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스 해킹 관점에서 본 공유오피스의 성장 (4 & 5편)
그로스 해킹 관점에서 본 공유오피스의 성장 (3편) 보고 오기
4. Referral(지인 추천) - “어떻게 하면 현 멤버십 가입자들이 주변에 공유오피스 입주를 추천할까?”
배민이나 쿠팡이츠를 통해 맛있는 음식을 배달시켜 먹고도 추천 리뷰 하나 쓰기가 매우 귀찮은 우리다. 그만큼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추천한다는 것은 수고스러운 일이다. 한 상품에 100% 만족한 사람조차 누군가에게 똑같이 추천해주기 망설이는데, 어떻게 하면 우리 고객들이 공유오피스의 효용에 대해 구전으로 전파해줄 수 있을까? 특히 그 전파 대상이 불특정 제 3자가 아닌 내 친구, 내 가족, 내 가까운 지인이라면 충분히 공을 들여서라도 좋은 것 중 가장 좋은 것을 권유할 의향이 생긴다. 좋은 건 나누고 싶은 것이 인간의 속성이기 때문이리라. 더 나아가 그 상품이 요즘 핫한 신조어로 ‘내돈내산’ 이라면, 내 추천은 더욱 신뢰성을 갖게 되고 힘이 실릴 것이다, 적어도 그렇게 보일 것이다.
내 경험상 확실히 보고 느낀 것은, 무엇을 추천하든 많이 써본 사람이 제대로 된 추천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입주 고객 중에서도 우리 공유오피스 브랜드와 지점 커뮤니티팀에게 특별한 관심을 주시는 입주사분들이 있다. 주로 대표님들인데(직원들에 비해 시간이 많이 남으셔서 그런가???), 우리와 함께 이런저런 일상 얘기를 주고받으면서도 현재 제공받고 있는 서비스에 대한 솔직하고 애정 어린 피드백을 주신다. 혹은 가까운 동료 사업자분들을 이 곳으로 초대해 직접 투어와 소개 피칭을 하시기도 한다. “내가 아침마다 여기서 에스프레소를 딱 뽑아서 한 잔 마셔!”, 혹은 “라운지 멋지지? 이런 데에서 사업을 해야 만나는 사람들이 달라지는 거야~” 옆에서 직접 들은 말이다. 처음 방문하신 분들은 즐거워하시면서 이 공간에 대한 궁금증을 안고 돌아간다. 이러한 경로로 지인 추천을 통한 입주가 종종 이루어진다.
공유오피스 입주 생활을 100% 만족하는 사람들만 주변에게 추천하는 것이 아니다. 100% 만족을 해도 다른 공유오피스에서도 똑같이 100% 만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일 당장 이 곳으로 출근하지 못하게 될 때 큰 실망감이 생기는 사람들이 더욱 애착을 가지고 아프지만 생산적인 피드백을 준다.
내가 현재 몸담은 위워크는 아주 매력적인 지인 추천 입주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 현재 입주한 고객이라면 대표 직원 불문하고 위워크에 투어 예약을 한 이력이 없는 사람 혹은 회사를 추천할 수 있는데, 이때 피추천자가 실제로 멤버십을 계약하면 추천자 개인에게 금전적 보상을 수여한다(조건 충족 시). 주로 어떤 종류의 사람들이 추천 프로그램을 활발히 사용하는지 분석 후 그들이 계속해서 이 매력적인 공유오피스를 추천하도록 지원하고 장려해야 한다. 추천 프로그램을 통한 고객 획득에 드는 비용은 거의 없다.
5. Revenue(수익화) - “어떻게 하면 멤버십 기반으로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을까?”
공유오피스라는 특수한 구매 여정을 고려했을 때 매우 다양한 곳에서 수익 모델을 실험하고 창출할 수 있다. 멤버십 별, 오피스 규모별 가격대(price band)는 최적화되었는지, 유료 부가 서비스별 가격 저항이 얼마나 되는지 등 여러 테스트를 거쳐야 할 게 많다.
단순히 공유오피스가 트렌디하고 젊어 보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회사들이 먼 길까지 와서 투어를 받지 않는다. 직원들 출퇴근 거리 및 영업 입지 조건들을 고려하면서 전통적 상업용 오피스들과 비교했을 때 직원당(head count) 임대료가 저렴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보증금 부담도 덜하고 여러모로 자잘한 것들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점, 그 외 다양한 서비스 혜택을 제공받으니 이에 대한 전체적인 기대감과 함께 입주하게 된다.
공유오피스 운영자 입장에서는 ‘입주 고객 평균 단가’, 혹은 ‘평균 제공 할인율’, ‘평당 마진율’ 등을 수익성 지표로 삼을 수 있다. 한 고객의 수익성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은 첫 입주 멤버십 계약이다. 할인 금액이나 부가 서비스 등에 대한 굵직한 계약 조건이 들어가기 때문에, 입주 기간 동안 제공될 전체 서비스 비용 대비 얼마나 가치 있는 고객인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스타트업 업계에서 통용되는, 고객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이 같은 고객을 유치했을 때 쓴 비용의 3배 이상은 되어야 지속 가능한 사업이 가능하다는 계산은 수익화 논의에서 나와야 할 질문이다. 고객 평생 가치(CLV) 결정에 가장 중요한 열쇠를 가진 외부 영업팀이야말로 이러한 지표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 입주 고객에게 계속해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커뮤니티팀과의 협업이 그래서 중요하다.
