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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COB Mar 15. 2019

서른 즈음에 나는

취향은 확실해졌으나 가리는 것은 더 많아졌다.

드립과 플랫화이트

케냐 AA 와 예가체프

톤다운된 무채색의 어떤 것들

아이맥과 맥북, 아이폰과 애플워치, 에어팟

이병률과 박준, 변종모와 양정훈, 김수연과 임경선

그리고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파스타는 알리오올리오

스테이크 굽기는 미디움레어

부다페스트 멘자의 굴라쉬

세화해변과 평대리의 골목

일출보다는 일몰경.


취향은 확실해졌으나
가리는것은 더 많아졌다.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일 보다는

먼저 알던 사람 중에서도

전화번호를 정리하는 일에 익숙해졌다.


떠나는 삶보다는 정착하는 삶을 생각해본다.

덕분에 여권에 도장 하나 안찍힌채

벌써 해가 두번째 바뀌었다.


20대 중반까지는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을

생각하며 살았다면,

20대 후반부터는

나를 불행하게 만드는 것을

생각하며 살게되었다.


취향은 확실해졌으나
가리는것은 더 많아졌다.


스무살의 나는

서른엔 뭐라도 되어있고

어딘가에 닿아 있을거라고 생각했으나


29년 하고도 백일넘게 살고 있는 나는

서른을 코앞에 두고도

무엇도 되지 못하고

어디에도 닿지 못하고 있다.



2019. 03. 13

가장 최근의 나.


fujifilm X100T

instagram: @jacobsf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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