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카페 – 잃어버린 편지만 모읍니다 1

1화 – 내 이름이 지워진 편지

by J이렌

“그는 편지를 쓰지 않았다.

다만, 종이 위에 그녀의 이름만을 반복했다.

하지만 그 이름은,

기억에서 지워져 있었다.”


나는 포스트마스터.

기억 보관소에서 흘러나온 감정의 찌꺼기를 모아,

잃어버린 편지만 보관하는 이 조용한 카페를 지키는 자.


이곳에선 아무도 내게 이름을 묻지 않아.

나 역시 누구에게도 묻지 않는다.

우리는 서로를 잊은 채, 감정만 남긴다.


카페 규칙

1. 편지는 자필로만 접수합니다.

2. 감정은 열람하거나 수정할 수 없습니다.

3. 이곳에 맡긴 편지는

누군가의 기억이 될 때까지 봉인됩니다.



오늘도 문이 열렸다.

차가운 바람이 먼저 들어오고,

그보다 느린 걸음으로 한 남자가 따라 들어왔다.

손에는 접힌 종이 한 장.

표정은 무표정이었지만,

그의 발끝에는 흔들린 기억의 자취가 묻어 있었다.


그는 나를 쳐다보지 않았다.

나도 그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이곳에선 말보다 조용한 기억이 먼저 도착한다.


그는 테이블 끝에 앉아

종이를 천천히 펼쳤다.

단어는 없었다.

그저—

한 이름만이 수십 번 반복되어 적혀 있었다.


흘려 쓴 듯,

조심스레 눌러쓴 듯,

그리고 마지막 줄엔

그 이름이 지워져 있었다.



그는 누구를 잃어버린 걸까?

아니,

그는 정말 ‘기억’을 잃었을까,

아니면

기억이 그를 떠난 걸까.


그는 말없이 종이를 내게 건넸다.

나는 그 종이를 받았다.

다시 보아도,

지워진 이름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그저 잉크의 흔적만이 남아

한 사람을,

그리고 그 사람을 기억하던 이의

잔해 같은 감정을 적시고 있을 뿐.



나는 그에게 커피를 내주며 한 마디를 남겼다.

“기억은 지워질 수 있어도,

감정은 잊히지 않습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시,

아무 말 없이 문을 나섰다.


그의 편지는

이제 이곳에 남는다.

이름 없이,

하지만 사랑은 분명히 담긴 채.



[포스트마스터 기록 001]

“그는 이름을 지웠지만,

나는 감정을 읽었다.

사랑이었다.”



다음 손님이 오기 전까지,

나는 이 편지를

가만히 봉인한다.


여기,

잃어버린 편지만 모읍니다.

기억이 머물다 간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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