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고민상담소 #6] 그냥 조용히 살고 싶은 당신께

by 잡다한


안녕하세요.

딱히 기다리는 사람은 없지만

그럼에도 고민상담소가 돌아왔습니다.


어느새 2025년 4월도 절반을 지났습니다.

벌써 25년도 4분의 1이 넘게 없어졌네요.

이대로 3번만 더 보내면 2026년이 온다는 사실이 믿기 힘듭니다.


봄날씨를 시샘하듯 늦은 추위도 지나고

이젠 봄비가 벚꽃조차 전부 녹여버려

뉴스에서나 보던 것처럼 초여름이 시작되는 것인가 공포스럽습니다.


다른 글을 쓸 때는 명확한 주제가 있어서 그런지

이런 날씨 이야기나, 사는 얘기를 할 기회가 없는데

고민상담소는 아무래도 편하게 생각을 나누다보니

자꾸 날씨 얘기를 먼저 꺼내게 되네요.

이전 글에서 쓴 것처럼, 한 편을 쓰는 데에 6시간도 넘게 걸립니다.

자주 쓰기가 힘들다보니 쓸 때마다 날씨가 확확 바뀌는 이유도 있고요.

일단 가장 큰 문제는 고민 자체가 잘 안 들어온다는 것.


그러려면 다양한 고민거리를 나눠주세요.

주말에 뭐하지? 오늘 점심 메뉴는? 노래 및 영화 추천?

무거운 고민부터 엄청나게 가벼운 고민까지

stw9707@naver.com 로 보내주세요.


그럼 이제, 오늘의 고민을 보겠습니다.



오늘도 역시나 어려운 주제입니다.

이 고민상담소를 운영하면서, 사람 고민이 다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사람마다 각자의 고민이 있구나 라는 생각이 함께 듭니다.


사연자님의 사연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아무리 그래도, 저걸 면전에 직접 말하는 사람이 있다고?' 였습니다.

물론 어디에나 일반적이지 않은 사람은 있기 마련입니다.

그 중에는 무례한 사람도 포함되죠.


말이 없는 것은 분명 잘못이 아닙니다.

다만, 타인에게 다소 불편한 분위기를 만들 수는 있죠.

그런데, 그것이 잘못이므로 고쳐야 한다의 범위까지 확장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잘못이라면 무례하게 그 점을 짚어내는 사람들의 그것이 더 적합하겠네요.


그러나, 사연자님이 마지막에 쓰신 것처럼

'그런 말을 안 들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는 질문에서 은연중에 나타나듯이

결국 그런 사람들을 피하려면, 어느 정도는 본인도 변화해야 합니다.

만약 사연자님께서 그런 무례한 사람들의 언행에 개의치 않으시고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는 마이웨이 성격이시라면

본인이 편하다면 굳이 고칠 필요는 없다는 뻔한 답변을 해드리겠지만

제가 느끼기에는 사연자님이 마이웨이 성격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것 같고

본인도 그런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하시는 점을 고려할 때

사연자님의 행동의 변화를 위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직접 대화한 적이 없는 사람의 대화법에 훈수를 두는 것은 굉장히 조심스럽군요.


원하시는 답변 방향이 아닐 수도 있겠습니다만은

그래도 열정을 다해, 진심을 담아 장시간 고민해서 쓰는 글이니

이런 관점도 있다는 점을 한 번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사연자분의 나이는 모르지만

사회생활이라는 게, 생각보다 하기 싫은 것들도 맞춰가며 나를 바꿔가는 과정이 필요하더라고요.

괜한 훈수를 두고 싶은 것도, 꼰대가 되고 싶은 것도 아닙니다.

저보다 더 사회생활을 많이 하셨을 수도 있으니, 조심스럽기도 합니다.

다만 대학 때 이야기를 해주신 것에 비추어,

저보다는 어리다는 가정을 하고 말씀드리는 것을 이해 부탁드립니다.


제가 몇 년 전 읽었던 글 중에

인상깊은 내용이 있어서 인용하고자 합니다.

약간의 각색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왜 피해자에게 조심하라는 말을 할까?
그걸 위반한 가해자들이 이상한 건데,
마치 피해자에게 조심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처럼.

먼저 말하자면, 피해자를 탓하기 위함이 아니다.
피해자에게 '너도 잘못이 있다'고 말하기 위함이 아니다.

만약, 길을 걸어가는데 야구공이 머리로 날아오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혹은 브레이크가 풀린 자동차가 날 향해 내려오고 있다면?

그 상황에서 내 잘못이 있는가?
따지자면 야구공과 자동차에게 잘못이 있는 것 아닌가?

그렇다고 야구공과 자동차에게
'지금 엄청난 잘못을 저지르고 있으니 멈추어라' 라고 말한들
그것들이 들을 수 있는가? 들어주려고는 하는가?

