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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ck Kim Mar 03. 2017

다시 글을 쓰게 되었다

남자는 핸드폰에서 메일을 열었다. 며칠 전에 신청한 작가 신청이 도착했는지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라는 메일이 와 있었다. 메일을 확인하고 나서, 남자는 지하철에서 내렸다. 출근을 하기 위해서였다.


남자는 며칠 동안을 잊고 있었다. 먹고살기 바빴기 때문이었다.

남자는 유명한 브랜드 카페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카페일은 나쁘지 않았다. 음료를 만들고 손님을 대접한다. 정직한 일이었다. 남자는 정직함을 좋아했다. 일을 하고, 돈을 받는다.


남자는 약 육 년 전, 소설가를 꿈꾸었다. 물어물어 학원을 찾고,  글 쓸 거리를 찾아 고심했다. 일주일에 한 편 단편을 쓰고, 사 년에 걸쳐 장편 소설을 완성했었다.

셀 수 없는 수의 공모전과, 그 보다 더 많은 수의 출판사에 연락을 했으나, 소설을 빛을 보지 못했다.

맥주 한 캔을 따면서 어떤 출판사의 출판 거절 메일을 봤을 때, 남자는 다시 현실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만두었던 직장생활을 다시 시작했고, 여전히 책은 읽었지만 다시 글을 쓰진 않았다. 

남자는 한동안 자신의 정직함을 의심했다. 정직하게 글을 썼으나, 사람들이 알아주질 않았다. 나의 정직함은 올바른 정직함이었을까.


메일을 확인한 지 며칠이 지나고, 남자는 식사시간을 틈 타 서점을 들렀다. 일하는 동료 한 명이 그만둔다는 소식을 듣고, 후에 무엇을 할 거냐고 묻다가, 그가 한 말에 자극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알고 보니 동료는 동화작가였다. 책을 낸 지 오래되지 않았었고, 근처 서점에 자신의 책이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서점을 서성이던 남자는 베스트셀러 칸을 제일 먼저 보고 한숨을 쉰 다음 '한국 작가'라는 카테고리에  아주 오래 머물렀다. 남자는 특히 서장의 제일 밑 칸 쪽에서 오래 머물렀는데, 그곳에 피지 못한 남자의 꿈이 있는 것 만 같았고, 남자와 마찬가지로 피지 못한 수많은 작가들의 꿈이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남자는 길고 얇은 신체를 굽혀 한동안 책들을 바라보다가 몇 권을 꺼내고 다시 베스트셀러의 칸으로 가 한 권을 집어 들었다. 계산대로 향하던 남자는 급하게 몸을 돌려 '동화' 카테고리로 가서 동료의 책을 집어 들었다.


집에 도착한 남자는 짐을 풀고 방 청소를 한 후, 간단하게 식사를 마쳤다. 식사를 마치고 나가서 담배를 한 대 피우고 나서, 남자는 생각했다.

다시 글을 써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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