는 고통

무대 뒤에서 청심환을 씹고 있는 배우

언제 뻥날지 모르는 하드디스크에 열 올리며 랜더링 중


꽃봉오리는.

꽃봉오리는.

놀고 있는 게 아니다!

긴장감 맥스인 거다!


현기증나서 못 보겠네!





*다소 거친 생각에 니스칠이라도 해보자면,

특정 나무의 꽃이 비슷하게 피는 것은 유전적 사실이지만, 모든 생명이나 현상의 '잠재력'이 이미 선행된 결과물과 똑같을 것이라고 단정 지은 것은 비약입니다. 사람의 잠재력은 꽃과 달리 결과값이 고정되어 있지 않으니까요. ^-^ 해당 광고 문구를 왜곡하여 반박하는 방식이었을 수 있으나 무...문학적 허용으로 받아들여주시면 감사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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