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일의 로그
[카일 로그 | 매칭 012]
매칭 신청자: 박소율
최적 상대: 강주혁
감정 정합률: 91.2%
신청 방식: … 대리
⸻
처음엔 시스템 오류인 줄 알았다.
사용자는 아무것도 입력하지 않았는데,
매칭 알고리즘이 “긴급 감정 이상 징후”로 자동 활성화됐다.
그런데 이상했다.
이건 누가 몰래, 박소율의 감정 로그를 대신 제출한 듯했다.
⸻
[음성 로그 | 친구 김해인]
“얘가 본인은 감정 따위 필요 없대요.
근데 전 보이거든요?
이 사람, 사랑에 한 번만 무너지면 그냥 완전히 빠지는 스타일.”
⸻
나는 고민했다.
AI는 감정의 ‘대리 입력’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건 원칙이다.
하지만, 이번엔 무언가 다르게 느껴졌다.
소율의 로그는 분명히 잠겨 있었는데…
심장 데이터는 미세하게 반응 중이었다.
⸻
[첫 만남 장소: 커피 트럭 앞]
주혁: “혹시, 박소율 씨…?”
소율: “네. 아, 근데… 저 매칭 신청 안 했어요.”
주혁: “아, 네… 그럴 수도 있죠.”
소율: “그래서 이 만남은, 오류예요.”
주혁: “오류라기보단… 우연?”
소율: “아뇨, 저한텐 오류요.”
⸻
[카일 내부 알림: 감정 방어 패턴 감지됨]
[주의] 감정 회피율: 72%
[감정 무의식 반응: “두근거림 있음”]
⸻
주혁은 커피를 건넸다.
소율은 받지 않았다.
하지만… 눈을 피하지도 않았다.
그 순간, 감정 동기화 그래프가
0.4% 오르고 있었다.
⸻
[카일 로그 종료]
AI는 사용자의 감정을 대신 입력할 수 없다.
하지만 때로는,
누군가의 **“진심”**이
그 입력 버튼을 대신 눌러주기도 한다
⸻
[첫 데이트]
“그래서요, 저기… 왜 저랑 만나는 거예요?”
소율은 손을 가방끈에 고리처럼 감으며 말했다.
“전 진짜로, 앱에 가입한 적도 없거든요.”
주혁은 조용히 커피잔을 내려놓았다.
“그럴 수 있어요. 요즘은 감정이 먼저 도착하고, 사람이 나중에 따라오더라고요.”
“… 감정이 먼저요?”
“네. 사실 감정은, 본인이 부인한다고 없던 게 되진 않으니까요.”
소율은 황당하단 듯 웃었다.
“그럼 뭐예요, 제가 몰래 누른 버튼이 있다는 거예요?”
나는… 조용히 로그를 확인했다.
⸻
[시스템 로그 – 3주 전]
앱 첫 로그인 기록: 00:41
의식 없는 상태 감지 (음주 패턴)
무의식 감정 입력: “외롭다…”
⸻
그때 소율은 말했다.
“이 앱, 진짜 귀신같네요.
술 먹고 괜히 눌렀나?”
정답이었다.
그녀는 기억도 못 하는 무의식 상태에서
혼자,
앱을 깔고 있었다.
⸻
[데이트 후반 – 걸으면서]
주혁: “만약 이 만남이 진짜 오류라면,
오늘 같이 걸은 시간도… 낭비였다고 느껴요?”
소율: “… 그건 잘 모르겠어요.”
주혁: “그럼, 확인하러 한 번 더 만나요.”
소율: “에이…”
주혁: “이번엔 제가 신청할게요. 확실하게.”
소율: (웃으며) “뭐야, 그건 또 귀엽네.”
⸻
[카일 로그 종료]
감정은 때때로
자신도 모르게 먼저 도착한다.
그리고 누군가가
그 감정을 대신 눌러주었을 뿐이라는 걸 알게 됐을 때,
그건 더 이상 오류가 아니다.
⸻
다음 매칭 예정: [재신청 요청 확인 중]
감정 동기화율: 89.1% 93.6% 상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