당연히 그렇지 않다.

그렇다면, 내가 피하는 수 밖에는 없는 것이다.
내가 내 잘못이 아닌데 뭐. 쟤들 잘못이니까. 하고 가만히 있는다 한들
이미 다쳐버린 후에 주장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여기서, 야구공과 자동차를
'이상한 사람들'로 바꾸어 보자.
명백하게 그들의 잘못이지만,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

'왜 못 피했어? 못 피한 네 잘못이야'가 아니라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미친 사람들이 워낙 많으니
최대한 내가 알아서 조심하는 길이 제일 빠르기 때문이다.
내가 다친 후에 아무리 저 사람 잘못이라고 판결이 나도
이미 나는 다쳐버린 이후이다.
애당초 다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다.
그것이 살짝 억울할지라도.

X이 더러워서 피하지 무서워서 피하나.


어느정도 논란이 될 수도 있는 말이긴 한데,

저는 개인적으로 이 글에 공감했습니다.


갑자기 왜 이런 이야기를 하냐고 물으신다면

후술할 내용에 정당성을 조금 얻고자 밑밥을 깔고 있습니다.

사연자님도 조금은 바뀌어야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위해서요.

무례한 사람이 잘못이지만

그런 사람을 피하는 방법 정도는 알아두면 좋잖아요?

'피한다'는 단어는 사전적으로 그냥 그 상황 자체에서 도망갈 수도 있겠지만

그런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도 '피한다'의 일종일 것입니다.


알맹이 없는 소리가 너무 길었네요.

그럼 이제, 정말로 사연자님이 그런 말을 듣지 않으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알려드릴게요.

당연히 10000% 저의 주관적인 생각입니다.




저는 친할 때와 친하지 않을 때의 말투가 명확히 차이나는 편입니다.

친하면 말도 많이 하지만, 친하지 않으면 많이 듣는 편입니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은 다 그렇죠. (웃음)


그런데 저랑 친한 친구 중에는

친한데도 말을 많이 하지 않는 친구가 있습니다.

처음에는내가 말하지 않으면 말이 이어지지 않는 게 불편했어요.

괜히 제가 무슨 이야기라도 꺼내야 할 것 같고요.


저도 AI 가 아니기 때문에 끝없이 대화 주제를 만들어 낼 수는 없었습니다.

그러면 필시 정적이 오기 마련이고, 어색함도 함께 찾아오죠.

그래서 그 친구와 둘이서 보는 게 조금 꺼려졌습니다.

저도 그렇게 말이 없는 사람은 조금 불편하고 답답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말하고 안하고는 분명 개인의 자유이지만

이상하게 그 친구를 만나면 이게 뭐하는 건지 싶은 시간이 많았어요.

대화라는 건, 둘이서 주고받는 것이니까요.


지금은 적응했고, 더 많이 친해져서 정적이 전혀 어색하지 않지만

문제는 더 많이 친해질 기회가 없는 사람들입니다.

혹은 더 많이 친해지기 전에, 그 불편함으로 인해 떠나가는 사람들.

가끔 등장하는 무례한 빌런들까지.


사연자님과 직접 마주하고 대화를 한 적이 없어서 정확히 알기는 어렵지만

사연자님도 대화 방식을 조금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조용하거나 말을 잘 안 하는 건 문제도 아니고, 누구나 자기만의 소통 스타일이 있습니다.

하지만 상대방이 그걸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한 번쯤은 생각해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소통에서 최소한의 '스텝'은 중요합니다.

먼저 말을 걸거나 적극적으로 대화하지 않는 게 성격이고 스타일이라는 건 이해합니다.

하지만 상대가 계속 먼저 다가오길 기다리기만 하면 관계가 깊어지기 어렵다는 건 사실이에요.


예를 들어, 그냥 편해서 조용한 건데,

상대는 "내가 불편한가?" "혹시 싫어하나?" 하고 오해할 수도 있습니다.

오해를 줄이려면 작은 표현이라도 해주는 게 도움이 될 때가 있죠.

예를 들면, 말 걸기 부담스러울 때 그냥 고개 끄덕이며 조금이라도 리액션을 해주거나

대화 중이라면 "제가 조용한 편인데, 불편한 건 아니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등등.

이런 식으로 한 마디만 더해도 상대는 훨씬 덜 불편해 할 겁니다.

작은 행동들이 쌓이면 상대도 부담을 덜 느끼고, 더 많은 간섭을 받지 않을 가능성이 커집니다.


어릴 때 학원 친구한테 말 걸었다가 무시당했던 경험이 사연자님한테 일종의 PTSD로 남았나 봅니다.

사람이라면 각자의 흑역사와 그로 인한 PTSD가 있곤 하죠.

