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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형준 May 01. 2024

인생을 바쳐 승리를 쟁취한 알렉스 퍼거슨

명장의 팀 코칭

비가 쏟아지는 올드 트래포드 경기장. 선수 들은 전쟁을 치르듯 공을 몰고 뛰어다니고, 경기장에 그어놓은 선 앞에는 은색 머리와 두꺼운 안경을 쓴 그가 껌을 질겅질겅 씹으며 선수들을 주목하고 있다. 검정 색 코트의 깃을 세운채,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경기를 바라보는 그는 소리를 지르며 경기에 몰두하고 있다. 박지성 선수를 보기 위해 찾아보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경기는 언제나 세계 최고였다. 절대 질 것 같지 않은 팀. 언제나 승리가 당연한 것 같은 팀을 그는 어떻게 만들었을까?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1941년 스코틀랜드 고반에서 태어났다. 골을 넣는 센터 포워드였던 그는 당시 스코틀랜드 리그 역사상 최고의 이적료를 받은 선수였다. 1974년 감독으로 입문하여 에버딘의 지휘봉을 잡아 국내 리그에서 성공을 이어 나갔고 1983년에는 레알 마드리드를 꺾고 위너스 컵을 차지하면서 많은 관심을 받게 되었다.


1986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부임한 이후 FA컵 우승 5회, 프리미어리그 우승 13회, 챔피언스리그 2회를 포함하여 총 38개의 우승컵을 구단으로 가지고 왔다. 또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역사에 길이 남을 트레블을 달성했고 프리미어 리그가 전 세계적인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 이 공로를 인정받아 1999년 영국 왕실로부터 기사 작위를 수여받았다. 38년의 감독 생활 중 총 49개의 우승컵을 따내며, 영국 축구 역사상 가장 성공한 감독으로 꼽힌다. 


그가 팀을 ‘리딩’하면서 밝힌 자신의 생각 중에 눈에 띄는 부분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관찰, 리더가 자신의 팀을 이끌어가면서 꼭 해야 하는 것은 여러 관점에서 살펴보는 것이다. 초기 그는 마이크로 매니저였다. 무엇이든 자기가 직접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수석코치가 자신의 일은 무엇이냐고 따지자 서로 언성을 높이고 난 이후 한 발짝 물러나는 법을 배웠다. 그는 진짜 리더라면 한 걸음 떨어져 큰 그림을 볼 수 있는 자리에 서라고 한다. 관찰에는 두 가지 형태가 있고 그중 하나는 꼼꼼하게 들여다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큰 그림을 보는 것이다. 이 두 가지 관찰을 다 할 줄 알아야 중요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2005년 유러피언컵 준준결승전에서 PSV 아인트호벤과 맞붙은 리옹의 마이클 에시앙을 스카우트하기 위해 살피러 갔는 데, 경기 중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를 발산하며 코커스패니얼처럼 경기장을 휘젓고 다니는 선수를 발견했다. 그가 바로 박지성이었다.


독서, 퍼거슨 감독은 학교 다닐 때 그렇게 공부에 관심 있거나 잘하는 학생은 아니었다. 축구만 좋아하던 그가 감독이 되어서는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서 여러 노력을 했고, 그중 하나는 책과 신문 등 각종 자료를 읽는 것이었다. 주로 자신의 일에 관련 있는 책을 읽었지만, 그의 관심은 축구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잘 알지 못하는 스포츠 종목의 감독에 관한 책도 읽었다. UCLA 농구팀 명장인 존 우든(12 시즌 동안 UCLA를 전국대회 우승으로 이끌었음)은 전략을 세우기보다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는 방면에서 탁월한 감독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선수를 애정하는 감독도 선수들이 말을 듣지 않거나 자신이 정해 놓은 길에서 벗어나려 하면 그대로 두지 않았던 점 또한 배웠다. 또한 빈스 롬바르디에 관한 책도 언급했는데, 그가 ‘그린베이 패커스’라는 미식축구 팀의 감독을 맡았던 시절, 자신이 영국 축구에 미쳐 있었던 만큼 롬바르디 감독도 미식축구에 미쳐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롬바르디 감독이 “우리는 경기에 진 것이 아니라, 다만 시간이 부족했을 뿐이다.”라는 말을 인용하며 자신감과 준비의 중요성울 말한다. 웨인 루니가 트위터로 팬과 언쟁을 하고 문제를 일으키자 ‘트위터는 인생의 낭비다. 인생에서는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차라리 독서를 하라’고 했던 말은 진심이었다.