어떻게 하면 고객 평생 가치(CLV)를 더 높일 수 있을지 고민할 때
월세를 따박따박 받지만 차라리 공실로 두었다가 더 나은 조건으로 계약하는 게 나을 정도로 질 낮은 계약도 존재한다. 전략적인 차원의 문제지만, 한정된 자원으로 최대의 효율을 내야 하는 냉정한 운영 관점상 고객 평생 수익성에 따라 해당 입주사 유지 활동에 투입되는 노력에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커뮤니티팀은 고객 평생 가치에 영향을 줄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공유오피스 내부에서 사세를 확장하는 입주사들이 있듯 internal sales의 기회가 항상 존재한다. 주기적으로 고객들과 소통을 해야 한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에서는 항상 유의미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라운지에서 자주 뵙던 대표님이 요즘 따라 투자 파트너들을 만나러 다니신다거나, 계속해서 그 회사의 면접자들이 방문한다든지, 이러한 정보는 내부 영업의 신호다. 이러한 정보를 크로스 체크하고 실제 입주사 대표님과 미팅을 통해 선제적으로 제안할 수 있다.
공유오피스에는 월 입주 회비와 별개로 부가적으로 사용 가능한 유료 서비스들이 있다. 초기 계약 인원 규모보다 더 많은 인원을 추가로 운용해야 할 때, 혹은 매월 무료로 제공하는 프린트 사용량을 초과해 사용해야 할 때 등이 그렇다. 또는 회의실 수요가 매우 높아 예약에 필요한 크레딧이 매월 무료 제공량을 초과할 때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월 입주회비 외 추가 비용이 청구되는 항목과 비용을 모아 확인해보면 유의미한 추세를 발견할 수 있다. 고객 행동을 기반으로 부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최적의 상황이 무엇인지 찾는 것이 중요한데, 이는 다양한 관점으로 사용자 데이터를 분석함으로써 찾을 수 있다. 사용자들의 행동 패턴들을 들여다보면 잠재 수익이 있는 상황을 포착할 수 있을 것이다.
입주한 첫날부터 다시 이사하는 퇴실일까지 고객이 경험하는 모든 과정을 한 축을 기준으로 도식화하면 어느 지점에서 부가 수익 창출이 가능한지 확인할 수 있다. 도식의 근거는 반드시 과거 최근 데이터에 있어야 한다. 특정 분기에 약 40%의 입주사가 크레딧을 초과해 사용했다면 이 시점에 추가 수익 창출의 기회가 있는 것이다. 입주한 회사의 부서 성격상 외근이 잦다면 유연한 주차 서비스를 고려할 수 있다. 외부 파트너를 초청해 회의를 많이 하는 회사라면 방문객들이 찾아오기 더 수월한 지점에서 정기적 회의를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다. 전자상거래 회사들은 외부에 물류 센터를 따로 운영하고 있다 하더라도 유사시를 대비하여 사무실에 일정량의 재고를 관리한다. 이런 회사들에게는 부가 유료 서비스로 창고 공간 대여를 제안할 수 있다.
더 나아가 공유오피스의 벤더사들을 통해서도 부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서울 업무 지구에 있는 대부분의 상업용 건물들이 주중 9-6시에 주차난을 겪는다. 공유오피스에서 제공할 수 있는 주차 슬롯은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이때 커뮤니티 카 쉐어링과 같은 주차장 거점 기반 카쉐어링 서비스가 있다면 외근이 잦거나 임원들을 위해 운용할 차량을 상시 준비해야 하는 입주 고객들에게 매우 매력적인 부가 서비스가 될 수 있다. 이 서비스 공급자와 직접 운영 계약을 맺고 공유오피스의 서비스 사용자를 연결해줌으로써 발생하는 관리 수수료(management fee)를 수익모델로 삼을 수 있다. 하지만 고객은 배보다 배꼽이 큰 전략이냐고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이와 같은 부가 수익화 전략을 운영할 때는 시장 가격도 고려하면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정리하면, 두 번째 퍼널 <고객 활성화> 단계에서 공유오피스의 핵심 가치인 유연성과 편의성에 초점을 맞춰 사용자 경험을 설계해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된다. 미미한 정도의 수익화 전략을 고수해 그간 공들여 관리한 고객 충성도를 단번에 망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고객별로 체감하는 공정한 가격밴드(price band)가 다르다. 입주 고객과 공유오피스의 핏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AARRR, 철학이 담긴 사업 운영 나침반
나는 AARRR 개념을 매우 늦게 접했다. 그동안 그로스 해킹이라는 단어는 마케팅 분야에만 적용되는 하나의 기술적인 트렌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로스 해킹(Growth Hacking)은 한 회사의 존재 목적을 상기시켜줄 수 있는 도구이자 공동의 목표를 향해 기민하게 항해할 수 있는 해적단 매뉴얼 같다는 생각을 했다. 말 그대로 가장 빠르고 효율적으로 성장(성장이라 적고 생존이라 말한다)하기 위한 보물 지도이다.
제품만 좋으면 팔린다는 것은 옛말이다. 탁월한 제품력으로 절대적인 경쟁 우위에 있는 기업은 이 세상에 몇 개 안 된다. 이 세상 대부분의 기업은 한 명의 고객을 더 획득하고 고객 한 명을 더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상대적인 우위 싸움에 놓였다. 상대 우위를 지속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조직이 일사불란하게 공동의 목표를 향해야 하는데 이 여정에 AARRR 그로스 해킹 기법이 실험적 이정표가 될 수 있다. 기업이라는 사회적 인격체가 어떤 높이에서 생각하는지에 따라 그 회사의 존재 목적과 행보가 달라진다.
기업의 목적은 고객을 창조하는 것이다. 그리고 기업이 무엇인지 결정하는 것은 고객이다.
- 피터 드러커
그로스 해킹 관점에서 본 공유오피스의 성장 편 끝.
essay by junwoo
photo by Austin Neill, Aaron Burd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