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화 - 당신은 내 이름을 한 번도 불러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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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카페 문을 천천히 열었다.
바람이 따뜻했고, 그는 조금 지친 얼굴이었다.
그러나 그의 손에는
매끈한 가죽 표지의 책이 들려 있었다.
그 책의 제목은,
《읽히지 않은 사람》.
나는 그를 알아봤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아는 이름.
베스트셀러 작가, 하윤재.
그는 오늘,
사인을 하러 온 게 아니라
사인을 해주고 돌아간 사람을 위해
편지를 맡기러 온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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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이었다.
카페 입구에서 낯선 여인이
조심스럽게 사인 줄에 섰다.
손엔 윤재의 책 두 권이 들려 있었고,
표정은 조금 허전한 웃음을 담고 있었다.
그녀는 사인을 받으며 말했다.
“글이 아주 섬세하고 감정이 깊더군요.
당신에겐 참 좋은 스승이 있었겠어요.”
그는 그 말을 듣고도
웃지 않았다.
대신 조용히 사인을 남겼다.
펜촉은 멈칫하다가,
한 문장을 적었다.
“저는 당신이 남기지 못한 감정으로 글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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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그가 맡긴 편지는
그날 사인을 받아갔던 여인—
그의 대학 시절 문예창작과 교수,
그리고
그를 단 한 번도 이름으로 불러주지 않았던 사람을 위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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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늘 나를 ‘학생’이라 불렀습니다.
나는 당신의 문장을 외우고,
밤새 글을 썼고,
한 번만 ‘윤재’라는 이름으로 불려보고 싶었습니다.”
“당신은 제가 쓴 글을
‘감정이 없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말 한마디에
저는 세상을 통째로 버리고 싶을 만큼 감정이 흔들렸습니다.”
“그리고 지금,
당신은 제 이름을 여전히 기억하지 못하시죠.
하지만 괜찮습니다.
이제는,
제가 글로 제 감정을 불러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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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편지를 내게 맡기며 마지막으로 말했다.
“그녀는 읽지 못하겠죠.
그래서 여기에 남깁니다.
읽히지 않아도 좋으니,
기억은 되지 않더라도,
감정은 어딘가 남았으면 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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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편지를 조용히 봉인했다.
그리고 카페 한편에 있는 낡은 서가에,
그의 책 옆에 살짝 올려두었다.
그의 감정이
더 이상 상처가 아닌 문장이 되었다는 걸 알리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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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마스터 기록 006]
“그는 이름을 기억받지 못했지만,
자신의 감정을 글로 불러냈다.
그리고 그녀는—
그날 받은 사인을
끝내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