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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틴디남 Dec 15. 2021

당신은 확진자 7000명중에 1명입니다.

上: 코로나 확진판결을 받다

누군가 계획대로 차근차근 연말을 계획하고, 그 날과 그 주를, 그 달을 계획해나가다 보면 원하는 대로 되어있을거라고 했던 것 같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인생은 반드시 계획대로만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예컨대 내가 십이월 첫째주에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이 그 어떤 계획상 시나리오에도 없던 것처럼.


무언가 이상했던 월요일이 아직도 기억난다. 회사생활하면서 맞춰놓았던 6시 50분 알람에 일어나지 못했다. 물론 그건 늘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나는 7시 알람에도, 7시 10분 알람에도 일어나지 못했고 내가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출근시간 30분을 앞두고였다. 월요병이 아주 씨게 왔다고만 생각했다. 대충 씻고 정신없이 나가며 '도시전설 속 말로만 듣던 지각하는 신입사원'이 2021년 여의도 XX타워에 강림하게 된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놀랍게도 나는 지각을 하지 않았다. 전무님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24층에 올라가긴 했으나 어쨌든 회사 내규상으로는 지각을 하지 않았다. 정신 없이 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열고, 아웃룩을 다시 한 번 확인하며 다행이라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몹시나 피곤하긴 했지만 내 옆의 차장님도 나보고 들으라는 것인지 '월요일은 너무 피곤해'를 주기도문처럼 암송하고 계셨고, 어제 친구들과 소주를 20병을 깠다는 과장님도 '피곤해 미칠 것같다'를 불경외우듯 외우고 있었으므로 코끼리를 삼킨 것과도 같이 무겁게 느껴지던 나의 육신의 피곤함도 비정상적인 것은 아닌 것만 같았다.


조금 이상했던 것은 10시에도 커피를 마시고, 12시에도 커피를 마시고, 14시에도 커피를 마시고, 15시에도 마셨는데 계속 피곤했다는 것이다. 나는 살면서 그렇게 커피를 많이 마신 적도 없거니와, 커피를 그렇게 많이 마셨는데 계속 피곤함을 느낀 적은 더더욱 없었다. 그제서야 나는 내가 인터넷에서만 떠도는 '월요병에 걸린 직장인'이 무엇인지 알게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월요병이구나.


하지만 그것은 다른 병이었다.


화요일이 되자 나는 기침을 시작하게 되었고, 그 기침은 하루종일 멎지를 않았다. 특별히 동선이 겹치지는 않았으나 조금 불안해져 PCR검사를 받으러가야겠다고하자 옆의 차장님은 내게 '내일 좀 지각하고 싶구나?'라고 핀잔을 주었고, '차장님, 제 마음을 너무 잘 아시네요'라는 말을 남기고 나는 여의도의 한 보건소에 발걸음하였다. 그 때까지만 해도 '내일 오전 월급루팡하겠다'는 마음에 한껏 부풀어있었다. 


두 번정도 이미 PCR검사를 받은 적이 있기에 9시쯤 되면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보건소에서는 10시가 넘어서도 감감무소식이었다. 1차와 2차를 모더나로 맞았고 백신접종을 한지 한 달 정도 지났기 때문에 나는 확진일 이유가 없었다. 머리를 감고 출근복을 입은채, 슬슬 출근해야겠다는 마음으로 현관에서 직접 보건소에 전화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충격적인 소식을 전해듣게 되었다. 


"박민지 선생님, 죄송하지만 지금 양성으로 뜨셔서 외출을 삼가해주시기 바랍니다."


이것은 확실히 내가 계획했던 한 주와는 다른 것이었다. 적어도 내 계획상으로는 (그래선 안되겠지만) 매주 옥타곤을 가는 A가 걸리고 나서, 매주 맛집과 예쁜 카페를 가서 사람들과 모임을 하는 B가 걸리고 나서야, 집과 회사만 반복하는 내가 걸릴 수도 있겠다 걱정을 시작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인생은 반드시 계획대로만 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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