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스 해킹 관점에서 본 공유오피스의 성장 (2편)
그로스 해킹 관점에서 본 공유오피스의 성장 (1편) 보고 오기
2. Activation(활성화) - “어떻게 하면 입주 고객들이 공유오피스의 핵심 가치와 기능을 자주, 잘 사용하게 만들까?”
투어 이후 세부 견적과 추가 문의가 오간 후 멤버십 계약을 통해 한 회사를 유료 고객으로 전환시켰다. 그다음에 할 일은 이 고객이 공유오피스의 장점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돕는 일이다. 아직 많은 이들에게 공유오피스는 생소한 개념이기 때문에 신규 입주사들을 위한 오리엔테이션과 같은 온보딩 교육이 필수다. 공유오피스 플랫폼을 각자의 니즈에 맞게 100% 활용할 수 있도록 핵심 기능 위주로 설명하는 일이다. 물론 투어를 진행하면서 이미 설명한 내용도 있지만 이제 유료 고객으로서 받을 수 있는 혜택과 기능에 집중해 설명한다. 커피와 차(tea), 우유, 두유 등이 있는 팬트리 공간의 운영 시간, 청소 서비스, 우편물 취급 서비스, 라운지 사용 에티켓, 폰부스 및 회의실 사용 요령 등을 설명한다. 이 외에도 다양한 지점 내 이벤트와 네트워킹, 사업 연결 서비스 등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멤버십 상품 안에 다양한 가치가 포함되어 있음을 어필할 수 있다.
모든 만남에 있어 첫인상이 가장 중요하듯, 멤버십을 갓 시작한 고객들을 관리하는 것은 전체 사용자 경험 여정에 있어 중요하다. NUX(New User eXperience)라고도 하는 신규 유저 경험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향후 더 깊은 유대감을 만들 수 있고 수집할 수 있는 피드백 데이터의 질이 달라진다. 신규 고객 PC에 프린터 드라이버를 다운로드하는 법부터 모바일 앱을 사용해 회의실이나 타 지점 업무 공간을 예약하는 방법 등, 핵심 기능 사용법을 잘 숙지시켜 몰라서 못 쓰는 상황을 만들지 않는 일이 중요하다. 이 부분에서 ‘going extra mile’ 정신이 빛을 발한다. 두 말할 것 없이 신규 가입자의 초기 교육이 탄탄할수록 나중에 생길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 신규 입주사에 자주 찾아가 이름을 불러주며 적응 생활이 어떤지,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 올해 이곳에서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인지 물어보는 것은 큰 차이를 불러온다. 고객들은 본인들이 이곳에서 특별한 존재로 대우받고 인정받는다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공간 사용 특성별 분석
사용자 공간 사용 행동별로 구분해 제품의 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 공유오피스는 다른 상품들과 다르게 고객들이 하루 중 약 6시간 이상을 머문다. 같은 공간 안에서도 각자 애용하는 기능이 다른데 예를 들어 어떤 회사들은 영업하는 마켓이 미주 지역이기 때문에 일반 9-6 업무 시간을 따르지 않는다. 따라서 이들은 기존 커뮤니티 운영 시간 동안 누리지 못 하는 것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럼 이들이 주로 이용하는 공유오피스 기능은 무엇일지 확인하는 것이다. 이들을 위해 냉난방을 추가로 가동하거나 고객의 사무실이 있는 층의 F&B 팬트리 공간 운영 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해 그들의 업무도 돕고 그들의 공유오피스 사용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
또 어떤 회사는 회의를 자주 열기 때문에 회의실 수요가 매우 높다. 이들에게 공유오피스가 갖는 가치는 많은 회의실 옵션과 필요시 언제든 예약해서 바로 쓸 수 있는 온디맨드 회의실일 것이다. 이처럼 고객별 공유오피스 사용 패턴에 특징이 있으며 매우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이런 정보를 캐치할 수 있다. 사용자 행동 데이터를 통해 자주 사용하는 기능들을 더욱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함으로써 습관 고리를 형성하거나 다른 부가 서비스를 접목시킬 수 있다. 이렇게 일상적 운영 속에서 입주사 행동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곳이 많다. 층별 팬트리에 제공하는 커피, 우유, 두유, 차(tea) 등의 소진량을 보면 해당층에 상근하는 고객 수 대비 얼마나 어떤 품목을 자주 소모하는지 알 수 있다. 하루 회의실 사이즈별 예약률을 보면 시간별 회의실 이용 패턴도 파악할 알 수 있다. 또는 특정 시간에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이벤트 참여자를 회사별로 구분해도 의미 있는 정보를 유추할 수 있다.
주기적으로 고객들의 얘기를 직접 들어보는 것이 좋은데, 이때 계약 당사자(대표)와 일반 직원들의 의견을 따로 수집하면 좀 더 객관적인 분석이 가능하다. 왜냐하면 대표자들은 월별로 내고 있는 비용을 알기 때문에 가격을 염두해서 의견을 줄 수 있는 반면, 직원들은 가격 요인을 배제하고 순수 공간 사용 경험에 대한 의견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공간에서 모르는 회사의 임직원들과 함께 생활하다 보면 여러 문제들을 낳는다. 한 회사만 있었을 때는 생기지 않을 사람 관련 문제, 공간 사용 에티켓 문제, 앱 혹은 웹 사용 에러, 와이파이 끊김 현상 등 현장 커뮤니티팀이 해결해야 할 일들이 매일 생겨난다. 이런 문제점(저항)을 이들이 얘기하기 전 선제적으로 줄일 수 있다면 고객들의 공간 사용은 더욱 활성화될 것이다. 혹은 빠르게 문제를 해결한다면 공유오피스 제품에 대한 총체적인 신뢰도를 오히려 상승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고객들로부터 받는 여러 피드백 중 주로 불편함을 느끼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특히 어떤 것이 공유오피스의 핵심 효용을 심각하게 방해하는지 우선순위를 설정해 해결해야 한다. 중요한 클라이언트가 왔는데 지나치게 긴 방문자 등록 절차가 우량 고객이 느끼는 불편일 수도 있다. 이러한 방해 요소를 해결해주지 않으면(적어도 노력을 보이지 않으면) 그다음 퍼널인 고객 유지 단계에서 제대로 된 협상이나 유리한 제안을 할 수 없다. 사용자들이 제품을 통해 얻는 효용과 욕구가 클수록 기꺼이 감수하려는 저항의 크기도 커지기 때문이다.
정리하면, 고객이 입주한 시점부터 퇴실하는 날까지 얼마나 다양한 기능을 사용하게 할지, 더 나아가 깊게 몰입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노력들이 이 두 번째 퍼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당장 이 공간과 서비스가 사라지면 이들의 삶에 큰 영향이 갈 수 있을 정도로 제품과 유저 간 강력한 본딩을 만들어야 한다. 공간을 잘 활용할 때 적절한 수준의 보상을 주고, 그렇지 않다면 교육과 설득을 통해 사용자 경험을 만들어 나간다. 그로스 해킹에서는 이를 몰입 고리(engagement loop)라 부른다.
essay by junwoo
photo by Jason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