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가까이하면 불편하고, 멀면 그립다.

by 정작가

인간은 가까이 있으면 불편하고, 멀리 있으면 그립다.

이 논제에 물리적인 거리가 중요할까, 심리적 거리가 중요할까.

20대엔 뭐든 괜찮았다.

24시간 다른 사람들과 붙어 있던 군대에서도, 쉐어룸에서 여럿이 생활하던 캐나다에서도 딱히 불편하다는 느낌은 없었다. 그들은 내게 심리적으로도 깊은 이성친구는 아니였기에 상관 없던 걸까?

이성친구도 결국 데이트하고 각자 집에 돌아가니 크게 상관 없었던 거 같다.


30대에 들어서면서 이 담론에 대해 결론을 내지 못하면 이번 생에 내게 결혼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쉽게도 여전하다.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니 인간관계로부터 멀어지면 '인간이 그리워진다'는 명제는 더 깊게 생각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그렇다면 나는 가까우면 왜 불편할까


연애를 할 때면 상대의 온기, 사소한 말투, 태도, 습관이 좋았다가도 어느 순간 동전 뒤집히듯 싫어지기도 한다. 관계라는 것이 가까워 질 수록 상대에 대해 더 알게되고, 더 많이 기대하다가 더 쉽게 실망하기도 한다.


나 또한 상대를 실망 시키고 싶지 않았다. 나는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만큼 좋은 사람도 아니고, 똑똑한 사람도 아닐 뿐더러 대단하지 않다. 그래서 가까이 오면 고양이 마냥 할퀴어 댔다.


'가까이 오지마!'

'내 민낮을 들키고 싶지 않아'


예전에 만나던 여자친구가 나를 고양이 같다면서 자신에게 서운한 말을 하고 사과하던 내게 말한 적 있다.

"오빠, 고양이 키우는 사람 중에 고양이가 좀 할퀸다고 고양이 싫어하는 사람 봤어?"

그녀는 별일 아니라는 듯 말했지만, 분명히 상처 받았을 것이다. 미안했다.


나는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게 누구보다 중요하다. 방해 받지 않는 오롯이 나만이 즐길 수 있는 조용한 장소에서 만화도 보고, 애니도 보고, 영화도 보고, 책도 읽고, 글도 쓰고, 운동도하고, 잠도 자고, 낚시도 하다보면, 균열이 생긴 항아리가 고쳐지고, 흘러내린 마음이 채워지는 느낌이 든다.


헌데 아무리 좋아하던 친구라도 며칠 같이 있다보면,

'이제 좀 혼자 있고 싶은데...'라는 생각이 어김없이 든다.

이런 사고 방식을 고치지 못하면 결국 상대에게 상처를 주고, 혼자 남게 될 거라는 걸 안다.


기본적으로 인간관계의 거리감은 물리적 거리감과 심리적 거리감 사이의 오묘한 앙상블을 통해 적정 평균 거리가 산출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헌데 그런 걸 고려해 줄 상대를 만나는 게 빠를까? 아니면 그런 거리감이 중요하지 않도록 서로의 민낮을 이해하고, 함께 나아갈 상대를 찾는 게 빠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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