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 없는 이자 수익, 스테이블 코인이 바꾸는 금융의

by 심준규 Jace Shim

전통 은행은 고객의 돈을 맡아 대출로 굴리는 구조다. 보통 예치금의 10% 안팎만 준비금으로 남기고 나머지는 기업 대출, 부동산 담보 대출, 채권 투자에 투입한다. 덕분에 자본 효율성은 높지만, 모든 고객이 동시에 돈을 찾으러 올 경우 버틸 수 없는 구조적 취약점을 안고 있다. 2023년 실리콘밸리 은행(SVB) 파산이 그 현실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스테이블 코인 발행사는 출발점이 다르다. 발행된 코인 수량만큼의 자산을 100% 이상 미국 국채나 현금성 자산으로 보유해야 하는 전액 준비제를 채택한다. 뱅크런이 발생해도 이론상 모든 보유자에게 상환이 가능한 구조다. 대출을 일으키지 않으니 부실 채권 리스크도 없다.


그렇다면 발행사는 어떻게 수익을 낼까. 핵심은 '플로트(Float)', 즉 대규모 준비금 운용에서 나오는 이자 수익이다. 수십억 달러 규모의 국채를 보유한 상태에서 연 4~5%대 수익률이 발생하면, 발행사는 고객에게 이자를 지급하지 않고도 막대한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테더(Tether)가 2024년 한 해 순이익 130억 달러를 기록한 배경이 바로 여기에 있다.


전통 은행의 수익 구조와 비교하면 차이가 선명하다. 은행은 예대마진(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의 차이)을 통해 돈을 벌고, 그 과정에서 신용 리스크를 직접 떠안는다. 반면 스테이블 코인 발행사는 가장 안전한 자산만 보유하면서 금리 수익을 독점한다. 리스크 없는 이자 수익이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닌 셈이다.


비용 구조도 근본적으로 다르다. 전통 은행은 수백 개의 지점, 수만 명의 인력, 레거시 IT 시스템 유지비를 감당해야 한다. 스테이블 코인 발행사는 스마트 컨트랙트 감사, 온체인 인프라 운영, 준법 감시 인력으로 구성된 훨씬 가벼운 비용 구조를 가진다. 같은 규모의 자산을 운용해도 수익성 격차가 클 수밖에 없다.


정산 속도 역시 경쟁의 축이 되고 있다. 은행 간 송금은 여전히 T+1에서 T+3, 즉 결제 완료까지 최대 3영업일이 걸린다. 스테이블 코인은 블록체인 위에서 수분 내, 경우에 따라 수초 내 실시간 정산이 이루어진다. 국경을 넘는 B2B 결제에서 기업들이 스테이블 코인으로 눈을 돌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전액 준비제는 발행사 입장에서 자본 효율성의 한계이기도 하다. 대출을 일으키지 못하니 같은 자본으로 창출할 수 있는 레버리지가 없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주요 발행사들은 오버콜라터럴(Over-collateralization) 전략을 쓴다. 규정상 100%면 족하지만, 실제로는 102~105%의 자산을 쌓아 기관 투자자에게 신뢰를 주고 저금리 유동성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더 정교한 발행사들은 준비금으로 보유한 국채를 담보로 온체인 대출 시장에서 추가 유동성을 확보하는 재무 기법도 활용한다. 전통 금융과 탈중앙화 금융(DeFi)을 연결하는 하이브리드 전략이다. 규제 당국이 이 부분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국 스테이블 코인 발행사는 신용을 창조하지 않는다. 전통 은행이 예금을 받아 대출을 일으키며 경제 내 통화량을 늘리는 신용 창조 기능을 담당한다면, 발행사는 기존 달러를 디지털 형태로 전달하는 유동성 전송 인프라에 가깝다. 기능의 범위는 좁지만, 그 좁은 범위 안에서 투명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한 모델이다.


빅테크와 유통 대기업들이 자체 스테이블 코인 발행을 검토하는 이유는 단순히 결제 수수료 절감이 아니다. 고객의 결제 자금이 자사 플랫폼 안에 머무는 동안 발생하는 이자 수익, 즉 플로트 수익을 내재화하려는 전략적 판단이다. 스테이블 코인 발행사가 되는 순간, 결제 인프라가 비용 센터에서 수익 센터로 전환된다.


미국 GENIUS Act와 유럽 MiCA 규제 프레임이 구체화되면서 이 시장의 진입 장벽은 낮아지고 있다. 규제가 정비될수록 기관 자본과 대형 플랫폼의 진입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스테이블 코인은 단순한 암호화폐 인프라가 아니라, 차세대 금융 구조의 핵심 레이어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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