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여름 산길을 발로만 가고 있었다'

by 정작가

어느 날, 라디오에서 읽어 주던 사연의 문장이 마음 깊게 박혀들었다.

운전하다가 듣고 너무 놀라 신호를 받고 섰을 때, 그 문장을 잊고 싶지 않아 냉큼 메모장에 적어 놓았다.


앞선 내용은 대략 이랬다.

'수년을 그와 살았지만, 그는 늘 혼자 앞서 갔다.

같이 여행을 가도 혼자 휙 하고 걸어 나갔고,

사진을 함께 찍지 않아도 서운해하지 않았다.

그리고 여름날 산새가 울고, 녹음이 짙게 드리운 시원한 산길을 걷는 그날도

그는 혼자 핸드폰으로 유튜브를 보며 혼자 걸어 나갔다.'


"그는 여름 산길을 발로만 가고 있었다"


함께 하고 있지만 함께 있지 않는 관계.

그녀의 외로움이 단 한 줄에 응축된 멋진 문장이었다.


나는 언제쯤 이런 멋진 문장을 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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