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준의 모티브 176]
“팀장님, 이 방향보단 다른 대안이 더 안전할 것 같습니다.” “... 그래도 난 이게 맞는 것 같아.” 이 한마디면 끝이다. 회의 시간, 팀원에게 의견을 묻는 척하지만 사실상 정해둔 결론만 확인하는 상사. 일명 ‘답정너’ 상사와 함께 일한다는 건, 묻는 말엔 답하지 못하고, 말하는 순간 불편해지는 구조 안에서 매일을 버티는 일이다.
나는 코칭 현장에서 이런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상사가 의견을 묻길래 솔직히 말했어요. 근데 표정이 확 굳더라고요.” “그 뒤로는 그냥 가만히 있어요. 시키는 대로만 해요. 피곤하니까.” 처음엔 실망이다. 이후엔 조심이다. 나중엔 포기다.
“내 말은 필요 없는 거였어요.” 답정너 상사 아래서 직원들은 점점 말수가 줄어든다. 정말 몰라서 묻는 게 아니라, 그저 ‘자기 결정을 확인받고 싶어 하는 질문’ 임을 직감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사 밑에선 직원들은 자기 목소리를 잃어간다. 생각해도 말하지 않는다. 알면서도 대답하지 않는다. 마음은 있지만 멈춘다. 그건 직무 역량 이전에, 사람으로서 ‘존중받고 싶은 감정’이 꺾이기 때문이다. “내 말은 그분에게 통하지 않아요.” “정답은 이미 있으니까 나는 틀릴 수밖에 없어요.” 이건 회의가 아니라 시험이다. 리더십이 아니라 통제다.
답정너 상사는 왜 그렇게 말할까?
그들은 자기 방식에 대한 확신이 강하다. 혹은, 불안이 크다. 자신은 먼저 고민하고 나름 최선의 답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의견을 듣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인’이 필요한 것이다. 누구보다 자신이 뛰어나다는 확신이 있다. 그래서 팀원에게 묻지만, 그 대답이 자기 생각과 다르면 불쾌하거나 당황한다.
이는 하버드대 심리학자 로버트 키건(Robert Kegan)이 말한 ‘변화에 대한 면역체계(Immunity to Change)’와 닿아 있다. 변화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를 지키는 심리적 방어 체계를 만든다. 답정너 상사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권위가 흔들릴까 봐, 실수가 드러날까 봐, ‘질문하는 척, 정답은 고정’인 말하기 방식을 택한다.
팀원에게 말해주고 싶은 이야기
당신이 그런 상사 아래에서 매일 애쓰고 있다면, 이 말을 먼저 전하고 싶다. 상사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면, 그 감정은 당신이 예민해서가 아니다. 지극히 정상적이고, 당연한 감정이다. 무시당하는 느낌, 말해도 안 들리는 무력감, 자꾸 조심하게 되는 말과 행동들. 그건 조직 내 권력 구조 속에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자기 보호 반응이다. 그러니 너무 자신을 탓하지 말자. 감정을 억누르지도, 너무 날것으로 터뜨리지도 말자.
현실적인 대처법 – “말하지 말라는 뜻은 아니다”
답정남 상사와의 소통은 ‘내 생각을 바꾸게 만들기’보다 ‘내 말을 덜 손상되게 전하기’로 전략을 바꿔야 한다. 정면 돌파보단 우회적 연결이 효과적이다. 예를 들면 “말씀 주신 방향이 큰 틀에서 맞는 것 같습니다. 다만 이 지점에서는 이런 우려도 있어서 한 번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반대합니다” 대신, “다른 접근도 들어 보셨나요?” 말 뒤에, “현장에서는 이런 의견도 있습니다.”같은 ‘조심스러운 진심’으로 접근해 보자.
이건 순응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다. 조직에서 말 한마디가 평가로 이어지는 현실에서, '내 생각을 지키되 관계를 해치지 않는 말하기 기술'이 필요하다. 상사에게 실망하고, 내가 무의미한 존재 같고, 말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가는 그 과정 속에서도 당신은 여전히 조직을 지탱하고 있다. 말하지 않아도, 보고하지 않아도, 당신은 매일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리고 그 정직한 피로감은 당신이 ‘좋은 팀원’이라는 증거다.
때로는 말하지 않는 선택이, 자신을 지키는 가장 현명한 대화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안에서도 스스로에 대한 존중은 결코 놓치지 말길 바란다. 당신의 말은 여전히 소중하다. 비록 지금은 잠시, 묻혀 있을 뿐이다.
(주)어치브코칭 대표코치
이형준 (joon@achievecoach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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