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 다음 생엔 당신이 내 며느리로 태어나길 바랍니다
오늘의 손님은
문을 열 때부터 기세가 남달랐다.
조용한 카페 안에
구겨진 감정이 통째로 밀려들었다.
그녀는 조용히 앉았지만,
눈빛은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었다.
“기억은 남겨도 되는데,
이 감정은 제발 좀 가져가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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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한 장이 아니라
손에 움켜쥔 노트북 인쇄물이었다.
A4 여섯 장.
한 글자 한 글자에
감정이 아니라 거의 분노와 울분의 진동수가 실려 있었다.
나는 물었다.
“편지인가요?”
그녀는 날 보지도 않고 대답했다.
“편지였어요.
보내지 않았고,
이제 보낼 일도 없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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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 수 없지만,
나는 안다.
그 종이엔 당신이 며느리로 살면서
당신의 시어머니에게 하지 못한 말들이 가득 적혀 있었을 것이다.
지독하게 고된 살림살이,
먹던 밥 숟가락을 빼앗기던 그날,
출산하고 돌아오자마자 손에 들려진 설거지통,
그리고 아들의 편에만 서서
늘 “네가 참아야지” 하던 그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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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녀의 손가락이 마지막 장을 누를 때,
나는 느꼈다.
그 문장 하나.
감정이 뚫고 나온 복수의 선언.
“다음 생엔,
당신이 내 며느리로 태어나기를 바랍니다.
내가 그때는
절대 물 한 잔,
편히 못 넘기게 해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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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눈을 감고
그 편지를 봉인했다.
화염 같던 글귀도
시간 속에선
잿빛으로 스며들 것이다.
그녀는 조용히 일어나
커피 한 모금을 마시고,
마지막으로 내게 물었다.
“그런 것도,
보관되나요?”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작은 잔을 내밀며 말했다.
“지금은 복수처럼 보일 수 있어요.
하지만,
이건 감정입니다.
누군가에게 받은 고통도
이름 없는 기억으로 남을 자격이 있죠.”
⸻
그녀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돌아섰다.
카페 문이 닫힌 후에도,
그 자리에
그녀의 기운이 한동안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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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마스터 기록 002]
“그녀는 분노를 적었지만,
나는 슬픔을 읽었다.
그녀는 복수보다 먼저,
이해받고 싶었던 것이다.”
**〈기억 카페 – 잃어버린 편지만 모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