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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잘 쓰는 공유오피스 어디?

공유오피스 운영의 소모품 그리고 투자

by Jab n Wrestle

위워크가 다른 공유오피스와 차별된 여러 이유 중 하나는 과일수(fruit water)와 생맥주 탭(beer tap)이 있(었)다는 점일 것이다. 2016년 8월에 강남점을 오픈한 당시에는 굉장히 센세이셔널했다. 과일수라니, 그것도 한 종류의 과일이 아니라 라임, 레몬, 자몽, 오이 등 아주 많이 들어갔다! 매일 아침마다 쓸 과일을 슬라이스해서 과일수통 벽면에 데코레이션 한 후 얼음을 붙고 물을 넣어 완성된다. 라운지에 입장할 때 과일수가 주는 시각적인 효과가 분명 있었다. 지점 투어를 하는 고객사들은 꼭 한 잔씩 마셔보고 싶어 했다.


생맥주 탭은 위워크가 처음부터 그냥 일만 하는 공간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는 말을 크게 해 주었다. 널찍한 라운지와 공짜 맥주의 조합은 입주자들로 하여금 분명 설레게 만드는 어메니티였음은 분명하다(생맥주 탭이 있는 지점은 법적 미성년자를 멤버로 등록할 수 없다는 이용 약관이 있다). 이로 끝내면 섭섭하다. 공용 냉장고엔 우유와 멸균 두유도 제공했다. 에스프레소 머신에서도 라테류를 뽑아 마실수는 있지만 따로 우유와 두유를 제공했을 때는 별개의 서비스로 체감되었다.


이 서비스들은 월별 운영비에서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을 차지한 소모품 항목이었다. 그래서 19년 IPO 무산 이후에 과일수가 사라졌다. 코로나 팬데믹 시작에 맞춰 생맥주 탭은 굳게 잠겼다. 우유와 두유는 남아있다(위기의 위워크, 비용 절감 나서나​).


이런 ‘무료 제공 서비스’에 대한 입주사들의 오/남용, 피드백은 굳이 언급하지 않겠다. 위 서비스를 제공함에 있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반발한 것은 입주자들이었다. 있다 없으니까. 일시적으로라도 브랜드 로열티는 약해졌다. 2019년 10월을 기점으로, ‘이런 서비스들이 있으니까 이 멤버십 가격을 이해한다’에서, ‘이런 서비스를 하니까 이렇게 쓸데없이 비쌌지’로 바뀌는 건 한 순 간이었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많겠지만, 위워크의 이러한 서비스 제공이 순전히 돈 낭비였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 물론 위워크의 이런 서비스들이 꼭 필요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위워크의 치명적인 약점이 사무실 내 냉난방 서비스의 부재였는데, 마켓별 경쟁자 상황을 주시하지 않은 안일함에 근원 했다(로컬라이제이션이 조금 늦었다).


위워크가 한국 공유오피스 시장에 끼친 영향력은 매우 크다. 이 시장에서 커뮤니티 서비스의 기준을 세웠기 때문이다. 스파크플러스와 패스트파이브는 초기에 위워크를 매우 세밀하게 밴치 마킹했고 양사가 제공했던 서비스는 위워크의 서비스에서 파생했거나 따라한 수준이었다. 스파크플러스는 과일수, 생맥주 탭, 우유 두유가 모두 없다. 그리고 이것들이 없다는 것을 자랑스레 생각한다. 패스트파이브엔 과일수는 없다. 하지만 생맥주 탭 대신 콤부차 디스펜서가 있다(참고로 위워크 해외 지점에는 녹차, 콤부차, 스파클링 워터 디스팬서들다 있었다). 우유와 두유도 제공하고 있으며 시리얼도 있고 m&ms 초콜릿도 있다(하트)!


코로나 팬데믹 기간이 2년을 훌쩍 넘어가고 있다. 앞으로 공유오피스는 어떻게 돈을 써야 할까?


돈을 잘 쓴다는 것은 예산을 투자하여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어디에 써야 잘 썼다고 할까? 고객 대상 비용과 조직 대상으로 나눠 생각해볼 수 있다.


기업이 일정 수준의 규모로 커질 때까지 달성해야 할 선행 목표가 있기 때문에 자동화 프로그램이나 인프라에 투자하기가 쉽지 않다. 설립 1,2년 차 때는 Salesforce나 Sendbird 솔루션을 구입하기보다 SDR(Sales Development Representative)를 채용하는 것이 더 나은 투자일 것이다. 프로그램이 필요할 만큼 리드 및 파이프라인 관리 소요가 많아질 시기는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또 외부 프로그램을 도입하기 전에 우리에게 꼭 필요한 데이터 프레임워크가 뭔지가 먼저 확립되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솔루션을 전사에 도입하는 것은 경영자에게 있어 큰 도전이자 투자다.


반면,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새로운 성장 국면을 맞았다. 앞으로 펼쳐질 사업 기회에 맞게 기능별로 편제도 늘리고 직원 수도 이제 150명이나 된다. 신사업도 전개하고 기존 사업도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서 할 일이 많아졌다. 하지만 직원이 30명일 때 일하는 방식 그대로 구글 스프레드시트와 구글 드라이브로 업무를 진행한다면 과연 기대한 만큼 효율이 나올까? 기업의 규모와 생리에 맞게 알맞은 SaaS를 쓰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업이 잘 돼서 오픈하는 지점 수가 많아지면 관리할 SKU도 그만큼 는다. 그럼 세일즈 리드도 많아지고 그중에 누가 유력한 고객사 인지도 실시간으로 공유되어야 한다. 입주사가 늘면 청구 대상자들도 늘고, 공유오피스 계약 특성상 입주-퇴실이 잦다 보니 이후 단계도 추적해야 한다. 이것들을 스프레드시트나 잔디/슬랙으로만 관리하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 업무 자동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아마도 큰 허들은 공유오피스에 최적화된 인벤토리 관리 소프트웨어가 몇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잘하고 있는 서비스에서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투자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내부적으로 혼란이 생기고, 커뮤니케이션에 빈 공간이 생기고 그걸 사람들이 일일이 설명하고 다녀야 한다. 여기서 발생하는 시간적 인적 자원의 낭비는 경쟁 시장에서 발목을 잡을 수 있다.


그래서, 돈을 잘 쓰는 공유오피스가 어디냐고 묻는다면, 아직 알 수 없다. 위워크는 APAC 본사가 싱가포르에 있기 때문에 한국 마켓에서 단행할 투자 방향에 상당 부분 제한이 있다. 다만 내부 인프라는 최고 수준이다. 위워크 코리아는 해외 지사 선정 기준이 높아 까다로운 외국계 엔터프라이즈를 유치하는 세일즈 퍼널에 투자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단순 내 생각이다). 다른 두 로컬 메이저 브랜드는 어떻게 쓰면 돈 잘 썼다고 소문이 날까? 앞서 말한 것처럼 소프트웨어에 투자하는 방법이 하나다. 그리고 개발 역량에 투자하는 것이다. 공유오피스(거점오피스 포함)가 하나의 SaaS(Space-as-a-Service)가 되어가고 있는 이 상황에서 개발자들을 충원하는 것이 좋은 투자라고 생각한다.



essay by 이준우

photo by Annie Spra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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