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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틴디남 Nov 18. 2021

사회성모지리의 뒤풀이

사회성모지리의 극복할 수 없는 모자란 사회성을 극복하기 위한 과정

  사회성 모지리인 나에게 사회생활은 늘 어렵다. 사회생활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였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대단할 것들도 아니었다. 이를테면 대학교 때 가입했던 동아리 회식이나, 학회 모임, 직장인이 되고 가입한 동호회 모임까지. 나는 그런 기본적이고 평범한 모임에 가는 것에 항상 진땀을 빼곤 했다.


  초-내향적인 나로서는 어떤 뒤풀이 모임에 참석하더라도 마치 쓰나미가 덮치듯 긴장감이 몰려왔다. 평온하고 잔잔했던 나의 마음에, ‘뒤풀이다!’라는 경보가 울리고 나면 곧장 평온했던 마음은 무너져버리곤 했다. 적당히 앉아서 반응만 해도 되겠지만, 또 죽어도 재미없는 사람으로 비추어지거나 매력없는 사람으로 비추어지고 싶지는 않았다. 내 이야기를 들은 친구는 잘 듣고 있다가 적당히 반응만 해줘도 결국에는 좋은 관계로 남게 된다고 이야기해주었으나, 낯을 너무 가린다는 평가를 듣거나 친해지고 싶지 않는 것 같다는 시그널을 주고 싶지는 않아서 또 듣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결론은 항상 ‘최대한 재미있게 반응해주고 (웃기지 않아도) 박장대소한다’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신은 나에게 탁월한 연기력을 허락해주지 않았다. 별로 재미있지 않은데 억지로 웃고 있다는 티는 항상 났고, 재미있지 않은데 재밌는 척한다는 것도 항상 티가 났다. 그런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재밌어서 친해진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얼마나 나를 이상하게 생각했을지를 생각하면 얼굴이 화끈 달아오른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아무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도서관에서 화술이나 커뮤니케이션과 관련된 책도 읽어보았고, 친구들에게 도움을 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도서관의 책들은 도덕책에 나올 법한 팁들만 나열되어 있어 실질적으로는 참고할 만한 것이 없었으며,  예쁘게 생겨 인기많은 친구의 '별말 안하고 가만히 있다가 몇 번 반응만 해줘도 다들 반응이 좋더라'는 조언은 예쁘지 않은 나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나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심지어 대학 심리학 교수가 운영하는 센터에서 정기적인 상담까지 받아보았다. 도대체 내가 어떤 정신병리학적인 문제가 있는 것인지 궁금했다. 그 교수가 명쾌하게 내 병을 진단해서 상담치료를 통해 ‘다시 태어난 나’로 거듭나기를 간절히 바랬다. 정기심리상담에 백만원이 넘는 돈을 썼으나 그가 내린 결론은 ‘나는 아무런 (정신병리학적) 문제가 없다.’는 것이었다. 나는 오히려 그 결론이 더 미쳐버릴 것 같았다. 차라리 약을 먹고, 치료를 하고, 달라질 수 있다면 지금 이런 상태라도 희망이라도 있을텐데. 이게 고칠 병인줄 알았는데 고질 병이었다니.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았고,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조금 우울하다. 하지만 사람들과 친해지고 싶고, 잘 지내고 싶다는 열망은 이 몇번의 쓰나미에도 전혀 사그라지지가 않는다. 무뎌질 수밖에 없는걸까. 그런 생각으로 버티다보면 어느새 모두와 친해져있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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