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준의 모티브 133]
이제는 혼자서 일한다. 예전에는 집에서 일한다는 것이 상상에 불과했지만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는 리모트 워크가 일상이 되었다. 외국계 기업뿐만이 아니라 국내 대기업도 일주일에 2~3일은 집에서 일하는 회사가 흔하다. 우리나라 매출 100대 기업 중 사무직 기준으로 73% 회사가 재택근무를 하고 있고, 코로나 해소 후에도 리모트 워크를 유지하겠다는 회사는 49%이다.*
리모트 워크로 가는 데는 이유가 있다. 팬데믹에서는 안전이 우선이었지만, 이 외에도 직원들은 출퇴근 시간을 아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아침저녁으로 1시간씩 보통 2시간을 꽉 찬 지하철과 버스에 시달리며 출퇴근을 해야 하는데, 이 시간을 아낄 수 있으니 몸도 편하고 비용도 줄일 수 있다. 집에서 일하면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서 자유롭게 일할 수 있고, 시간의 운용을 자신의 맘대로 할 수 있는 부분이 크다. 직원들은 일하는 환경이 자유로우니 만족도가 높다.
회사 입장에서도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비용 중에 큰 것이 사무실 임대료인데, 리모트 워크를 기본으로 가져가게 되면, 사무실은 출근하는 사람들의 규모로만 운영하면 되니 임대공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일은 팀즈나 줌, 이메일 등 디지털 솔루션을 기반으로 하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할 수 있다. 글로벌로 일하는 회사는 아침에는 미국이나 캐나다와 일을 하고, 퇴근할 때는 인도나 유럽 쪽에 일을 넘기게 되면 24시간 끊기지 않고 일을 진행시킬 수 있다.
이제 어디서든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은 갖추어졌으니, 관심을 갖게 되는 부분은 일을 얼마나 잘하는지, 생산성에 관한 부분이다. 오프라인으로 함께 일을 할 때는 팀원이 어떻게 하나 살펴보거나 일하는 시간으로 관리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일하는 과정을 살펴볼 수 없으니, 어디서 뭘 해도 상관없으니 결과로 보여 달라는 세상이 되었다. (Result Only Work Environment)
온라인으로 일하는 것이 공간의 자유도에서는 장점이 있으나 커뮤니케이션의 용이성 부분에서는 아쉬움이 있다. 작년 카카오에서 있었던 화재에서 대처가 늦었던 이유가 구성원들이 제 자리에 있었다면 훨씬 빨리 커뮤니케이션하고 의사 결정할 수 있었는데, 서로 간에 필요한 구성원을 바로 대면할 수 없어서 아쉬웠다는 평가가 있다. 온라인으로 회의를 하면 아무래도 호흡이 조금 늦는 것 같고 표현 못하는 부분도 있다.
특히 협업 부분에서 어려움이 존재한다. 직원 간 커뮤니케이션 양도 확실히 줄어들고, 개인적인 관계 형성도 어렵다. 신입 직원이 들어오면 선배들이 챙겨주고 가르쳐주면서 일하면 좋을 텐데 이러한 관계가 잘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러한 아쉬운 점들이 눈에 보이니 오프라인 사업장으로 직원을 나오게 하려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무실로 나오게 하면 저절로 협업이 될까? 물론 환경이 나아지니 그럴 가능성은 높아지지만 협업이 자동으로 되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협업을 잘하는 구성원은 자신의 일도 잘하지만, 함께 일하는 것의 중요성, 팀으로서의 공동체 의식, 한 조직의 구성원으로서의 책임감 등을 느끼고 실천하는 이들이다.
개인적으로 어디서 일하든 주어진 일을 잘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거기서 멈추게 되면 자신의 가치도 커지지 않는다. 본인 이외 다른 팀원도 생각하고, 우리 팀을 넘어, 그 한계 이상으로 조직을 생각하고 일할 때 본인의 가치도 그만큼 커지는 것이다. ‘난 받은 만큼만 할래’,'주어진 것만 잘하면 되지 않아?’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본인의 가치도 딱 그만큼만 갖게 된다.
누가 보던 안 보던 자신은 어떻게 일하는지 안다. 그리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도 그가 어떻게 일하는지 다 안다. 자신이 성장하고 더 많은 것을 얻고 싶다면 그에 맞는 행동이 필요하다. 그 삶은 주어진 것만 수동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필요한 것을 찾아 충실히 실천할 때 얻어진다. 어디서 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느냐 이다.
* 22.6. KEF 경총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재택근무 현황조사' 결과
[이형준의 모티브 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