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으로 잘 만든 도토리묵은 젓가락으로 먹을 수 있어야한다. 시판 묵들은 도토리 함량이 낮기때문에 색도 좀 연하고 젓가락을 찌르기만 해도 매끄럽게 툭툭 갈라지는데, 그러면 안된다. 전분이 부족하니까 뭔가 도토리 묵 구조를 지탱하는 힘이 부족해서 젓가락에도 쉽게 무너지는 것이다.
도토리묵에 이토록 지랄맞은 것은 나와 우리 외할아버지가 유일한데, 그래서 우리는 절대 시판 도토리 묵을 안먹는다. 시판 도토리 묵을 한번 드신 할아버지가 젓가락으로 도토리묵 접시를 밀어내며 하셨던 말이 생각난다.
"이건. 틀렸어."
맞다. 그건 틀렸다.
집에서 도토리가루 많이 넣고 만들어보면 확실히 다르다. 적당한 점도와 탄성이 있어서 칼로 자를때부터 이미 칼날 모양 따라서 미세하게 늘어나고 밀리면서 잘리는 느낌인 것이 영 다르다. 유광이 아니라 약간 무광에 가깝다. 맛도 훨씬 깊고 고소하다. 다람쥐들이 도토리를 왜 그리 꿍쳐두는지 바로 이해가 된다.
입에 씹으면 약간의 떫떠름함과 그 특유의 으깨지는 무광의 맛과 텍스쳐가 있는데, 실제로 이것이 바로 '타닌'의 맛이 아닐까 싶다. 타닌은 우리몸에 들아와서 약간의 마찰을 내고 중금속 같은 유해물질을 흡착해서 내 보낸다고 한다. 그 효능이 뭔가 맛에서 느껴질다고나 할까. 꾸덕하게 잘 만든 묵은 그래서 맛도 좋고 몸에도 좋다. ㅋㅋㅋㅋㅋㅋ 아무튼 맛있다는 얘기. 김가루를 뿌리니까 그것대로 또 풍미가 있다.
다람쥐처럼 냉장고에 저장해 둔 도토리가루로 좋은 도토리묵을 만들어 먹으니 묵은 것들이 쑤욱 다 킬레이트 되는 것만 같다. 다 먹어 치워서 사진은 없다.
등산갔다 기분 조케 식당가서 젤 먼저 도토리묵 부터 나왔는데 양념장이랑 깔끔 담백하게 입 준비 시켜주면 참 좋지요. 등산 가서 쓴 칼로리 모조리 회수 쌉가능 상태로 딱 만들어 주는 고마운(?) 우리네 향토음식 도토리묵. 주문은 0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