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마음조각가 Oct 05. 2022

'가로등'을 접속사로 쓴다

감정페르케 _ 용서하지 못할 것만 사랑했다

가로등은 북극. 오늘 밤에도 북극은 몸을 뒤척인다. 한 발짝 마음을 움직인다. 서서히 부유하는 가로등. 내 몸의 빙하가 녹는 느낌이 든다. 밤이 건넨 정답을 걷어차면서, 환하게 불타오르는 어둠의 모닥불. 나는 어둠보다 조금 더 환한 어둠에 빠져든다. 불나방의 탄생. 내가 나를 조문하는 기분이란 이런 것이다. 뜨거움을 숭상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로등은 내게 켜놓은 슬픔과 닮아 있다. 적당히 흐르다 촉이 나가버리는 불빛. 스위치 같은 손바닥을 펴고 어둠이 건넨 가로등을 쬔다. 나는 나로 인해 급급해지는 시간. 새로 생긴 접속어에 다음 생각을 덧대고서, 나는 나로 인해 다시 봄봄. 어떤 어둠을 뚫고 나온 새싹이 내게 말한다. 가로등 아래에서 싹을 틔우는 영혼들은, 그러니까 '가로등'을 삼세번 중 하나의 접속사로 쓴다.



매거진의 이전글 베개에 오랫동안 얼굴을 묻은 표정을 하고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