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매연에 대한 기준마련이 필요
1.요리매연에 대한 인식
가족 및 직장 회식의 단골메뉴인 삼겹살 구이, 갈비구이가 미세먼지와 유해물질을 발생시켜 심혈관계 및 호흡기질환의 발생률을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어 음식점과 가정에서의 조리로 인한 실내공기 오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최근 전국적으로 ‘나쁨’ 수준의 미세먼지 농도예보가 잦아짐에 따라 구이로 인해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저감해야 한다는 논의도 형성되고 있다. 한편 2016년도에는 환경부가 고기구이 음식점에 미세먼지 배출허용기준 마련을 추진한다는 해당 보도를 부인하는 환경부의 해명자료가 엇갈리면서 국민들을 더욱 불안하게 했으며, 현재까지도 그 대응은 미비한 수준이다.
가정이나 식당에서 식품을 조리할 시 연료의 불완전연소로 발생 되는 일산화탄소를 비롯하여 이산화질소, 입자상 물질 등이 배출되어 실내에 머물게 되면서 거주자에게 피해를 주게 된다. 또한, 실내 환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주방외에 거실과 방 등 주거공간 전체에 오염물질들이 체류하고 있어 이에 대한 관리가 절실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요리매연에 대한 과학적 환기 기준 등이 없을 뿐만 아니라 밀폐된 공간에 환기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경우도 많아, 급식 종사자의 질병 위험 노출에 대한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교육부의 2022년도 학교급식실 노동자의 폐암검진 중간결과에 따르면 학교급식 종사자의 19.9%가 폐질환을 앓고 있다는 결과는 요리매연의 위험성을 대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우리가 미세먼지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발암물질로 생명을 위협하기 때문인데 요리매연에 대한 심각성은 잘 알려져있지 않다. 이에 음식점 및 가정에서 조리 시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포함한 실내오염물질 현황과 유해성,그리고 국내외 관리기준, 정부의 저감대책을 조사하여 향후과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2. 요리매연의 현황과 대응
2.1. 요리매연에 대한 인식
요리매연을 최초로 주목한 국가는 미국이다. 미국에선 1980년대부터 요리매연 문제를 보고 있었고, 기술이 필요없는 부분에 대한 개선이 우선적으로 이뤄졌다. 특히 미국에서 쉽게 먹을 수 있는 햄버거와 관련되어 고기를 불에 직접 닿게 굽는 방식과 불판 위에서 굽는 방식은 미세먼지가 10배 이상 차이나기 때문에 미국에선 1997년부터 맥도날드나 버거킹 같은 대규모 레스토랑에 직화를 금지시켰다. 미국의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들이 햄버거의 패티를 직화구이로 맛을 낸다고 홍보하던 것이, 이 규제 이후부터 광고가 사라진 것도 그 영향이다. 이후 미국에서는 2003년 최초로 정부규제개혁 위원회를 구성하여 요리매연에 대한 각종 정책이 만들어졌다.
우리나라가 미세먼지 저감에 쓴 예산은 13조원 수준이지만 요리매연의 저감책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정부의 소극적인 요리매연 정책에 대해 원인을 유추해보면, 미세먼지의 배출량 기준으로 2020년 발생한 초미세먼지 가운데 1%가 고기·생선구이에서 나온다는 통계가 있지만, 요리매연이 배출되는 조리시설 대부분은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소규모 가게이기 때문에 여기에 규제를 도입하는데 정치적 부담감이 작용했을 수 있다. 또한 요리매연은 유증기가 포함되어 있어 이를 저감할 기술을 확보하는 것도 미비했다. 미세먼지 배출량이 큰 업종을 중심으로 먼저 저감 논의가 이루어졌고 상대적으로 비중이 작았던 요리매연에 대해서는 우선순위가 미뤄졌던 것으로 보인다.
2.2. 요리매연 관련 오염물질 현황
2.2.1. 식품 조리 시 오염물질의 종류
식품조리시 연소로 발생하는 공기오염 물질은 질소산화물(NOx), 미세먼지(PM10, PM2.5),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다핵방향족탄화수소(PAHs), 폼알데하이드류, 일산화탄소, 이산화탄소, 탄화수소 등이다. 미세먼지의 발생원인으로 알려져 있는 직화구이(숯)뿐만 아니라 가정이나 음식점의 가스조리 시에도 다량의 폐열 발생으로 인하여 실내 온・습도가 높아져 오염물질 발생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2.2.2. 음식점의 미세먼지 발생현황
환경부에 따르면 직화구이 음식점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PM10)는 연간 561톤에 이른다. 이는 전국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배출량의 3.9%를 차지한다. 여기에 폐 등 호흡기에 더 큰 자극을 주는 초미세먼지(PM2.5)도 연간 503톤 가량이 직화구이 음식점에서 발생한다. 이 역시 전체 초미세먼지 배출량의 4.2%에 해당한다. 이를 인구가 밀집한 수도권으로 한정하면 직화구이로 인한 초미세먼지 배출량은 경기 99톤, 서울 97톤에 이른다. 즉 구이음식으로 발생하는 초미세먼지 중 40%가 수도권에서 발생하는 수준으로 이는 수도권 전체 미세먼지 발생원인의 15.2%에 해당한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고기구이 중 숯불구이가 철판구이에 비해 오염물질들의 생물성연소 배출계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환경부는 음식점에서 고기와 생선 등을 구울 때 나오는 미세먼지를 관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였으며 고기구이 음식점의 미세먼지 저감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경기도의 경우 지자체 중 가장 앞서 조례를 제정하여 음식점의 미세먼지 발생 저감을 위한 저감장치 설치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2.2.3. 가정 내 조리 시 실내오염물질 발생현황
최근들어 국외의 여러 연구논문이나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비흡연 여성들의 폐암 발병률 증가원인으로 주방요리 시 발생하는 오염물질이 언급되고 있다. 환경부는 주방에서 요리할 때에 발생하는 오염물질에 대한 저감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실험주택 2곳, 공동주택 22곳, 단독주택 4곳, 다세대주택 4곳 등을 대상으로 2015년 5월부터 11월까지 실태 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결과 주방에서 조리할 때에 미세먼지, 폼알데하이드, 이산화질소 등 오염물질이 가스렌지, 가스인덕션 등 요리기구와는 관계없이 기름 등 요리재료의 연소과정에서 오염물질 대부분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밀폐된 실험주택의 주방에서 재료 종류별로 오염물질 발생량을 조사한 결과, 고등어를 구울때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2,290㎍/㎥를 기록, 실험한 음식 중 가장 높게 나타났다. 뒤를 이어 삼겹살 1,360㎍/㎥, 계란후라이 1,130㎍/㎥, 볶음밥 183㎍/㎥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부분의 재료 종류별 요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농도가 대기 미세먼지(PM2.5)의 ‘주의보’ 기준인 90㎍/㎥을 초과한다는 것이 증명된 것으로, 가정내에서도 이에 관한 관리가 필요함을 알 수 있다.
