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인 더 폴
In The Fall (단편 영화)
사람은 죽음을 맞닥뜨리는 순간 자신의 인생이 필름처럼 지나간다고 한다. 실제로는 찰나의 시간이지만 당사자에게는 자신의 삶이 파노라마처럼 흘러간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이론이 존재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죽음을 맞닥뜨린 상황 속에서 생존을 위해 뇌가 풀가동 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 이유야 어찌됐든간에 참 기묘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Steve Cutts의 <In the Fall>이라는 작품도 이러한 현상에서 소재를 가져온 작품이다. 2분이 조금 안되는 이 단편 영화는 짧은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강렬한 스토리 라인을 가지고 있다. 옥상에서 실수로 추락해 버린 중년의 남성. 마천루에서 추락하는 그의 눈 앞에는 자신의 인생을 주제로 만들어진 한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비명을 지르며 추락하던 그는 그 영상을 다 보고나자 오히려 안도하며 편한 마음으로 죽음을 맞이한다. 무슨 이유에서일까?
<이하 스포일러> Steve Cutts는 현대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과 풍자로 유명한 창작가다. 그는 단편 영화를 비롯한 다양한 예술 매체를 통해 현대 자본주의의 이면과 물질주의에 찌든 도시 문명을 겨냥하고 있다. <In the Fall> 또한 그러한 주장의 연장선상에 놓인 작품이다. 주인공의 안도감이 "이 정도면 잘 살았군."이 아니라 "이렇게 살 바엔 죽는 것도 나쁘지 않네."라는 생각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은 참 슬픈 일이다. 그의 인생 파노라마는 사실상 젊은 시절에서 멈춰버렸다. 그 이후는 사무실에 앉아 고통받으며 책상에 머리를 찧어대는 모습밖에 비춰지지 않는다.
이 작품이 노동 그 자체의 가치를 깎아내린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죽기 전 삶의 최고의 순간이 이뿐이라면 그야말로 비참한 삶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직장은 자아 실현이 장이 될 수 있고 나눔의 장, 성장의 장이 될 수 있다.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노동으로 각자가 가진 삶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현대사회에서 노동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버린 현대인의 비참한 단면을 그려내고 있다. 목적이 없기에 Best Bits에서는 노동을 통해 이뤄낸 것은 보이지 않고 고통받는 개인의 모습만 보여진다.
Steve Cutts의 작품은 블랙 코미디의 성격을 강하게 띄고 있다. 유쾌하게 그려내지만 그 사실이 갖는 섬뜩함에서도 손을 떼지 않는다. 극의 마지막에 추락의 둔탁한 소리와 함께 비명을 지르는 군중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흥겨운 음악과 만화적 연출을 보며 이를 즐기던 관객들은 극의 종지부에서 갑작스레 현실감을 느낀다. 그러한 현실감과 함께 <In the Fall>은 애니메이션 세계에서 현실 세계로 넘어온다. 결국 관객들은 이 이야기가 단순 만화 속 이야기가 아닌 당장 우리들 앞에 놓인 위기임을 넌지시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