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오피스는 처음이라서요 (4부)

그로스 해킹 관점에서 본 공유오피스의 성장 (1편)

by Jab n Wrestle

현재 기준 위워크는 전 세계 38개국 149개 도시에서 총 828개 지점을 운영 중이다. 전 세계 위워크 멤버의 수는 약 70만 명이 조금 안된다. 얼마 전 2분기 실적을 발표했는데(이미 기사화됨), 코로나에 의한 업계 상황을 감안하였을 때 매출량은 줄었지만 현금 보유량은 건전하다고 한다. 또 소프트뱅크로부터 약 1조 원의 현금 지원도 약속받았다.

이번 글에서는 공유오피스의 성장을 그로스 해킹 관점에서, 구체적으로 AARRR 프레임워크를 통해 보고자 한다. 500 Startups의 창립자 Dave McClure가 고안한 이 성장 깔때기(funnel)는 모든 회사들의 궁극적 목적인 <성장>을 이루는데 어디에 집중을 해야 하는지, 또 어떤 지표들에 집중해야 하는지에 대한 강력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 넉넉한 시간과 자원이 없는 대부분의 회사들은 고객을 유치하고 유지해야 하는 생존 경쟁을 하고 있다. 이 그로스 해킹 기법은 고객 행동 관점에서 시작해 얼마나 기민하게 실험하고 성장을 조준(trigger)해야 하는지에 대한 프레임워크다.


해적단 모형이라고도 불리는 이 AARRR의 각 퍼널을 공유오피스의 운영에 적용해본다.


이 퍼널은 위가 넓고 아래로 갈수록 좁아지는 형태다. 즉 신규로 들어온 고객이 서비스 내에서 오랫동안 머물며 유료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이 되기까지 고난한 길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첫 단계부터 마지막 아래 단계까지 전환율을 높이는 것이 모든 회사들의 숙제다. 이 과정에서 그로스 해킹은 빠르게 실패하고 작은 성공들을 자주 만들 수 있도록 하는 조직 성장 사고방식이다.




위워크는 다양한 사이즈의 사무실을 임대하는 것이 주력 활동이지만 구체적으로는 세 가지 멤버십 상품을 판매한다. 사용 목적에 따라 핫데스크, 지정 데스크, 오피스로 구분된 멤버십 상품들을 판매하는데 멤버십 별 기본 혜택은 상이하지만 그 외 대부분의 공용 공간과 서비스를 공유한다. 대부분의 공유오피스가 이와 비슷한(거의 동일한) 수익 모델을 가지고 있고 운영 방식도 유사하다. 따라서 아래 시작하는 설명은 모든 공유오피스 브랜드를 아우를 수 있을 것이다.

1. Acquisition(고객 획득/유치) - “어떻게, 어디서 잠재 고객들을 찾아 가입시킬 수 있을까?”


새 사무실을 알아본다는 것은 마트에 가서 벽걸이 TV를 사는 것과 다른 차원의 구매 활동이다. 월 단위의 멤버십 단위를 제공하지만 사무실이란 건 한 번 이사할 때 등기도 다시 해야 하고 직원들의 출퇴근에도 변화가 생기기 때문에 여러 조건을 신중히 고려해서 결정한다. 만나보면 인사 총무팀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공유오피스는 전통적 상업용 오피스에 비해 매우 유연한 멤버십을 제공한다. 이러한 파격적인 가치를 통해 기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파괴자로 성장하고 있지만 이는 양날의 검이다. 공유오피스 브랜드는 건물주와 최소 몇 년을 장기로 임차 후 고객들을 받기 때문에 고정 지출이 만만치 않은 반면, 고객들은 사무실을 편의점 가듯 고를 수 없고 사무실을 이사하는 주기 또한 매우 길기 때문에 사무실 공급자와 수요자와의 호흡에서 차이가 난다. 따라서 입주율 및 투어 등록 수 등이 고객 획득 노력에 있어 좋은 지표가 된다.

원하는 위치에 있는 공유오피스 지점을 직접 방문하는 것을 ‘투어’ 한다고 표현하는데, 투어를 오는 사람을 보면 몇 가지 단서들을 얻을 수 있다. 지점을 처음 방문한 사람들은 주로 최종 의사결정자에게 보고를 할 중역이거나 직접 사용할 사람들이다. 시간을 들여 직접 사무 공간을 보러 왔다는 것은 최소한의 계약 가능성을 보였다는 반증이다. 적어도 견적은 받아보겠다는 의사 표현이기 때문에 이들을 통해서 방문 회사의 정보, 이사의 목적, 현재 사용 중인 오피스의 위치와 문제점 등의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그 외에도 회사의 풀타임 정규 직원 수(FTE), 실 입주 인원, 입주하는 부서 등도 유용한 정보다. 이러한 정보는 한 달별로 분석하면 효과적이며, 월별 총 투어 등록 수에서 몇 개의 투어가 실제 방문하였으며, 실 방문 고객들에게 견적 안내 후 몇 명의 고객이 멤버십 가입으로 전환되었는지 확인한다.


상업용 사무실을 알아보는 일에는 전통적인 방법인 중개인(brokerage)을 통한 거래가 많다. 중개인 간 네트워크가 긴밀하기 때문에 브로커들끼리 리드(lead)를 공유하기도 한다. 브로커를 통한 투어는 그 규모가 어느 정도 있기 때문에 회사 브로커팀을 통해 등록된 투어 정보를 분석하면 유의미한 우량 고객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브로커 네트워크가 잠재 우량 고객을 찾기 좋다면 다른 타깃 세그먼트들은 다른 경로를 통해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오프라인에서는 취업 박람회나 다양한 B2B 엑스포가 될 수 있고, 온라인에서는 SMB를 타겟한 페이스북이나 링크드인 광고 배너가 될 수 있다.

왜 회사들이 공유오피스를 찾는지 물어보면 재밌는 사실들을 접할 수 있다. 도심 외각에 있는 회사들은 서울 주요 업무 지구로 진출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회사가 도심에 있으면 더 우수한 인재를 모실 수 있게 되며 또 투자 등을 위한 비즈니스 파트너를 더 쉽게 찾거나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모든 회사들이 최종적으로 사옥을 짓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기업 환경이 변하면서 조직이 유기적으로 몸집을 줄였다 나눴다 하기 때문에 특히 대기업일수록 이러한 니즈가 있어 이러한 세일즈 파이프라인을 유지하는 것이 유리하다.

정리하면, 첫 번째 퍼널인 새로운 고객 획득을 위해 어떤 경로에서 잠재 고객을 찾을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 고객들이 공유오피스가 제공하는 제품 가치와 핏을 맞는지도 고민해야 한다. 경로가 너무 많이 분산되면 문제가 되겠지만 어떤 경로로 공유오피스를 찾았고 멤버십을 가입했느냐로 구분했을 때 분명한 차이가 있을 것이다. 이 차이를 분석하면 고객 획득 노력에 시간과 자원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


(다음 편에 계속)



essay by junwoo

photo by Ava S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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