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스완이 왔을 때, 스테이블 코인 발행사는 살아남을

by 심준규 Jace Shim

금융 위기는 예고 없이 온다.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 2022년 테라-루나 붕괴, 2023년 실리콘밸리은행 뱅크런 모두 평온하던 시장이 단 며칠 만에 패닉으로 전환됐다. 스테이블 코인 발행사에게 이런 상황은 특히 치명적인데, 온체인 환경에서는 상환 요청이 24시간 자동으로 실행되기 때문에 인간이 개입할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바로 그 이유로 발행사들은 스트레스 테스트를 경영의 핵심 루틴으로 운영한다. 스트레스 테스트란 극단적인 시장 충격 상황을 사전에 설계하고, 해당 조건에서 발행사가 버틸 수 있는지를 수치로 검증하는 과정이다. 2026년 현재 업계 표준은 세 가지 시나리오를 동시에 적용하는 복합 테스트다.


첫 번째는 유동성 쇼크다. 전체 발행량의 30~50%가 48시간 이내에 상환 요청되는 상황을 가정한다. 두 번째는 자산 가치 쇼크로, 단기간에 금리가 100bp(1%) 급등해 보유 국채 가격이 하락하는 시나리오다. 세 번째는 수탁 기관 쇼크, 즉 준비금을 예치한 은행이 영업 정지되어 자금 자체가 묶이는 최악의 상황이다.


이 세 가지가 동시에 발생하는 시나리오를 버텨낼 수 있다면, 그 발행사는 사실상 어떤 블랙 스완에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의미다. 반대로 단일 시나리오에서조차 자본이 잠식된다면, 그 발행사의 페깅 유지 능력은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

리스크를 수치화하는 대표 지표는 VaR(Value at Risk)다.

공식은 다음과 같다.


VaRα = inf { l ∈ ℝ : P(L > l) ≤ 1 - α }


풀어서 설명하면, 신뢰 수준 α(보통 99%)에서 특정 기간 동안 발생 가능한 최대 손실액 L을 통계적으로 산출하는 방법이다. 99% 신뢰 수준의 VaR가 100억 원이라면, 100일 중 99일은 손실이 100억 원을 넘지 않는다는 뜻이다. 스테이블 코인 발행사는 이 VaR 값이 자기자본 범위 안에 들어오도록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야 하며, 이 선이 무너지는 순간이 페깅 붕괴의 전조 신호다.


그러나 숫자로 위기를 예측하는 것과, 실제 위기가 닥쳤을 때 어떤 순서로 행동하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발행사의 재무팀은 사전에 정의된 자산 매각 순서, 즉 청산 위계(Liquidation Hierarchy)에 따라 움직인다. 가장 먼저 손대는 것은 은행 예금으로, 즉시 송금이 가능하고 가격 손실이 없다. 다음으로는 역레포 계약의 익일 환매 자금을 활용하고 신규 계약을 중단한다. 마지막이 단기 국채 매각인데, 이 단계에서는 시장 가격이 취득가보다 낮더라도 유동성 확보를 위해 손실을 감수한 매도, 즉 파이어 세일(Fire Sale)이 발생한다.


파이어 세일의 손실을 흡수하는 것이 평소에 쌓아두는 준비 버퍼(Reserve Buffer)다. 이 버퍼는 단순한 예비 자금이 아니라, 발행사가 정상 운영 기간에 축적한 영업외 수익의 집합체다. 준비 버퍼가 두꺼울수록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투자자와 규제 기관의 신뢰도 함께 높아진다.


유통사가 스테이블 코인을 직접 발행할 경우, 스트레스 내성 측면에서 일반 금융사보다 구조적으로 유리한 지점이 있다. 금융사 발행 코인은 투기적 수요에 이끌려 위기 시 상환 쏠림이 심해지는 반면, 유통 생태계에 묶인 코인은 생필품 결제라는 실질 수요가 상환 압력을 자연스럽게 분산시킨다. 코인 보유자가 상환보다 소비를 선택하는 유인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면 역발상 방어 전략이 나온다. 위기 상황에서 유통사는 오프라인 매장의 스테이블 코인 결제 혜택을 한시적으로 강화함으로써, 온체인 상환 압력을 오프라인 소비로 전환할 수 있다. 공포가 확산되는 시점에 코인을 쓸 이유를 만들어주는 전략으로, 일반 금융사는 절대로 구사할 수 없는 방어 기제다.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과했다는 사실 자체가 가장 강력한 신뢰 자산이 된다. 수치로 검증된 생존 능력, 그것이 스테이블 코인 발행사가 고객에게 내밀 수 있는 가장 단단한 약속이다.


핵심 키워드: 스트레스 테스트(Stress Test), 블랙 스완(Black Swan), VaR(Value at Risk), 청산 위계(Liquidation Hierarchy), 파이어 세일(Fire Sale), 준비 버퍼(Reserve Buffer), 페깅 붕괴(De-pegging), 스트레스 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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