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오피스는 처음이라서요 (3부)

(3) 위워크는 테크 회사가 아니다

by Jab n Wrestle

이미 위워크와 같은 공유 오피스가 돈 버는 방법에 대해 친절하게 자세히 설명해놓은 곳이 많기 때문에 다시 정리하여 얘기하진 않겠다. 다만 작년 IPO를 준비하며 언론의 중심에 선 와중에 이런 논란거리가 있었다.

위워크는 테크 기반의 회사다 vs. 위워크는 단순 부동산 회사다


재직자로서 생각하는 위워크는 임대 사업을 기반으로 한 회사가 맞다. 기술 회사는 분명 아니다. 수익구조가 단순하다면 단순한데, 웬만한 회사들은 엄두를 내지 못할 입지적 요지에 있는 상업용 건물을 장기로 빌린 후, 공간을 전략적으로 구획하여 회사들에게 재임대(전대)하는 것이다. 인테리어와 가구 등을 통해 위워크 브랜드를 녹였고 공용 회의실 등의 필수 편의시설을 포함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우리 회사의 주력 제품은 월 사무실 임대료를 받는 위워크 멤버십이다.


IPO 계획 발표 직후 당시 많은 사람들이 위워크의 뿌리가 어디인지에 대해 이야기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부동산 사업을 전개하는 회사가 엄청난 벤처 자본을 투여받아 역대급 호가를 불렀다는 사실에 대해 투자자들뿐 아니라 구경꾼들도 모두 고개를 갸우뚱했다.


Create a world where people work to make a life, not just a living.

우리가 팔고 있는 것은 공간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위워크는 서비스로서의 공간(Space-as-a-Service)을 팔고 있다. 단순 임대업이 아닌 공간을 통한 부가가치를 제공하겠다는 말이었다.


위워크 신화의 시작은 위워크의 Founding Fathers들이 표방한 철학의 기치 아래에서 시작했다. 우리는 위워크에 입주한 모든 사람들이 단순히 생계를 위한 일이 아닌 사랑하는 일을 함으로써 삶을 새로이 개척해나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었다. 일의 의미를 재정립하여 위워크의 심미적인 공간이 업무 생산성을 증대시켜 개인 삶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기를 바랐다. 멋진 캘리그래피로 만들어진 'Do What You Love' 로고는 위워크의 상징이 되었다. 아담 뉴먼은 예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위워크는 문화를 판다고 했는데, 과연 사람들은 위워크 문화를 경험하기 위해서 지갑을 열었을까?


공유되는 신념 아래 집단의 행동들이 모여 문화를 이룬다. 연구에 따르면 카리스마 있는 창업자는 투자금 유치에 유리하고, 조직원들에게 미션과 문화를 확고하게 전달할수록 IPO 단계까지 살아남을 확률이 높다고 한다. 하지만 기업 공개 이후에는 이 확고한 문화가 매출 성장을 저하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하며 고객 지향적 의사결정에 장애가 되기도 한다. 위워크에 입주해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빌딩 상주 커뮤니티팀의 대응과 지원이 때로 지점별로 상이하고 또 얼마나 아날로그적일 수 있는지. 이게 좋고 나쁘다를 떠나, 위워크가 독자적 기술을 기반으로 한 회사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해본다. 그랬다면 지금의 위워크가 있었을까? 공간이라는 알맹이를 덮는 과육이 인간적인 서비스일 때, 우리는 어떻게 하면 제품 값어치에 맞는 판매 활동을 할 수 있을까?


우리는 부동산업인데 어떤 고부가 가치를 주냐고 말한다면 내가 몸 담고 있는 커뮤니티팀이라는 조직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


우리의 제1 존재 목적은 위워크 공간을 임차한 입주사들을 전방면에서 돕는 것이다. 따라서 커뮤니티팀의 일과에 컨시어지(Concierge)나 리셉셔니스트와 같은 직무 종사자들과 겹치는 부분이 있다. 실제 호텔 출신으로 hospitality 강점을 가진 커뮤니티팀 직원분들도 적지 않다. 여기서 커뮤니티팀 직무가 일반 호스피탈리티 분야와 결정적인 차별을 이루는 곳은 자발성창의성이라고 생각한다.