2.2.4. 조리로 인한 실내오염물질의 유해성
미세먼지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한 물질로, 호흡기를 통해 폐 속으로 침투해서 폐 세포에 축적되어 염증과 폐질환을 야기할 수 있고, 혈관에 흡착되어 심혈관계 기능에도 영향을 미친다. 심혈관 질환, 뇌혈관 질환, 호흡기질환 및 암 발병 위험이 높아지고 이로 인한 사망률도 증가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미세먼지 농도가 10㎛ 증가할 때마다 고혈압 발생률이 4.4%증가 한다고 한다.
조리 시 발생하는 폼알데하이드도 1급 발암물질로 고농도에 장기간 노출시 두통, 구토, 호흡곤란 등을 일으킬 수 있다. 농도별 인체 위해성을 제시하기는 어려우나, 일반적으로 장기간 노출시 호흡기질환, 피부질환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이산화질소(NO2)는 자극성 냄새가 나는 갈색의 유해한 기체로 고농도에 장기간 노출 시 폐렴, 기관지염 등 호흡기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일산화탄소(CO)는 무색, 무취의 기체로 폐로 들어가면 혈액 속의 헤모글로빈과 결합해 산소의 보급을 저해한다. 탄화수소는 화석연료나 나무 등이 불완전연소해서 생기는 그을음을 말하는 것으로 호흡기질환 등을 유발할 수 있다.
3.요리매연 대응을 위한 준비
정부의 수도권 대기환경관리 기본계획에는 직화구이를 비롯해 숯가마 등에서 나오는 생활성 미세먼지를 관리하는 방안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이 계획에는 음식점에 대한 지원방안만 밝히고 규제방안은 빠져있다. 미세먼지 저감장치 설비지원에 초점을 맞추던 환경부는 미세먼지 저감시설 설치기준까지 마련하면 미세먼지를 줄이는 효과가 더 커질 것으로 보고 향후 규제까지 포함해 다각적인 관리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보도되었으나 이후 진행은 미비한 현실이다.
현재 국내에서 시판 중인 레인지후드는 단순히 환풍기로 분류되어 있으며 KS시험방법에 준하여 성능시험이 수행되고있다. 주요 선진국도 오염물질 및 필터에 대한 성능기준에 대해 일부 규정하고 있으나, 연소 시 발생되는 오염물질의 배출에 대한 규정은 없는 실정이다. 캐나다의 경우 요리시 환풍기 사용 권장 등 PM2.5를 가능한 낮게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고, 영국의 경우에는 주거용 건물에서의 레이지후드 사용에 대하여 규정하는데 그치고 있다.
음식업의 특징 중 하나로 영세 사업자가 대부분인 고기구이 음식점에 대한 미세먼지 배출기준이나 실내공기오염물질 관리기준을 신설 또는 강화한다면 서민 부담을 키운다는 지적이 있다. 초미세먼지의 발생원이 분명하게 조사되지 않은 우리나라의 경우 일부 언론보도로 인해 조리 시 발생하는 미세먼지가 주원인으로 오해되어 2016년도에 요리매연 발표 이후 고등어의 판매가 둔화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수도권 미세먼지 발생의 주요원인은 아니지만 음식점의 직화구이로 인한 미세먼지가 국민 건강에 대한 우려뿐만 아니라 영업종사자, 조리자, 주부에게도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수 있다는 점이 연구결과를 통해 확인되고 있으므로 이의 개선을 위한 폭넓은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음식점이나 가정의 주방에서 조리되는 식자재의 종류 및 조리방법에 따라 다양한 오염물질들이 실내로 다량으로 방출되고 있기때문에 이에 대한 관리가 시작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음식점이나 가정의 실내 평면형태, 조리방법, 환기패턴, 생활패턴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실내 오염물질 방출 특성 조사를 통하여 주방에서 조리할 때에 발생하는 오염물질의 관리방안에 관한 연구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직화구이의 경우 음식점의 실외공간에서부터 조리가 시작되는 경우도 많으므로 이들 영업이 밀집된 지역의 관리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요리매연 문제 해결을 위해선 우선 기준을 만들고 시험방법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요리매연과 관련된 사항이 법제화까진 오랜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관련 법을 만들 수 있는 선행연구부터 우선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요리매연 관련되어 정책수립이 늦어버리면 옥시사태처럼 사후약방문이 될 수 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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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급 발암물질 ‘요리매연’...급식종사자 20%가 폐질환, 한스경제,http://www.hansbiz.co.kr/news/articleView.html?idxno=636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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