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열도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해 일본의 여름은 굉장했다.
그걸 알면서도
한여름의 일본을
찾았던 이유는 단 하나.
음악을 들었을 때
떠오르는 장면과 감정을
그 장소에서 직접 느껴보고 싶어.
어느 5월 바람 좋은 밤
홍대 근처 펍에서
우연히 흘러나와 알게 된 노래.
취기가 많이 올랐음에도
제목이 너무나도 궁금해
사장님께 물어봤던 그 노래
그때 당시 난
그 한곡에
밤낮으로 심취해 있었고,
두 달 후.
그 음악으로만 상상했던
한여름의 일본을 만났다.
감동적인 순간은
장소와 그 음악이
멋지게 맞아떨어질 때다.
온도와 바람까지
음악과 닮아있다면
그건 더할 나위 없는
행운이며 완벽한 연출이다.
작년 여름 닳도록 듣던,
그 음악을 다시 듣는
아직은 바람이 찬 봄날.
사진으로 남은
그날의 장면들을
한 장 한 장 넘겨보며
그 여름의 "주제가"를
듣고 있다.
마치, 그 날의
뜨거움과 축 늘어짐을
눈앞에 마주한 듯.
그날의 기억들이
아주 생생히 떠오른다.
우연한 곳에서 만난 음악,
그리고 그 한 곡의 상상으로 시작된
내 인생 가장 아름다운 여름의 기억.
쏜살같이 사라지던
그날의 시간들도
모두 그 음악에 잡혀
지금까지 내게서
달아나지 못하고 있다.
기억에서의 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
아주 멀리.
그리고 아주 오래.
아름다운 기억이 된 음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