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Uber)와 같은 글로벌 차량공유 서비스. 싱가포르와 필리핀, 태국, 베트남 등 8개국 336개 도시에서 택시, 오토바이, 리무진 등을 운영하는 동남아 최대 규모.
2012년 사업 시작 이후 2019년 1월 운행 30억 건 기록. 모바일 앱 다운로드 수는 누적 1억 3천500만 건. 규모 면에서 중국의 디디추싱(DiDi)과 미국의 우버(Uber)에 이어 3위.
베트남 앱에서는 Car / Bike / Food / 등이 메인 피처로 포지셔닝. 남녀노소 안 가리고 오토바이를 많이 타는 로컬 특성에 맞게 바이크 호출이 있는 게 특징. 툭툭을 호출할 수 있는 나라도 있음. (개인적으로 베트남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액티비티(?)가 그랩 바이크 불러 타는 거였다.)
설 연휴를 활용해 베트남 나짱(Nha-Trang)에 다녀왔다. 첫 동남아시아 여행이었는데 그간 막연히 갖고 있던 편견들을 단번에 깨버리는 여행이 됐다. 경제후진국이라는 단어에서 파생되는 여러 가지 망상들, 이를 테면 ‘소매치기 많으려나..’, ‘영어 안 통하면 피곤한데..’, ‘와이파이 안 터지면 어떡하지..’, ‘쇼핑할 때 눈탱이 맞을 거 같은데..’ 등등 말이다. 당연히 여행 인프라도 기대를 품지는 않았다.
결과는? 소매치기는 없었고 관광지 종업원들은 나보다 영어를 잘했다. 와이파이는 빵빵했고, 눈탱이는 맞았다. 처음 흥정할 때보다 절반 이상 가격이 내려갔는데 나는 찜찜했고 가게 아줌마는 웃었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베트남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이 '그랩'(Grab)이라는 앱 서비스였다. 우버 같은 차량공유 애플리케이션인데 현지화(Localization)가 잘 돼 있다. "카택보다 훨 나은데?;;" 몇 번 써보고 혼잣말이 절로 나왔다. 동남아 무시했다가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그랩을 쓰면서 여행 기간 내내 많은 도움을 받았다. 베트남에 머문 지 며칠 되지 않아 돈이 바닥을 보여 꼼짝없이 강제 다이어트 당할 판이었는데, 이때 여행경비의 절반을 차지하는 교통비 문제를 그랩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신용카드를 그랩 페이(grab pay)에 등록하니 택시비가 자동 결제됐다. 목적지에 도착해 그냥 내리면 끝. 기사 아저씨와 요금 또는 팁으로 씨름을 할 필요도 없다. 여행 마지막 날 저녁 만찬비로 전날 가진 돈을 모두 탕진하고 공항까지 그랩으로 이동했다. 다이어트는 못 했다.
'동남아에서 우버가 그랩을 이기기 어렵겠구나.' 여행 내내 그랩을 사용하고 생각했다. 그랩을 잘 보면 로컬 서비스가 글로벌 서비스에 밀리지 않는 전략을 엿볼 수 있다. (사실 그랩을 로컬 서비스라고 부르기엔 애매하긴 하지만) IT산업에서는 당연히 기술도 중요하지만 사용자들의 불편함을 해결하는 것이 더 주요한 키 포인트가 될 수 있다.
개인적으로 베트남 그랩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기능은 그랩 바이크였다. 이름 그대로 오토바이를 불러 목적지까지 타고 가는 거다. 베트남(더 나아가 동남아)은 그랩의 홈그라운드다. 사람이 많고 교통수단으로 차보다 오토바이를 더 많이 탄다. 나는 신용카드 한 장을 나와 아내 두 명의 폰에서 그랩 페이에 등록하고 그랩 바이크를 불러 오토바이 경주를 했다. 캄보디아 등 그랩으로 툭툭을 호출할 수도 있는 나라도 있다고 한다. 현지화다.
우리나라에서도 우버 같은 글로벌 서비스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차량공유 규제가 심한 탓이다. 택시기사들의 반대로 카카오T의 카풀 서비스는 기약 없이 연장됐다. 대신 스타트업 타다가 떴다. 우버 같은 콜택시 호출 서비스이지만, 11인승 이상 승합차만 배차한다. 렌터카와 운전기사를 함께 제공하는 것은 현행 운수사업법상 불법이지만 11인승 이상 승합차는 예외라는 단서조항에서 힌트를 얻은 서비스다.
기회는 시장을 파악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대개가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