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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오피스는 처음이라서요 (6부)

그로스 해킹 관점에서 본 공유오피스의 성장 (3편)

by Jab n Wrestle

그로스 해킹 관점에서 본 공유오피스의 성장 (2편) 보고 오기


3. Retention(고객 유지) - “어떻게 하면 지금 입주사들을 우리 플랫폼에 계속 머물게 할 수 있을까?”

베인 앤 컴퍼니에서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고객 유지율이 5%만 상승해도 수익이 25%에서 95%까지 증가한다고 한다. 어떤 마켓에서 어떤 상품을 판매하느냐에 따라 정도는 다르겠지만 그만큼 기존 고객을 계속해서 유지하는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Happy customer is a loyal customer.”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고객들이 우리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만족하는가? 어느 정도 만족하는가? 우리 플랫폼에 계속 남을 의사가 충분한가?


이 단계의 퍼널에서는 ‘공실율’과 ‘퇴실(이탈)률’이 고객을 유지하기 위해 들어간 총체적 퍼포먼스를 평가하는 데 중요한 지표다. 공유오피스가 전통적 상업용 부동산 대비 높은 경쟁력을 가지는 유연한 멤버십은 반대로 말하면 불안정한 매출이라 해석할 수 있다. 사무실이 비어있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더 입주율에 비해 퇴실률이 높아진다는 것은 신규 고객 영업을 위해 훨씬 많은 비용과 자원을 투자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는 내부 자원을 매우 비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며, 높은 고객 유치 비용과 낮은 유지율의 조합은 빠른 종말로 이어진다고 많은 분석가들이 이야기한다.

어떻게 하면 현재 입주사들이 계속해서 우리 공유오피스를 이용하게 할 수 있을까? 회사들의 입주 기간은 평균 약 2년 수준이다. 입주 계약 시 장기 임대를 약정하는 고객은 그에 상응하는 할인을 적용받는 등 부가적인 혜택을 제공받지만, 2년 멤버십 계약을 맺고 들어왔다 하더라도 그 기간 동안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거나 오히려 기대 수준 이하의 서비스를 제공받는다고 느끼게 되면 언제든 계약 해지(churn)의 리스크를 안는다. 따라서 적절한 주기로 계속해서 고객들과 소통해야 한다. 요새 사업은 좀 어떠신지, 직원들이 좋아하시는지, 저희가 더 도울 일이 있는지 물어볼 수 있다. 물론 모든 질문에 대해 100% 진솔한 반응을 받는 경우는 드물지만, 그 회사 직원들의 행동을 유심히 살펴도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확실한 건 우리와 자주 인사를 나누고 공간을 잘 활용하는 입주 고객일수록 빠르게 우리 브랜드에 정을 붙인다. 가끔 퇴실한 회사들이 다시 돌아오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ㅁㅁ가 그리웠어요’, ‘ 여기저기 가봐도 여기 만한 데가 없어서요.’라는 말을 듣는다. 이 것도 고객 유지를 위한 활동이 뒤늦게 반응이 온 거라 볼 수 있다.



회사 대표님들이 공유오피스를 선택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여기 있음으로써 비용을 절감할 수 있거나 이 공간을 레버리징 해 돈을 더 벌 기회를 찾기 위해서다. 공유오피스 운영자들은 입주 고객들이 이 두 목표 중 최소 한 가지는 확실히 체감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사실 회사가 연간 사무실 임대료를 어느 정도까지 생각하는지 알 길이 없기 때문에 판단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2번째 이유, 입주 고객이 우리가 제공하는 기능을 100% 활용하도록 돕는 일이 통제 가능한 활동이 될 것이다. 여기서도 다양한 지표가 활용될 수 있겠다. 지점 내 이벤트 수, 제공한 네트워킹 이벤트 수, 입주사 대상 다양한 파트너십 혜택 수 등이 될 수 있다.

계약의 갱신 기간이나 퇴실일이 다가올 때 유지 노력을 하는 것은 한 발 늦다. 그래서 앞서 말한 공실율과 이탈률은 후행적 지표에 속한다. 반면 해당 입주사의 꾸준한 불만 티켓(클레임)의 수, 혹은 이벤트 참여자 수 등이 선행 지표에 해당할 수 있다. 고객이 공유오피스를 얼마나 잘 활용하고 만족하고 사용하는지는 선행지표를 통해 체크해야 한다.


고객을 유지하는 활동 중 가장 정확하고 직접적인 방법은 역시 입주사 대표님들과 친해지는 것이다. 사업의 중요 성과(milestone)가 있었다면 케이크나 샴페인으로 축하할 수 있다. 이러한 작은 제스처가 작지만 큰 보상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고가격 & 고관여 제품일수록 이러한 비금전적이고 인간적인 노력이 더욱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 같다. 이렇게 고객들이 이곳에서 좋은 기억을 많이 만들며 성장하고 있다고 체감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다른 옵션으로 눈을 돌릴 것이다. 실제로 경쟁사에서 멤버십 갱신일이 도래하는 입주 고객들을 귀신같이 알고 접근해 파격적인 제안을 하는 경우를 여러 번 봤다. 상도덕을 따지기 전에(?) 이런 상황은 이 고객이 우리 회사의 제품과 핏이 맞는지 검증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세상에 있는 모든 고객을 똑같이 만족시킬 수는 없으니까.


정리하자면, 회사들은 다양한 이유로 멤버십을 해지한다. 퇴실 이유 중 비용 부담이 압도적으로 많다. 같은 규모에 훨씬 저렴한 월세를 내는 다른 공유오피스로 옮겨가는 것이 일반적인 행보다. 그 외에도 투자 혹은 합병으로 인해 그 회사의 유휴 사무실 공간으로 가게 되기도 하고 또는 사업 정리로 인해 약정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도산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 고객들의 퇴실 이유 중 우리가 선행적으로 통제가 가능했던 것과 외부 요인이 크게 작용하는 이유를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통제 가능한 요인들을 최소화하는 다양한 실험들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즉, 가성비 이면에는 어떤 요인들이 있고 어떤 지표들로 설명이 가능할지, 경쟁사에 비해 어떤 기능이 현저히 떨어지는지 알아내야 한다. 많은 경영자들은 사무실 비용과 같은 고정비 지출 비중에 민감하므로 비슷한 조건이면 더 저렴한 옵션에 눈길이 가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이를 기회로 삼아 고객들이 가격 대비 훌륭하다고 느끼는 가치와 그렇지 않은 가치를 파악한다면 브랜드의 핵심 가치와 시장 내 포지션을 더욱 강화할 수 있고, 초기 고객 획득 단계에서 이 정보를 이용해 당사의 멤버십 제품과 마켓 핏이 맞는 잠재 고객들을 타겟하는 일에 낭비를 줄일 수 있다.


(다음 편에 계속)



essay by junwoo

photo by Kelly Sikke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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