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공유, 참을 수 없이 가벼운 두 글자
태초부터 우리에게 공유라는 개념은 생소한 의미가 아니었다. 유목민 시절에는 남정네들이 나가 목숨 걸고 사냥한 짐승의 살코기를 나눠 먹었다. 마을 장로들을 통해 어떤 짐승은 반드시 낮에 사냥해야 한다거나, 저 짐승은 다리에 활을 쏘아야 잡기 수월하다는 등의 정보를 공유받았다. 아낙네들 또한 열매를 빻거나 토기를 만들 때 필요한 도구나 곡물 저장 노하우를 서로 나누었다.
봉건시대 때는 유지의 논을 함께 경작하여 생계를 유지하였고, 정보기술 시대에 와서는 인스타그램에 이쁜 커피 사진을 올려 힙한 공간을 공유한다. 깃허브(GitHub)와 같은 개발자 커뮤니티에서는 각자 만든 코드를 공유하며 사용자 편의를 위한 개발의 지평을 더욱 활짝 열었다.
또한 우리가 어떤 민족인가! 아나바다와 금 모으기 운동을 통해 범국민적 나라 구제라는 계층, 종교, 성별을 초월한 목적을 공유하기로 마음먹고 이를 실천했지 않은가. 이렇듯 무언가를 함께 나누고 사용하는 것 자체가 우리에게 친숙하다.
지금의 커뮤니티(Community)는 17세기 프랑스에서 시작된 코뮌(Commune)에서 왔다. 초기의 코뮌은 각자의 생활 방식이나 경제 능력, 그리고 삶의 지향점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 사는 주거형태로 시작하였다. 낯선 자들을 수용하거나 외부에 홍보하는 활동과 같은 리스크는 최대한 배제한 소극적인 의미의 공동체 개념이었다.
참 신기하게도, 사람들이 오랫동안 한 공간에 머물면 공동체 의식이 생긴다. 아침저녁 인사만 나누는 아파트 주민들도 반상회에서 만나면 같은 동 주민으로서 화합의 목소리를 낸다. 공장 노동자들도 생산 라인이 달라도 최종 완성품이란 동일한 목표 아래 '더 나은 근무 환경 수호'라는 교집합이 있다. 삶의 많은 시간을 공유하며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에 맺어진 자발적인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정당, 종교 단체, 취미활동을 하는 모임 등이 다 그러한 자발적 공동체이다. 사람이 3명 이상 모인 곳에서는 조직과 개인, 그리고 개인과 조직 간에 가치나 영향력을 서로 유기적으로 주고받는다.
공유 개념이 사업모델이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있다.
첫 째, 제공하려는 것에 대해 정보의 비대칭성이 크게 존재해야 한다. 브로커 활동이 활발한 시장일수록 공유 사업모델이 만들어질 수 있는 확률이 높다. 사용자는 제공자의 물건이 어떤 조건과 방식으로 지금 제공자가 소유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파악하기 힘들어야 공유 래버리지가 가능하다. 하나의 재화로 여러 번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려는 시장인데, 그 재화에 대한 정보가 100% 공유된다면 그 재화의 회전율은 바닥을 칠 것이고 그 시장은 매력을 잃을 것이다.
둘째, 공유하는 것이 소유하는 것보다 비용적으로 확실히 저렴해야 한다. 이건 너무나 당연한 논리겠지만, 제공자 입장의 마진(margin) 폭보다 대여자 입장의 효용이 압도적으로 커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것을 빌려서 얻는 편익의 크기가 그것을 영원히 소유해버릴까 하는 고민을 할 정도라면 그 사업 모델은 위태로울 수 있다. 에어비엔비가 왜 강자인가? 여행지에서 로컬이 사는 집에 묵어보는 것은 호텔 체인의 전 세계 평준화된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과 다른 체험 가치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고, 또 그 집을 별장처럼 소유하기는 자금 여력상 어렵기 때문이다.
세 번째 조건은 스케일이다. 결국 많은 사람들이 모여야 한다. 또 공유하는 물건이 다양하거나 비슷해 보이는 물건의 수가 굉장히 많아야 한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오픈마켓과 비슷하게 사람들이 모이게 되면 자연스레 경제 개념이 적용되어 양질의 물건은 계속 인기를 얻고 개차반의 물건을 사양되기 때문이다. 얼마나 많은 양질의 물건을 확보하고, 이것들을 투명한 방법으로 거래하는 역량에 많은 브랜드들의 명운이 갈렸다. 또 규모가 커야 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모이게 되면 자연스레 브랜드가 강화되기 때문이다. 공급자와 사용자, 그리고 이 둘의 거래를 촉진하는 관리자(facilitator)가 서로 유기적으로 관계를 맺고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트래픽과 상호작용을 만들어내느냐가 성패를 가르는 요인이다. 우리나라 1등 중고 거래 플랫폼인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가 성장한 스토리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위워크, 패스트파이브 등의 공유 오피스도 위의 조건을 충족한 플랫폼이다.
이들이 제공하는 가치와 편의성을 공유하는 회사들의 공동체인 것이다. 1인 사업자부터 근무자가 1만 명이 넘는 글로벌 기업까지, 공유 오피스에 와서는 평등하다(혜택의 차이를 빼면). 한 달에 발생하는 매출 규모가 달라도 이들은 아침에 같은 화장실을 쓰고 점심때 똑같이 꽉 찬 엘리베이터를 기다린다.
난 위 공유 사업모델 조건에 하나를 추가하고 싶다. 그건 바로 사람이다. 공동체를 활성화하고 공유가치를 적극적으로 장려하는 사람들이다. 사용자와 공급자만으로는 자연스레 공동체가 형성되지 않는다. 각자의 니즈를 자연스레 융합하는 최전선(front-end) 관리자들의 역량이 필수적이다. 이들의 비전은 곧 플랫폼 생태계에 얼마나 활기를 불어넣고 각 플레이어들의 매력을 이끌어내느냐에 큰 영향을 미친다. 곧 이 촉진자들에게 그 플랫폼 생태계의 지속성이 달렸다고 본다.
한 공간 안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섞여 생활하는 하루하루가 정말로 새롭다. 회사들이 유기체처럼 생장하는 모습을 직접 관찰할 수 있는 이 곳은 다양한 군상의 만화경 같다. 잠자는 곳은 다르지만 일 하는 곳은 같아진 사람들이 어떻게 공유 오피스의 가치를 이해할까? 이들은 어떻게 공유라는 개념을 소비하고 있을까? 그러면 공유 오피스 업계에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공유 서비스 가치를 떠받칠 수 있을까?
나는 위워크(WeWork) 커뮤니티팀으로 공유 오피스 업계에 종사 중인 n연차 새내기다. 많은 사람들이 영어로 위워크를 표기할 때 보면 재밌다. WEWORK, WE WORK, 위웕, 다양하다. (다음에 쓸 일이 있다면 꼭 WeWork 로 써 주세요. 그럼 제 심신이 안정이 되거든요.)
<공유 오피스는 처음이라서요, 1부 끝>
essay by. Jun Woo Lee
photo by. Kazuend, David Watkis, Tim Mosshold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