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성달러' USDe가 선택한 제3의 길

by 심준규 Jace Shim

스테이블 코인 시장에서 가장 논쟁적이면서도 혁신적인 프로젝트를 꼽으라면 단연 USDe(USD Ethena, 유에스디 이테나)가 먼저 떠오른다. 2023년 말 에테나 랩스가 출시한 USDe는 기존 스테이블 코인의 담보 논리를 완전히 뒤집었다. 법정화폐를 금고에 보관하거나 암호화폐를 과도하게 예치하는 대신, 파생상품 시장의 헤징 메커니즉으로 1달러 페그를 유지하는 '합성 달러'라는 새로운 접근법을 시장에 제시했다.


기존 스테이블 코인을 이해하면 USDe의 차별성이 더욱 명확해진다. 테더나 서클의 USDC 같은 법정화폐 담보형은 은행 계좌에 실제 달러를 1대1로 예치한다. DAI 같은 암호화폐 담보형은 이더리움 같은 변동성 자산을 150% 이상 과담보로 맡겨야 하며, 루나의 UST 같은 알고리즘형은 공급과 수요 메커니즘만으로 가격을 유지하려다 붕괴했다. USDe는 이 모든 방식과 다르다. 암호화폐를 담보로 보유하되, 파생상품 시장에서 정확히 같은 규모의 반대 포지션을 취해 가격 변동을 완전히 상쇄하는 델타 중립 전략을 구사한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USDe의 작동 방식은 전문 헤지펀드의 기법을 그대로 활용한다.

사용자가 100달러 상당의 이더리움을 예치하면, 에테나는 현물 시장에서 그 이더리움을 보유하는 동시에 선물 시장에서 100달러 규모의 숏 포지션을 연다. 이더리움 가격이 오르면 현물 수익이 발생하지만 선물에서 손실이 나고, 가격이 떨어지면 그 반대가 되어 결과적으로 가치가 정확히 100달러로 유지된다. 여기에 강세장에서 발생하는 파생상품 시장의 펀딩비를 수익으로 가져가 사용자에게 연 5~6%의 이자를 지급한다.


루나-테라 사태 이후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했던 시기, 에테나가 내세운 델타 중립 전략은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단순히 알고리즘에만 의존하지 않고 실제 담보 자산을 보유하면서도, 과담보의 자본 비효율성을 파생상품 헤징으로 해결했다는 점에서 기존 방식들의 장점만을 결합한 모델로 평가받는다. 출시 1년 만에 시가총액 수십억 달러를 돌파하는 폭발적 성장을 기록했다.


2026년 1월 현재 USDe의 시가총액은 약 66억 달러로 전체 스테이블 코인 시장에서 4위를 차지한다. 작년 말 최고점인 149억 달러 대비 절반 가까이 감소한 수치지만, 합성 스테이블 코인 분야에서는 여전히 독보적인 위치를 유지한다. 하루 거래량이 2억 달러를 넘나들며 시장의 유동성 허브로 기능하고 있으며, 최근 크라켄 커스토디를 공식 수탁자로 선정하면서 기관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USDe를 선택하는 사용자들의 핵심 동기는 명확하다. 보유만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약 5~6%의 연이율을 제공하는데, 미국 국채나 USDC의 4%보다 높은 수준이다. 테더나 USDC를 보유해도 이자가 없고, DAI는 복잡한 담보 관리가 필요한 반면, USDe는 단순히 보유만 해도 자동으로 수익이 발생한다. 특히 디파이 생태계에서 활동하는 전략적 투자자들은 펜들이나 에이브 같은 프로토콜에서 USDe를 담보로 활용해 더욱 높은 수익률을 설계한다.


USDe의 기술적 기반은 여러 블록체인 레이어에 걸쳐 분산되어 있다. 이더리움은 USDe가 탄생한 본거지로, 최근 세이프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스마트 계좌 사용 시 가스비 없는 거래를 구현하며 사용자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하이퍼리퀴드는 에테나의 파생상품 헤징 거래가 대량으로 실행되는 핵심 레이어로, USDe 유동성의 실질적인 엔진 역할을 수행한다. 더 나아가 최근에는 비트코인을 담보로 USDe를 발행하는 기능이 추가되면서, 비트코인 생태계 내의 유휴 자산까지 흡수하는 확장을 보이고 있다.


향후 전망을 가늠할 때 규제 환경 변화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미국의 CLARITY 법안이 결제용 스테이블 코인의 이자 지급을 금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규제 사각지대에서 수익을 제공할 수 있는 USDe로 자금이 대거 이동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전통 금융권의 스테이블 코인이 규제 준수를 위해 무수익 구조로 전환할 경우, USDe 같은 합성 스테이블 코인의 경쟁력은 오히려 강화될 수 있다.


하지만 USDe의 메커니즘에는 본질적인 리스크가 내재되어 있다. 델타 중립 전략은 파생상품 시장의 펀딩비에 의존하는데, 시장이 하락장으로 반전되면 펀딩비가 마이너스로 전환될 수 있다. 강세장에서는 롱 포지션 보유자가 숏 포지션 보유자에게 펀딩비를 지불해 USDe의 수익이 발생하지만, 약세장에서는 반대 상황이 벌어져 수익률이 0%로 떨어지거나 자산 가치 자체가 흔들릴 위험이 존재한다. 에테나는 대규모 예비 기금을 운용하며 극단적 시장 상황에 대비하고 있지만, 2022년 루나-테라 사태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한 시장 참여자들에게 완전한 신뢰를 얻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USDe가 제시하는 가치 제안은 분명하다. 스테이블 코인이 단순한 가치 저장 수단을 넘어 수익을 창출하는 금융 상품이 될 수 있다는 증명이다. 기존 금융 시장의 파생상품 헤징 기법을 블록체인 생태계에 정교하게 이식해, 암호화폐 시장의 변동성을 오히려 수익 창출의 원천으로 전환했다. 법정화폐 담보형의 중앙화 리스크도, 암호화폐 담보형의 자본 비효율성도, 알고리즘형의 구조적 취약성도 모두 피하면서 새로운 길을 제시한다.


크라켄 커스토디라는 신뢰받는 기관의 참여, 세이프와의 파트너십을 통한 사용자 경험 개선, 그리고 다양한 블록체인 레이어로의 확장은 USDe가 단순한 실험적 프로젝트를 넘어 실질적인 금융 인프라로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수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개인 투자자부터 정교한 금융 전략을 구사하는 기관까지, USDe는 전통적인 무수익 스테이블 코인과 차별화된 가치 제안으로 다양한 사용자층을 확보했다.


결국 USDe의 미래는 시장의 변동성과 규제 환경, 그리고 기술적 안정성 사이의 균형에 달려 있다. 파생상품 시장 기반의 메커니즘이 다양한 시장 사이클을 거치며 검증받을 수 있는지, 규제 당국이 합성 스테이블 코인을 어떻게 분류하고 규제할지, 그리고 극단적 시장 상황에서 예비 기금이 실제로 페그를 방어할 수 있는지가 핵심 관건이다. 혁신과 리스크가 공존하는 USDe는 스테이블 코인 시장의 진화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실험이자, 전통 금융과 블록체인 기술의 융합이 만들어낼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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