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시장은 2026년 현재 전 세계 디지털 금융 인프라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 단순히 가격 변동성을 제거한 암호화폐라는 초기 개념을 넘어, 국경 간 결제와 자산 운용, 디지털 경제의 기축통화로 진화하고 있다. 법정화폐 담보형 스테이블코인이 전체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한 가운데, 테더의 USDT와 서클의 USDC는 각각 1,400억 달러와 600억 달러 규모의 시가총액을 기록하며 양강 구도를 형성했다.
테더는 오랜 기간 투명성 논란에 시달렸지만, 최근 몇 년간 준비금 공개를 대폭 강화하며 시장 신뢰를 회복하는 데 성공했다. 보유 자산의 80% 이상을 미국 국채로 구성하면서 안전 자산으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했고, 분기별 감사 보고서를 통해 1:1 페깅 능력을 입증하고 있다. 글로벌 거래소에서 가장 높은 유동성을 자랑하는 USDT는 특히 신흥 시장과 규제 공백 지역에서 달러 대체 수단으로 폭넓게 사용되면서 독보적인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USDC는 미국 규제 당국과의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기관 투자자들의 선호를 받고 있다. 서클은 뉴욕 금융감독청의 허가를 받은 합법적 화폐 송금 업체로, 상장 기업 수준의 투명성을 유지하며 전통 금융권과의 가교 역할을 수행한다. 연준의 직접적인 감독 하에 있다는 점은 USDC가 단순한 민간 스테이블코인을 넘어 준공공 결제 수단으로 인정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가장 큰 변곡점은 규제 환경의 명확화다. 유럽연합의 MiCA 규정은 2024년 시행 이후 본격적인 정착 단계에 접어들었고,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스테이블코인들은 유럽 거래소에서 퇴출되거나 거래가 제한되고 있다. 발행사는 최소 자본금 요건을 충족하고, 준비금을 유럽 내 은행에 예치하며, 정기적인 감사를 받아야 한다.
미국은 2025년 하반기 연방 차원의 스테이블코인법을 통과시키며 세계에서 가장 명확한 입법 체계를 구축했다. 발행사는 은행 수준의 자본 요건을 갖추고 연준의 직접 감독을 받아야 하며, 예금자 보호 제도에 준하는 소비자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 법안은 스테이블코인을 공식적인 결제 수단으로 인정하는 동시에, 민간 발행 화폐에 대한 정부의 통제력을 확보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규제가 명확해지면서 전통 금융 기관들의 스테이블코인 시장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다. 페이팔은 자체 스테이블코인 PYUSD를 발행했고, JP모건은 기업 간 결제용 JPM코인을 운영하며 블록체인 기반 결제 시스템을 확대하고 있다. 비자와 마스터카드는 스테이블코인을 자사 결제망에 통합하는 파일럿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며, 전통 금융과 디지털 자산의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의 기술적 인프라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어떤 블록체인 플랫폼 위에서 구동되는가다. 이더리움은 가장 방대한 디파이 생태계를 보유하며 스테이블코인 활용의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다. 대출, 예치, 유동성 공급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가 이더리움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중심으로 작동하며, 수백억 달러 규모의 자금이 디파이 프로토콜에 예치되어 있다.
하지만 이더리움의 높은 거래 수수료와 느린 처리 속도는 일상적인 결제 수단으로 활용하기에 한계가 있다. 레이어 2 솔루션들이 속도와 비용 문제를 상당 부분 개선했지만, 여전히 메인넷의 가스비는 소액 결제보다는 거액 금융 거래에 적합한 수준이다. 이더리움은 '가치 저장'과 '복잡한 금융 계약'에 최적화된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솔라나는 스테이블코인 결제 시장에서 이더리움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했다. 병렬 처리 기술을 통해 초당 수천 건의 거래를 0.001달러 미만의 수수료로 처리할 수 있어, 소액 결제와 실시간 송금에 최적화되어 있다. 페이팔이 PYUSD를 솔라나에 확장한 것도 카드 결제와 유사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솔라나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량은 2025년 한 해 동안 300% 이상 증가하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동남아시아와 라틴아메리카에서 송금 수단으로 각광받으며, 전통적인 해외 송금 서비스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수수료가 거의 없고 실시간 정산이 가능하다는 장점은 서민 경제에서 스테이블코인 채택을 가속화하는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특정 블록체인에 종속되지 않는 체인 추상화 기술이 적용된 스테이블코인이 등장하고 있다. 사용자가 어떤 블록체인을 사용하는지 의식하지 않고도 가장 저렴하고 빠른 경로로 자금을 이동할 수 있는 크로스체인 인프라가 구축되고 있다. 레이어제로, 액셀라 같은 브릿지 프로토콜들은 서로 다른 블록체인 간 스테이블코인 이동을 원활하게 만들며, 플랫폼 간 장벽을 허물고 있다.
수익형 스테이블코인의 등장도 주목할 만한 변화다. 기존 스테이블코인이 가치 안정성만 제공했다면, 최근에는 미국 국채 수익률을 실시간으로 반영해 보유자에게 이자를 지급하는 상품들이 출시되고 있다. 마운틴프로토콜의 USDM, 온도파이낸스의 USDY 같은 수익형 스테이블코인은 연 4~5%의 안정적인 수익을 제공하며 기관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투기 자산이 아니라 실물 경제와 연결된 금융 인프라로 진화하고 있다. 국제 무역 결제, 급여 지급, 해외 송금, 자산 운용 등 실생활의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되며 그 가치를 입증하고 있다. 특히 금융 인프라가 취약한 신흥 시장에서 은행 계좌 없이도 달러 자산에 접근할 수 있는 수단으로 기능하며, 금융 포용성을 크게 높이고 있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의 경쟁도 본격화되고 있다.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 유럽의 디지털 유로 프로젝트는 민간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견제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CBDC가 정부의 통제와 감시를 수반하는 반면, 민간 스테이블코인은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시장의 선호가 갈리고 있다.
향후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핵심 과제는 규제 준수와 혁신 사이의 균형을 찾는 것이다. 과도한 규제는 시장의 역동성을 저해하지만, 규제 공백은 소비자 피해와 시스템 리스크를 초래한다. 각국 정부와 발행사, 블록체인 플랫폼 제공자들이 협력해 안전하면서도 효율적인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
글로벌 금융 시스템은 스테이블코인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전통 은행이 담당하던 결제와 송금, 자산 보관 기능이 블록체인 기반 스테이블코인으로 이전되며, 금융 서비스의 접근성과 효율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이더리움과 솔라나는 각각의 강점을 살려 서로 다른 시장을 공략하며 공존하고 있고, 체인 추상화 기술은 두 생태계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더 이상 가상자산 시장의 부속품이 아니라, 21세기 디지털 경제를 떠받치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매김했다. 명확한 규제 체계, 안정적인 준비금 관리, 고성능 블록체인 인프라가 결합되면서 스테이블코인은 글로벌 금융의 새로운 표준으로 진화하고 있다. 앞으로 수년간 이 시장의 성장세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며, 전통 금융과 디지털 자산의 융합은 되돌릴 수 없는 대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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