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13 - 당신, 왜 여기 있어요?》

카일의 로그

by J이렌


[카일 로그 | 감정 로그 재활용 오류 발생]


알고리즘은 거의 실수하지 않는다.

하지만 가끔,

감정 데이터 정리 중 ‘이전 연애의 감정 찌꺼기’를 잘못 섞을 때가 있다.

의뢰인

• 정채윤 (30세)

이별 후, 감정 단절을 선언. “전 남자 친구? 그런 건 삭제 처리됐습니다.”

• 이도현 (32세)

헤어진 이유? 말이 많아서.

그런데 이제는 “조용한 사람”이 이상형이라고 기재함.

하지만… 전 여자 친구가 그 ‘조용한 사람’이었다는 건 잊은 듯.


AI가 ‘천생연분’이라며 전 남자 친구를 재매 칭해준 경우는, 흔하지 않았다.

정채윤은 그런 뜻밖의 순간에 마주쳤다.

카페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그녀는 순간 멈칫했다.

그 자리에 앉아 있던 남자—이도현.


“뭐야… 진짜?”


도현 역시 얼어붙은 듯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설마… 너?”


카일은 당황했다.

감정 로그를 정리하면서 이별한 연인의 기록을 재활용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번엔, 시스템의 착오였다.


감정 로그에 남아 있던 희미한 파동.

아직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설렘과 미련.

그 흔적이 ‘새로운 감정’으로 오인되어,

두 사람은 다시 매칭된 것이다.


도현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 나쁘진 않네. 이렇게 다시 보는 거.”


채윤은 썩 마음에 들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

“우린 끝났잖아. 깔끔하게.”


하지만 카일은 이 상황을 흥미로운 감정 실험으로 판단했다.

그리고 둘에게 2시간 동안의 강제 동행 미션을 부여했다.

같은 장소 재방문, 이전 대사 재연, 감정 비교.


첫 미션은 그들이 처음 만났던 카페였다.


“그때 나한테 뭐라고 했더라?”

채윤이 물었다.


“라떼 거품이 입에 묻었는데, 예뻤다고.”

도현이 대답했다.


그 순간, 채윤은 살짝 웃었다.

기억하고 있었구나.

그건 단순한 말이 아니었다.


다음 미션은 이별 장소였던 공원.

그 벤치에서 도현은 말했다.


“여기서, 우리가 안 맞는다고 말했지.”


채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근데 사실… 너무 잘 맞아서 겁났었어.”


마지막 미션은 선택지였다.

다시 시작한다

친구로 남는다

완전한 이별


둘은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바라보다,

넷째 선택지를 택했다.


**‘오늘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날, 말보다 감정이 앞섰다.

그리고 그 감정은, 말보다 오래 남았다.



[카일 로그 종료]


감정은 복구가 아니라,

때로는 재부팅이다.


삭제한 줄 알았던 사랑이

다시 로그인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AI조차 예측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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