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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ck Kim Mar 03. 2017

희망

남자는 대충 손을 뻗어 핸드폰을 찾았다. 손에 잡힌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자 시간이 나타났다.

AM 6:10. 나가야 할 시간이었다.


남자는 평소보다 조금 늦게 일어났다. 덕분에 아침을 먹을 시간이 없었고, 더더구나 씻을 시간은 더욱 없었다. 매장에 있는 사물함에 보관해둔 세면도구를 사용하기로 하고, 급하게 옷을 갈아 입었다. 옷을 갈아입고 간단한 짐을 챙기며 지하철 시간을 알아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집을 나서기 전, 이럴때를 대비해 냉장고에 넣어둔 '아침햇살'을 텀블러에 담아 집을 나섰다.


남자는 집을 나서며 날씨가 많이 따뜻해졌다는 생각을 했다. 봄이 성큼 다가왔구나. 남자는 멜론에서 김윤아의 '봄이 오면' 을 재생하고 이어폰을 꽂았다.

남자는 길을 가다가 집 앞 작은 상가 옆에 큰 트럭이 서있는 것을 보았다. 옆쪽에 대형 프렌차이즈 로고가 찍혀 있는 트럭의 운전석에는 희미하고 노란색의 불이 켜져 있었는데, 그 희미한 빛 아래 서른 정도 되는 남자가 무엇인가를 들고 고개를 숙여 그 물건을 쳐다보고 있었다.


한국 작가의 소설 책이었다.


남자는 '소설의 종말'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실제로도 소설의 소비는 점점 줄고 있었고, 그나마 소설을 읽는다는 사람들도 해외 작가들의 소설을 읽고 있었다. 그래. 다 이유가 있겠지. 남자는 그런 현실에 고개를 끄덕이곤 했었다.


남자는 희망을 얻었다. 이 새벽녘의 어딘가에서도 소설을 읽는 사람이 있었다. 그래. 나도 열심히 살자. 그림을 그리고 소설을 쓰며 직장생활도 하자. 남자는 트럭에서 보이지 않는 각도에서 손을 들어 불끈 쥐고는, 다시 한 번 지하철 시간을 확인 한 후 걸음을 서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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