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오피스는 처음이 아니라서요 (1)
한국부동산원의 자료에 의하면 작년 서울에서 이루어진 주거용 부동산 거래 수는 약 1백만 건 정도 된다. 전세, 월세, 매매 등의 거래를 모두 합했을 때 한 달에 약 8만 개 정도의 매물 소유주 혹은 세입자가 바뀐 것이다. 하루면 약 2,500개가 넘는 숫자다.
반면에 이런 매물들을 중개하는 공인 중개소는 서울에 몇 개가 있을까? 국토교통부 홈페이지에 등록되어 있는 수 보자면 서울에 약 22,800개의 개업 중개소가 있고, 강남구에만 2,700개로 가장 많다. 집이 많고 좋은 위치에 있고 또 당연히 사람이 많이 살 수록 중개업소도 많다. 공급과 수요를 이어주는 역할이 많이 필요하니 당연한 이치다. 그러나 거래를 성사시키는 수수료가 이들의 주 수입원인데 작년에 성사된 거래량에 비해 중개소의 수가 좀 많은 것 같기는 하다.
사람의 의식주 중 주를 담당하며 살 사람과 팔 사람을 이어주는 역할의 초기 형태는 복덕방이었다. 토지나 건물 등 부동산의 매매·대차·교환을 위한 중개나 대리 사무를 해주는 곳이었기에 현재의 공인중개소와 하는 일에서 바뀐 것이 거의 없다. 복과 덕이 있는 방이라는 뜻을 가진 만큼, 인간이 소유할 수 있는 것 중 가장 큰 자산을 중개해주며 거래 당사자들에게 복과 덕을 빌었던 공간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1961년에는 박정희가 정권을 잡고 정부 주도로 강력하게 실시된 경제개발계획은 다양한 용도의 택지와 주택 수요를 낳았다. 이에 따른 건설업 붐으로 아파트와 주택 공급도 폭발적으로 늘어 복덕방이 더 활기를 띄었다. 높아만 가는 집값과 함께 이른바 ‘복부인’과 복덕방의 수수료 장사도 아주 짭짤했지만, 결국 탐욕이란 거품이 끼기 시작하며 여러 투기 행태와 사회/법적인 문제가 빈번히 발생하였고, 1984년에는 부동산중개업법이 제정된다. 이제 바야흐로 ‘부동산 중개업소’라는 말 그대로 국가의 허가를 받은, 짱짱한 간판을 걸고 더 높은 전문성과 체계화를 갖춘 플레이어들이 등장하게 되었고 이에 복덕방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우리가 아는 복덕방은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며 단순 소일거리 수준으로 매물을 중개하는 곳이었다. 적극적으로 많은 물건을 보유하고 거래를 성사시키려는 경쟁자와는 애초부터 게임이 되지 않는다. 지금은 어떤가, 변호사, 행정사 등 전문직들도 부동산 거래를 중개하는 사례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전문직종의 공급 과잉에 따른 밥줄 뺏기 싸움이라 하지만, 그만큼 부동산 거래 중개의 진입 장벽이 낮은 것일 수 있고, 그리고 노하우와 더 높은 전문성을 내세운 영업 마케팅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사실 변화는 이제부터다. 직방과 다방은 주거용 부동산 시장을 새로 정의하는 프롭 테크(Property + Tech) 플레이어다. 기존의 부동산 거래 시장은 국가 정책에 매우 민감하고, 중개인과 임대인 사이에서만 정보 거래가 활발했던 시장에서 프롭 테크 직방이나 다방과 같은 회사들이 이제 집을 구하는 임차인이 더 많은 정보에 접근하여 더 간편하게 거래를 할 수 있도록 기존의 거래 관행에 변화를 가져왔다. 한국 프롭 테크포럼에 따르면 작년 10월 기준 국내 프롭 테크 기업들의 총 투자유치 금액은 무려 1조 4천억 원이다. 지금처럼 부동산과 같은 폐쇄적인 업계에서 빅데이터, 블록체인, AR/VR 기술이 본격적으로 침투하게 되면 더 큰 파괴적인 혁신이 예상된다. 그 혁신의 혜택은 대부분 구매자와 세입자에게 돌아갈 것이다.
이처럼 경제 선진국들에 비해 한국 주거용 부동산 시장의 역사는 길지 않음에도 변화가 굉장히 빠르다. 새로운 기술과 기업들이 등장하며 시장의 풍경을 바꾸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역사는 이보다 더욱 짧다. Colliers, CBRE, JLL, Savills, C&W, Knight Frank와 같은 글로벌 종합부동산서비스 회사들이 국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진출하면서 수준도 높아지고 또 서구화되었다. 그래도 상품의 특성상 정보는 폐쇄적으로 관리되거나 파편화되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언제든 새로운 파괴자들이 진입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세상에는 막을 수 없는 변화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 모든 변화는 사람에서 오고, 그 중심에는 공유오피스 플레이어들이 있다.
공유오피스는 스타트업과 1인 기업가들에게 양질의 업무 공간 옵션을 제공함으로써 이들에게 힘(empowerment)을 불어넣었다. 이 가치를 가지고 역세권의 임대 공간을 크기별로 구획해 대여하는 ‘구독 서비스’ 형식을 도입한 것은 공유오피스의 초기 모델이었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피드백도 고무적인 데다 고객들의 데이터가 축적되면서 더 많은 사업 기회가 생기고 있다. 지금까지 회사는 무조건 사세를 계속해서 확장하는 것이 목표였지만 이제는 고무줄처럼, 또는 부채처럼 줄였다 늘렸다 할 수 있는 유연성이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해졌다. 이와 함께 인재 영입 경쟁과 공급되는 인력들의 성격(MZ 세대)도 무시할 수 없다 보니 공유오피스의 타겟 세그먼트와 포트폴리오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다양한 디지털 마케팅 기법이 시도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이 빠르게 변하고 있고 거래 데이터가 축적되고 있다는 증거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업은 결국 사람에서 시작해 사람으로 마무리된다. 그게 최종 사용자(End User)든 의사 결정자(Decision Maker)든 사람을 고민하지 않은 영업은 무의미하다. 단순히 공간에 사람을 채워 넣는 역할은 인기를 잃을 것이다. 계속해서 고객에게 더 많은 권한과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기업이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사무 공간의 정의가 변하고 있다.
출처:
기사: 서울 부동산중개업소 2만3천여개…강남구 2천324개 1위
기사: 생존 경쟁 내몰린 변호사…공인중개사·행정사와 '영역 다툼'
essay by junwoo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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