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바 일루즈의 <사랑은 왜 아픈가>를 통해 본 사랑과 결혼의 시장
대체 탁현민이 뭐길래!
신문에서는 연일 페미니스트 필자들의 ‘탁현민 사퇴 요구’와 관련된 칼럼들이 올라오고 있는데, SNS에서는 그에 지지 않는 탁현민 옹호의 글이 올라온다. 처음에는 분노했고, 탁현민이 어서 내려오기를 바라는 마음 뿐이었다. 이 마음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하지만 최근 ‘대체 탁현민이 뭐길래! 이 사태 속에서 남성들이 빼앗기고 싶어하지 않는 그 무언가가 대체 뭐길래 이렇게 끄떡없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생겼다. 어쩌면 우리 선배 페미니스트들이 겪었을 일. 아무리 돌로 쳐도 끄떡도 하지 않는 그들만의 견고한 성체를 마주하는 것. 대체 그 성체의 실체는 뭐고, 왜 만들어졌을까? 단지 이 사회가 가부장 사회라서 그렇다,는 말보다 좀 더 세밀하게 그 구조를 들여다 볼 수 있는 말이 필요했다.
그러던 중 페미니스트이자 감정사회학자인 에바 일루즈의 <사랑은 왜 아픈가>를 읽다가 이것의 답이 될 수 있는 몇 가지 단서들을 발견했다. 읽으면 읽을 수록 절망 뿐인 책이지만 그런 의미에서 사회를 아주 잘 반영했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에바 일루즈가 제시하는 남성연대의 사회학적 근거들을 함께 보면서 탁현민 사태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눠보고 싶다.
"사적인 감정은 공공의 통일체라고 할 수 있는 사회 그 자체에서 출발한다.
사랑을 하는 당사자가 어떤 감정을 가져야 좋은지 결정하는 쪽은 사회라는 말이다."
- 1장. 사랑의 일대 전화 : 결혼 시장의 형성
* 책 간략 소개
: <사랑은 왜 아픈가>는 현대 사회에서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의 문제로 받아들이는 사랑 역시 사회적 관계 및 구조에서 비롯된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마르크스가 상품을 가지고 벌인 시도를 낭만적 사랑에 적용해보고자 한다.”(서문) 일루즈는 사랑의 고통이 내면 감정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현대를 낳은 '계몽적 이성'이나 '자유'는 버림받은 사람에게 합리적 계산을 거쳐 자존감에 상처를 입었다고 느끼게 한다. 사회 규범이나 관계가 판단 기준이 되는 것이다. 과거엔 공동체 규범이 중요했다면 이젠 대중매체가 내려 준 기준이 더 중요해졌고, 인격 평판보다 성적 매력의 비중이 더 커졌다. 사랑 앞에는 개인 선택의 자유가 놓여 있는 것 같지만 실제는 사회가 교묘하고 은밀하게 강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경제 논리 앞에선 맥없이 허물어지고 만다. 이 책은 사회가 만들어 놓은 낭만적 사랑의 아키텍처가 무엇인지를 진단하고, 그 안에서 ‘상상력이 가득한 사랑’이 회복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제시한다.
* 낭만적 사랑의 아키텍쳐
: 현대에 일어난 사랑의 변화를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 가운데 하나는 ‘선택이라는 범주로 사랑을 바라보는 일’. 현대에서의 사랑은 ‘낭만적 선택 결정(감정과 선택이 결합된)’을 내리는 조건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는데 이 조건은 1. 생태에 따른 선택(결혼 규칙, 섹스혁명 등-전반적 환경과 관련된 것), 2. 선택 아키텍쳐(문화적 전형). 선택 아키텍쳐는 우리가 선택을 하는데 스스로에게 묻고 결정을 내리는 일련의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문화적 구조를 말함.
* 결혼시장의 형성
: 거대한 전환(칼 폴라니, 경제가 사회를 예속시킨 상태). 사랑의 ‘거대한 전환’은 일련의 특징이 있다.