규칙, 규칙을 포기하는 순간 성공과는 영원히 이별이다. 감독으로 부임했을 때 주요 임무 중 하나는 팀의 기강을 바로잡는 일이었다. ‘헤어드라이어’라고 상대방의 머리카락을 날릴 것처럼 소리 지르는 그가 밝힌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처벌은 무관심이다. 사람들 앞에서 모욕을 주거나 호되게 꾸짖을 필요도 없다. 하지만 인정받고 싶은 욕구는 인간의 본능이기 때문에, 당사자에게는 처벌받고 있다는 느낌을 분명하게 전달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원칙은 임시방편보다 중요하다. 승리는 한 명, 한 명의 뛰어난 선수들이 훈련에 최선을 다하고, 체중을 유지하고, 충분히 숙면을 취하고, 정확한 시간에 경기장에 나타나기만 한다면, 승리의 절반은 이미 이룬 셈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많은 구단들이 이 간단한 일을 해내지 못한다. 그는 이 부분을 규칙을 기반으로 모든 멤버들이 당연하도록 만들었기에 맨유가 명문팀이 되었던 것이다.


근면 성실, 결혼식 날에도 아이가 태어났을 때도 그는 운동장에 있었다. 퍼거슨은 자신이 클라이드 강변에 뿌리를 내린 노동자 계급 출신이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조선소 노동자로 일주일에 60시간을 춥고 위험한 환경에서 일하면서 몸소 보여주었던 아버지의 투지와 인내에 대한 기억은 그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 부모님들이 등골이 휘도록 일하는 모습을 보고 자라난 덕택에 퍼거슨 감독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는 열심히 일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라는 사실을 마음 깊숙이 받아들이게 되었다. 대충 일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었고, 충분한 시간을 쏟아붓지 않고 타고난 재능을 썩히는 사람들을 보면 화가 났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함께 했던 1,500번의 경기 중에 단 세 번의 경기에 불참했는데, 첫 번째는 1998년 글레스고에서 제수씨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서, 두 번째는 2000년 남아공에서 치렀던 첫째의 결혼식, 마지막은 2010년 골키퍼 다비드 데 헤아를 영입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매번 선수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다른 팀보다 더 열심히 노력하기를 멈추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아니다.”


동기부여, 독한 말만 할 것 같은 그가 말하는 영어에서 가장 강력한 말은 “Well done(잘했어)”이다. 리더십의 본질은 선수들이 미처 깨닫지 못했던 5퍼센트의 능력을 이끌어내는 것. 그는 선수의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되면 주저 없이 잘못을 지적했지만, 그래도 언제나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려했다. 가령, 어린 선수에게 “공을 질질 끌면 절대 좋은 선수가 될 수 없어”라고 윽박지르기보다 “패스를 많이 하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지적할 때면 격려와 함께 이런 식으로 말을 건넸다. “더 잘할 수 있었잖아?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거야?”. 선수들에게서 최고를 이끌어내기 위한 또 하나의 방법은 모든 사람이 선수를 비난할 때에도 진정으로 신뢰하는 것이다. 베컴이 영국 국가대표 경기에서 자기 몫을 못해 온 나라의 팬들에게 비난받을 때, 가장 먼저 나서서 변호하고, 진심으로 위로하는 사람은 퍼거슨이었다.


위대한 리더는 두 가지 특성 때문에 일반적인 관리자들과 구분된다. 첫 번째 특성은 집착이다. 평생 다른 일을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은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일을 하는 사람들보다, 자기 자신의 일로부터 더 큰 성취감을 맛본다. 집착을 가진 사람들은 조직의 계단을 하나씩 밟아 올라가면서 적자생존의 치열한 업무 현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보다, 자신의 소망에 대한 열정을 훨씬 더 강력하게 유지하고 있다. 이런 사람들은 훨씬 자연스럽게 일관성을 간직하며 이것이 리더십의 핵심이 된다. 


위대한 리더의 두 번째 특성은 사람들을 다루는 기술에 있다. 이들은 직원과 동료로부터 놀라운 성과와 열정을 이끌어낸다. 성공은 무대 뒤에서 이루어지는 힘든 노력으로부터 빚어지는 것이다. 퍼거슨은 성실함의 가치를 믿었고, 스스로의 행동으로 그 모범사례를 보여주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기준을 남들에게 똑같이 요구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의 말과 행동은 함께 하는 이들에게 신뢰를 주었고, 이는 그를 믿고 따르게 만들었다. 또한 그가 만든 성과가 많은 이를 믿게 만들었다.


퍼거슨 감독은 성공을 돈으로 살 수 없다고 생각했다. ‘성공은 쟁취해야 하는 것이다.’라고 믿었다. 그는 언제나 개인보다 팀을, 그리고 과거의 성과보다 미래의 성과를 중요하게 여겼다. 그는 경쟁자들 때문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일을 절대로 용납하지 않았고, 팀의 운명은 외부 요인이 아니라 언제나 올드 트래퍼드 안에서 결정 나는 것이라 믿었다. 전술은 중요한 것이지만 전술이 시합에서 이기는 것은 아니라 시합에서 이기는 것은 인간이라 여겼다. 그는 함께 하는 사람들을 사랑한, 그리고 팀의 승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 자신의 인생을 바친 인간이었다.



(주)어치브코칭 대표코치

이형준 (joon@achievecoach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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