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오피스는 처음이라서요 (2부)

(2) 공유 오피스 경쟁 과열?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by Jab n Wrestle

(2) 공유 오피스 경쟁 과열?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잠깐 소년 시절의 나는 경쟁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소심함이 있었던 것 같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해도 인공지능 컴퓨터만 상대로 삼았지 베틀넷에 들어가 모르는 사람과 1:1을 겨루지는 않는 것이다. 나는 초등학교 다닐 때부터 집에서 스타를 자주 했는데, 주로 내가 유리한 조건에서 컴퓨터를 이겼지 실제 사람이랑 해서 그들의 월등한 실력에 박살 나는 내 모습 자체가 싫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역시 친구들과 같이 PC방에 가서 1:1 승부를 하면 족족 졌던 기억이 있다. 이쁘게 포장해 말하자면 게임을 게임으로만 즐겼던 것이고, 실은 게임에서조차 경쟁을 막연한 두려움으로 인식했던 것 같다.

도대체 상대방은 어떻게 이렇게 빨리 유닛을 뽑는지 당시 내 머리론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이 얘기를 왜 꺼냈냐면, 학창 시절의 나는 과연 경쟁이라는 것을 순수하게 대면해본 적이 있는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매일매일 회사에서 마주치는 우리 입주사 대표님들은 스타크래프트와는 비교할 수 없는 경쟁을 매일 하고 있는데, 이 분들을 보면서 경쟁이란 것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다.


위워크가 한국 시장에 진출하기 전부터, 이미 리저스와 같은 글로벌 공유 오피스부터 르호봇과 같은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보육 공간들이 많았다. 하지만 나는 위워크가 한국에 들어오고부터 본격적인 '공유 오피스' 경기가 시작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위워크가 가지고 있던 존재감이 컸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제는 패스트파이브, 저스트코, 스파크플러스 등과 함께 이 패러다임을 하루하루 힘차게 정의해나가고 있다. 여기에 LG의 플래그원, 롯데의 워크플렉스, 현대카드의 스튜디오블랙, 한화의 드림플러스가 합세해 이제는 그야말로 공유 오피스 춘추전국시대다.


외국계 공유 오피스 직원으로서 이 업계의 참여자(Player)들이 많아져 경쟁이 치열해지는 현상에 대해 어떤 생각할까? 경쟁자들이 막연히 불편하고 싫기만 할까? 내 답은 NO, 난 이 시장의 경쟁을 옹호한다.


재밌는 일화가 있다. 2년 전 내가 처음 위워크에 입사해 테헤란로 지점에서 근무할 때, 요직에 계셨던(현재는 퇴사하신) 한 분이 내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우리는 사실 경쟁자가 없어요. 지금 우리에게 경쟁자라고 할 만한 곳이 없거든요."

당시 이 말은 내가 한 직원으로서 회사에 대해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는 뜻이었다. 이걸 듣고 나는 '경쟁자가 없을 만큼 우리의 서비스가 독보적이고 혁신적이라니, 이 것 참 나는 여기서 하라는 것만 열심히 하면 되겠어!'라고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 같은데, 지금 생각해보면 이 말을 탄광 속 카나리아의 지저귐으로 들었어야 했다...

탄광 속 카나리아: 재앙이나 위험을 예고하는 조기 경보를 뜻한다. 이는 과거 광부들이 탄광의 유해가스를 감지하기 위해 일산화탄소 등 유해가스에 유독 민감한 카나리아를 탄광에 놓아두고, 카나리아의 이상행동을 탈출 경고로 삼은 데서 유래한 것이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탄광 속 카나리아 (시사상식사전, pmg 지식엔진연구소)
당시엔 기술이 없어 카나리아의 희생으로 인명 피해를 막았다. 불쌍한 카나리아.


내가 집에서 맨날 치트키를 쓰면서 스타크래프트를 하니까 안일한 플레이만 할 수 있던 것이다. 그때 내 친구들은 게임을 이해하고 경쟁자들을 이해하며 '진짜 실력'을 키웠고.


조직 리더들은 얼마나 시장 점유율을 높이느냐를 밤낮 고민한다. 본인이 이끄는 조직의 생사가 달렸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결국 끝까지 살아남는 자들이 가장 강한 사람이라는 진리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유 오피스 시장에 저 논리가 통하기엔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지금 한국 공유 오피스 시장은 한창 커가는 단계이며, 성숙기에 오르기까지 시장 수요자들의 인식 변화가 우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장님들이 아직도 단순 월세 비교 수준에 머물러 있다. 우리는 위워크와 다른 공유 오피스가 한 회사의 성장에 미칠 수 있는 무형적 가치를 전달할 최적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 가치는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 될 것이며, 엑스칼리버를 가진 아더왕이 되어 원탁의 기사단을 휘하에 두게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모든 공유 오피스 회사들이 '공유'에 대해 깊이 고민하며 '오월동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지극히 낙관적인 시각이지만ㅎㅎ).

누가 공유 오피스계의 아더왕이 될 것인가..!

모든 플랫폼 사업은 경쟁사보다 더 많은 트래픽을 처리하기 위해 모객에 목숨을 건다. 쿠팡이나 11번가, 지마켓 등 국내 이커머스 시장만 봐도 박 터지는데, 하물며 공유 오피스 회사들은 오죽할까. 물론 새 입주사들을 유입시키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지만, 지금은 현 이용자(입주사)들의 이용 경험과 그들이 느끼는 실제적 효용에 집중해야 한다. 아직까지 시장 자체가 성장기에 있다 보니 고객 획득 비용(신규 영업)이 높다. 입주부터 퇴실까지의 고객 생애 가치(CLV)를 최대 2배 이상 높여야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 지금 입주해있는 회사들이 왜 공유 오피스를 쓰는지 깊게 분석하고 관찰해야 한다. 그게 안된다면 사업의 지속가능성과 안정된 매출이 불가하다.


이럴 때일수록 시장 Pioneer들과 Taste Maker들의 피드백이 언제보다 중요하다.


결국 모든 기업의 운명은 고객에게 달려 있듯, 이들에게 우리 공유 오피스가 수호하려는 공유의 개념을 전파하고 그들을 도와야 한다.


공유 오피스가 정말 많은 회사들과 직원들에게 양질의 옵션을 주고 있다는 사실에 나는 뿌듯하다. 의식적으로,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더 나은 삶과 일에 대한 가능성을 계속해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시장이 아직 무르익지 않았고 큰 성장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더욱 희망적이다.


그래서, 우리 공유 오피스는 영원한 항구이다. 우리의 이용자(입주사)들은 배다. 이들은 결국은 다시 돛을 올리고 거친 바다로 떠나야 한다. 이들은 채비를 재정비하여 다시 전장의 바다로 나서야 한다. 큰 함대일수록 큰 항구가 필요한 법이다(30년 전에 이러한 배-항구 비유를 생각해내신 심수봉 님은 정말 위대하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 위워크도 배다. 아주 웅장한 함대다. 우리의 손에 들려진 나침반은 지금 어느 쪽을 가리키고 있을까. 우리만의 북극성을 찾아 항해해야 한다. 그래야 지금과 같은 무시무시한 파도를 헤치고 망망대해를 건널 수 있다.


<공유 오피스는 처음이라서요, 2부 끝>


essay by Jun Woo Lee

photo by Birmingham Museums Trust, Ernan Solozab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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