저도 거의 20년 가까이 지나도 기억나는 흑역사들이 있습니다.

하필 그런건 또 어찌나 생생한지. 대사 하나하나와 그때의 공기까지 느껴지죠.

이 글을 쓰다보니 덕분에 한 번 더 기억나버렸네요.


어릴 때의 경험들은 생각보다 성격 형성에 있어서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일대일 대응이 되는 건 아니지만, 그런 것들이 쌓이다보면 나도 모르게 바뀌기도 합니다.

말을 걸었는데 무시당해서, 그 때의 기분이 너무 싫어서,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아서, 먼저 말 거는게 무서운 것 같이요.


그런데, 그건 그때의 한 사람이 그랬던 거고

사연자님이 뭔가 잘못해서 그런 건 절대 아닐 겁니다.

지금껏 그 기억 때문에 스스로를 더 움츠리게 만든 건 아닌지 한 번 생각해보세요.


다른 사람 때문에 사연자님을 바꿀 필요가 없는데,

어쩌면 이미 사연자님은 다른 사람 때문에 바뀐 것은 아닐까요?

그걸 원래대로 돌이키는 연습을 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과거의 기억에 발목 잡히지 말고,

지금의 상황에 맞게 조금씩 다시 시도해볼 용기를 내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인데요,

무례한 사람들에게는 단호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사연자님이 겪은 상황들을 보면, 상대가 너무 선을 넘은 경우가 많습니다.

PT 선생님이 "말 안 하네"

교수님이 "대인기피증 있냐"

이런 말들은 상대방이 사연자님의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던진 무례한 말들입니다.

이런 경우엔 단호하게 입장을 밝히거나, 가볍게 선을 그어줘야 합니다.


그런 사람들은, 명확하게 이야기 하지 않으면 잘 알아듣지를 못합니다.

무례한 건 그 사람들인데, 기분 나쁜 건 사연자님이잖아요?

그럴 순 없죠. 갚아줘야 합니다.

똑같은 사람이 되라는 이야기가 아니고, 마냥 만만하게 보지 못하게끔

적은 말수로도 명확하게 의사표현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상대가 사연자님이 이상해서가 아니라 스타일이 다를 뿐이라는 걸 깨닫게 될 겁니다.

무례한 말에 너무 방어적일 필요도 없지만,

그렇다고 그저 넘어가면 상대가 더 쉽게 간섭하려 들 수도 있습니다.

본인의 입장을 말할 용기도 필요합니다.


그러지 않고 그냥 '피하기'만 해버린다면

그 사람들은 자신의 이상함과 무례를 깨닫지 못한 채

사연자님을 오히려 이상하게 생각할 거예요.


바로 그 부분 때문에

계속해서 무언가를 요구하는 이상하고 무례한 사람들이 꼬이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가장 처음 말씀드렸다시피

사연자님이 잘못한 부분은 하나도 없습니다.

보내주신 사연 속 이야기만 봤을 때는요. (제가 모르는 부분이 있을수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그런 얘기는 이제 듣고싶지 않다고 하시고

그렇다고 누가 될지도 모르는 잠재적인 무례꾼들에게

아무나 잡고 먼저 '조심하십쇼' 경고를 날릴 수도 없으니

사연자님이 먼저 조심하는 방법을 알려드렸습니다.


사연자님이 꼭 바뀌어야 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조금 더 유연해지면 좋겠네요.

세상을 살다 보면, 다른 사람의 방식을 이해 못 하거나 이상하게 보는 사람들도 있기 마련이잖아요.

그럴 때, 사연자님이 바뀌는 대신 조금만 유연하게 대응하는 방법을 배우면 더 편해질 수 있습니다.


사전에 방지할 수 없다면, 사후에라도 후회없는 대응을 하는거죠.

무례한 사람에겐 단호한 의사 표현을,

오해가 생길 상황에선 작은 리액션으로 오해를 풀기 등등.


이렇게 하면, 여전히 본인다운 방식대로 살아가면서도 사람들과의 관계가 좀 더 편안해질 겁니다.

중요한 건, 원치 않다면,

그 사람들 때문에 내가 왜 바뀌어야 하냐고 한다면,

변화하지 않아도 되고, 지금 방식대로도 충분히 괜찮습니다.

다만, 필요할 때 대응하는 스킬을 살짝 키우면 더 편하게 살 수 있단 거죠.


역시나, 직접 대화한 적이 없는 사람의 대화법에 훈수를 두는 것은 굉장히 조심스럽습니다.

그래도, 제 고민 상담이 조금이나마 사연자님의 앞날에 도움이 되기를

이것만큼은 진심으로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모든 고민은 stw9707@naver.com 로.

나누면 절반이 됩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고민상담소 #5] 뭘 해도 재미가 없는 당신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