1. 잠재적 배우자를 평가하는 일에서 규범이 힘을 잃음(배우자의 매력과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이 공동체로부터 멀어지고 대중매체와 가까워짐). 2. 배우자를 감정이라는 범주와 함께 성적 매력이라는 범주로 평가하는 경향이 강해짐. 3. 성적 매력이 약진(섹시함이라는 경쟁력)
* 섹시함이라는 경쟁력에 관한 남녀 차이
: 여성은 젊음과 아름다움이라는 상징을 가지고 경쟁 우위를 가짐. 이는 결혼시장, 그리고 사랑과 로맨스라는 주제에 밀접한 관련이 있음. 그러나 1950년대 ‘플레이보이윤리’(개인의 욕구 충족을 최고의 가치로 여김)가 탄생하면서 남성의 몸이 상업화 되었고, 스포츠시장을 겨냥함. 사랑이나 로맨스라는 주제가 결여되어 있는 섹시함.
결혼시장에서의 비대칭성 : ‘남성의 망설임’과 ‘여성의 결혼 기대감’ / 결혼을 했을 때 이익이 남성에게 더 많음에도 불구하고 결혼 시장에서의 공급자는 항상 남성. 경제적 문제와 ‘생리시계’ 때문.
“생리시계, 곧 개인의 선택을 가름하는 문화적으로 가장 두드러진 카테고리인 생리시계는 여성이 선택을 받는 생태와 아키텍처의 기초가 되는 차원이다. 생리시계는 남녀가 서로 인지하고 마땅한 감정을 갖게 만드는 기본 메커니즘이기 때문이다.”
- 2장. 낭만적 선택의 새로운 아키텍처
1. 세상의 돈은 대부분 남성이 소유하고 있음. 지난 20년 동안 지구의 부는 엄청나게 증가했는데, 이 기간에 증가한 대부분의 돈은 금융이라는 새로운 돈벌이 방식으로 쌓임. 거의 남성에 의해 만들어진 것(금융 자본주의). 오늘날 95%의 부가 지난 20년 동안 남성에 의해 축적된 것. 그만큼 금융 차원에서 남성의 권력이 증가. 여성들이 법정에서 승리를 쟁취해 오던 시기, 즉, 성희롱에 맞서고, 동등한 권리를 찾으려고 온몸으로 투쟁했으나 금융자본주의 아래서 여성들이 만든 성취는 진정한 성취가 아니며 이 시기에 남성들은 훨씬 더 많은 권력을 얻어냄. 출발지점이 다름. (80년 전부터 자본주의 산업은 100% 남성이 좌지우지해왔으며 그들에 의한 재생산이 진행됐음. 남성이 가진 진짜 돈, 진짜 자산은 더욱 증가. 자본의 구조가 금융자본으로 진화되었기 때문. 금융자본은 대부분 남성이 주도하는 전문직종으로 이뤄짐)
2. 남자의 이성, 여자의 감정 : 18세기, ‘예민함’(감성)은 브루주아 남녀 모두의 특권이자 특징이었음. 그러나 산업화와 핵가족화가 진행되면서(특히 19세기 중반 이후 미국) ‘돌봄’을 여성의 전유물로 만들기 위해 배려, 양보, 친밀함 등을 여성 고유의 감정으로 구조화. 여자아이들은 성장과정에서 ‘융화 관계’를 재생산하고, 사내아이는 홀로 떨어져 있어도 강해야 한다는 의식을 훈련 받으며 철저히 ‘자율’을 추구. 이러한 감정적 구조는 현대 결혼 시장에서 ‘남성의 망설임’과 ‘여성의 결혼 기대감’이라는 비대칭적 관계를 만들어 내기도 함.
3. 남성의 세 개의 경기장(남성을 떠받드는 세 개의 전통적 기둥)의 쇠퇴 : 집과 일터와 남자들만의 모임(가정에서 권위를 자랑하고, 자력으로 수입을 늘리며, 우정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형식). 그러나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공동체는 이 세 개의 기둥에 중요한 변화를 불러옴. 페미니즘 운동, 봉급생활(맞벌이), 남자들만의 공간이 없어지는 문화 등으로 인해 이런 지위와 맥락을 이루는 많은 요소가 쇠퇴함.
4. ