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와 스포티파이 사이 어디쯤

공유오피스라는 상품

by Jab n Wrestle

지금의 공유오피스 시장이 있기 전에 리져스(Regus)가 있었다. 일반적으로 5년 이상 단위로 계약하는 상업용 사무실 계약에서 벗어나 Serviced Office라는 상품을 통해 단기 계약으로도 비서 서비스부터 회의실, 탕비실 등의 서비스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 1989년에 설립된 이 코워킹 사무실 서비스는 위워크가 등장하기 20년 전부터 이러한 단기 사무실 상품을 팔고 있었다. 빌 게이츠나 래리 페이지, 또는 제프 베조스처럼 자기 집 차고에서 사업 성공 신화를 만들어낸 이야기들이 이제 와서야 미화되고 있지만, 정말 단순하게 회사를 키울 수 있는 저렴하고 유연한 옵션이 당시엔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24시간 고속 인터넷과 조명 등이 갖춰진 사무실이 있었다면 많은 IT 선구자들은 집이 아닌 이런 곳에서 밤새 코딩했을 것이다. 지금은 코워킹 스페이스에 입주하는 것이 우수 인력 수급이나 펀딩에도 훨씬 유리하기 때문에 괜히 작은(?) 투자 없이 어려운 길을 택하는 것은 오히려 성장 타이밍을 놓치는 것일 수 있다.

공유오피스 산업의 두목 격인 리저스는 공유 사무실의 효용적 측면에만 집중했다면, 위워크는 아름다운 사무 공간을 함께 이용하는 입주사간의 공동체적 가치를 내세웠다. 리저스가 제안해온 코워킹 공간의 정의를 위워크는 밀레니얼 세대에 편승해 세련되게 개편한 셈이다. 어디가 사업을 더 잘했고 못 했고를 떠나서 위워크가 공유오피스 시장의 인지도와 함께 접근성을 크게 높였다는 것은 사실이다. 새 기술은 오래된 것들을 옛것으로 만든다. 무엇보다 기술은 사람들의 생활 양상을 바꿔놓는데, 사무실과 같은 전통적인 고관여 제품들도 디지털 상품을 판매하는 것과 같이 접근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만들었다. 공유오피스 상품은 아래와 같이 디지털 상품의 성격을 갖는다.

구독형
구독형이라 하면 거창한 포지셔닝으로 보이지만, 즉시 납부 비용을 심리 저항선 아래에서 지불 가능한 가격으로 월별 청구가 가능한 모든 사업 모델을 말한다. 다양한 결제 플랜 중에서 공유오피스 사업자들은 멤버십이라는 이름으로 월 임대료를 받는 것이다. 구독형 상품의 등장에는 소유욕에서 경험 추구적인 소비 행태로의 변화도 한몫했고 고객의 노마드적인 모습에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돈이 없어서일 것이다. 우리 세대 중 절반 정도는 부모님 세대보다 더 못 벌고 있다. 이렇게 세대별 구매력의 변화로 인해 크기와 무관하게 웬만한 상품은 모두 구독형으로 이용이 가능해졌다.


다만 코워킹 공간 사업의 구독형 상품은 와이즐리의 면도기 구독 서비스와는 원가 구조가 다르기에 지속 가능한 영업을 위해서라면 어떻게 구독형 상품을 유저에 맞게 빠르게 선보일지가 생존의 관건이다. 시세차익형 부동산이 아닌 수익형 부동산 사업 특성상 꾸준한 캐시플로우를 위해서는 단순 경험만을 충족해서는 살아남기 어려운 게 공유오피스 시장이다. 고정비형 기업의 특성상 거시경제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는데, 이는 유연한 구독형 서비스가 독이 될 수 있다. 팬대믹 상황에서 구독형 구매 플랜은 공유오피스 업계에 양날의 검이 되고 있다.

디지털화

나이키나 BMW 차와 같은 소매품은 신제품의 릴리즈 주기에 따라 새로운 마케팅 전략이나 브랜딩을 새로 조정하거나 맞춘다. 공유오피스 상품은 퍼블리나 스포티파이와 같은 IT 회사처럼 더 짧은 주기로도 리테일 마케팅이 가능하다. 공유오피스도 A/B 테스팅이 가능하다. 빠르게 시도할 수 있는 것은 부동산 상품의 정보 탐색이 점점 디지털화되고 비대면화하면서 발견된 새로운 기회라고 생각한다.

살 집을 구할 때 복덕방 사장님을 연상시키듯, 회사 사무실을 찾을 때는 브로커나 중개인처럼 좋은 매물을 찾아주고 거래를 연결해주는 사람이 필요했다. 이러한 일들은 직방, 다방, 사무실찾기 등 새로운 플레이어들이 등장해 프롭 테크 시장을 형성하며 기존 중개 시장을 파괴하고 있다. 폐쇄적인 네트워크와 정보의 비대칭성이 높은 시장에는 레몬 상품이 많이 존재한다. 부동산도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디지털화되면서 구매자에게 더 공평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잠재 고객들도 많아지고 접근성도 높아지게 되었다.

D2C(Direct-To-Consumer)

나이키가 작년 팬데믹 상황에서도 매출이 늘 수 있었던 일등공신은 공식 웹 스토어 덕분이었다. JD 스포츠와 같은 대형 유통 사업자들과의 파트너십에 의존하지 않고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채널에 집중한 덕분에 디지털 매출이 크게 늘었다. 여러모로 맥락은 다르지만, 공유오피스 상품도 고객에게 직접 판매하는 경로가 커지고 있다. 공유오피스는 라이프스타일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집값 상승과 대중교통 노선 확장 등은 직주근접의 열망에 논리적인 대안을 제공할 것이고, 여기에 거점형 공유오피스가 더 많아진다면 변화하는 라이프스타일에 대응이 가능하다. 임대 절차가 간단해지면서 사용자의 직접 구매율이 높아지니 앞으로 공유오피스의 영업 전략에 D2C는 한 축이 될 것이다. 위워크는 ‘All Access’, ‘On Demand’ 상품을 통해 하루 전까지 집에서 가까운 위워크 거점 사무실을 앱으로 편하게 예약하거나 구매할 수 있는 상품을 출시했다. 이렇게 MZ세대의 다양한 직업 형태를 수용할 수 있으면서 IT 인력 채용에 혈안인 기업들에게 D2C 판매는 임박한 변화 중 하나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플랫폼화

플랫폼 서비스업자가 되기 위해서는 높은 유저 트래픽을 수용할 수 있으면서 동시에 유저들이 오랜 기간 머물며 다양한 기능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플랫폼(공간) 안에서 유저의 행동 패턴은 데이터화 되어 고객 세그먼트별 Product-Market Fit을 검증할 수 있는 정량적 증거가 된다. 플랫폼 서비스의 필요 충족 요건에는 편리한 유저 사용 경험이 있다. 유입된 고객들을 락인(Lock-In)할 수 있다면 가격이나 정책 등에서 사업자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많아진다. 그 말은 사업을 좀 더 유리하게 가져가면서 경쟁사로부터 이점을 갖는 것이기도 하다.

침대 다음으로 가장 오래 머무는 공간은 사무실 내 본인 책상일 것이다. 집 : 침대 = 사무실 : 책상 이렇게 비교해봐도 이질감이 없다. 그럼에도 사무실을 구할 때 집만큼의 편안함을 찾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고객의 구매 여정에서 공유오피스가 위치한 곳은 어디며, 무엇을 해결해주길 바라는 것일까? 공유오피스 상품은 애착과 효용 사이의 줄타기다. 다음 포스트에서는 Peter Morville의 UX 7요소를 통해 하나씩 조명해보고자 한다.


essay by junwoo lee

photo by azoquantu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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