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구역, 영등포동 8가로 온 지 이제 2주 정도가 되었다. 당산역에서는 약 도보로 7분 정도이며 영등포 시장역 도보 5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일 하고 있는 회사까지는 자전거로 신호에 따라 약 7분에서 10분 정도면 도착한다. 처음 집을 보러 왔을 때 제일 좋았던 것은 내가 좋아하는 햄버거 가게(버거왕)가 길 건너편에 있었고 그 옆에 스타벅스가 있었다. 물과 햇반을 살 수 있는 편의점도 있었다. 처음에는 딱 그것들만 보였는데 2주 정도가 지나니 동네에 무어가 있는지 이제 조금 알 것 같다.
아무래도 주말에는 회사 주변인 문래 쪽은 잘 가지 않게 되어 당산역으로 걸어가는 길과 집 뒤의 골목을 둘러보았다. 당산역 나들목 뒷 길의 술집과 밥집들을 보면서 서울의 숱한 번화가들을 보았지만 왠지 또 새로운 것은 정말 새로워서인 것 같다. 우스갯소리가 아니고 뉴욕에서 혼자 도시를 걸어 다닐 때와 약간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오늘 잠깐 자전거를 타고 선유도 공원에 다녀오는 길에 그런 기분이 들었다. 어쨌든, 이상한 것도 아닌 것이 나는 노원에서 정말 오래도록 살았기 때문이다. 주말에는 노원 집에 가서 옷가지며 반찬이며 이런저런 것들을 들고 돌아오기 때문에 반 정도의 독립이지만 집 뒤의 골목길들을 걸을 때면 '오와, 이런 게 있구나 싶으면서도' 어떤 다짐 같은 것들도 머금게 된다.
정말 사소한 것들이지만, 이 카페는 언제 오면 되겠다, 이 국밥집은 언제쯤 오면 되겠다, 자전거는 이 길로 타면 되겠다, 사람들이 오면 여기에서 장을 보면 되겠다 등등. 정말 이런 사소한 다짐들을 하고 있다.
회사의 안과 밖에서 크고 작은 변화들이 일고 있다. 성과를 평가하는 면담들을 했고 다시 또 올해의 목표들을 세우고 수강했던 소설 쓰기 수업은 몇 차례나 빼먹고 수업이 종강되었다. 제대로 무엇 하나 되는 게 없는데 일단은 집에 들어오면 먼지도 쓸고 밑반찬 꺼내어서 밥도 먹고 설거지도 한다. 이제야 올 해가 시작된 기분이 든다. 내가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하는 버릇 때문인지, 이제야 책상도 놓고 글도 쓰고 싶고 공부도 하고 싶어 진다. 애초에 계획 같은 것을 제대로 세운 적은 없지만서도 올해 초의 계획에는 전혀 포함되지 않았었지만 회사 근처에 거처를 얻고 싶었던 것은 사실 한참 전의 일인지라 생각보다 금방 진행되었고 그 생각에 책임을 지게 되어 일요일 저녁에 혼자서 자전거를 타다가 이런 길도 발견하게 되었다. 이주 정도 되어 알게 된 것이라곤 일주일에 혼자서 얼마 정도의 생수를 마시는가이지만 조금 더 많은 것들을 알 수 있게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