커뮤니티팀은 위워크의 사명 'Do What You Love'를 자발적으로 실천하는 사람들이자 동시에 적극적으로 전파하는 사람들이다. 위워크의 물리적 공간을 관리하고 다양한 stakeholder들의 요청에 대응하고 있으며 위워크의 지점별 대리인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위워크 고객들의 니즈에 직접적인 의무를 지니며 꽤나 많은 부분에 personal touch가 들어간다. 결국 커뮤니티팀도 입주사들이 사용하는 공간을 공유하는 이웃이기 때문에 고객이 느끼는 문제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고 회사의 프로토콜을 적절히 활용해 회사의 이익을 수호하면서 창의적인 방법을 모색해 고객을 도울 수 있다.


커뮤니티팀은 공유 오피스 운영의 근간이 되며 동시에 가지(branch)다.


위워크가 강남에 첫 지점을 오픈한 지 만 4년이 되어간다. 아직 여러모로 로컬라이징이 진행 중이다. 운영상의 빈 곳은 커뮤니티팀이 직접 발로 뛰어 채워나가고 있다. 나도 이 팀에 몸 담아 일을 하면서 동료들이 갖는 주인의식에 감탄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역경 앞에서 인간의 단단한 의지가 언뜻 보이는 것이다.


전산 시스템이 오히려 믿을만한 것이 되지 못할 때가 종종 발생하는 점은 마냥 웃을 수만은 없긴 하다. 이처럼 커뮤니티팀은 응급 반창고가 되기도 하고, 아직 로봇 팔이 대신할 수 없는 어려운 수술의 집도의 역할도 한다. 결국 모든 일이 그러하듯 사람과 사람이 만들어가는 관계 속에서 희로애락이 생긴다. 실수가 발생하면 메꾸면서 사람으로 생긴 문제는 사람으로 풀고 있다. 아직은 고객 경험 기반 데이터 중 비정형 데이터에 의존하는 편인데, 고객과의 직접적인 관계에서 받는 신호 정보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술이라는 것은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대신하거나 기존 수작업을 훨씬 효율적인 방법으로 대체하는 도구라고 생각한다. 기술 이용의 목적이 무엇인지 확실히 아는 것이 결과물에서 굉장한 차이를 불러온다는 것을 깨달았다. 공간을 운영하는 일에서 오롯이 기술로 처리할 수 있는 영역은 아직 미미하다. 그래서 나는 위워크가 테크 기반 회사가 아니라고 생각하며, 가장 큰 이유는 커뮤니티팀의 존재 때문이다. 이 한 사람 한 사람이 걸어 다니는 입주사 데이터베이스이자 창구이다.


직접 처리하고 해결해야 하는 일들이 일상 업무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우리도 디지털 툴을 많이 사용한다. 하지만 나이키 런 클럽 앱을 쓴다고 모두 마라톤 선수가 되는 것이 아니듯, 좋은 솔루션들을 쓴다고 테크 회사가 되지 않는 것이다. 위워크는 공간을 서비스하는 회사다. 더욱 고객에 집중해 창의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기술의 도움이 필수다. 전대업을 하는 회사라고만 하기엔 제공하는 가치가 다양하고 인간적이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것을 하라'는 문장이 만국 공통어인 영어로 써졌기 때문에 전 세계인들의 마음을 산 것이 아니다. 전 세계에 있는 위워크 커뮤니티팀이 이를 진심으로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 4부가 위워크 관련 브런치 글의 마지막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주절주절 제 생각을 썼는데 회사에 애정 어린 사견으로 재미로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



essay by Jun Woo Lee
photo by Kamal Kant Kosariya, Elliott Stall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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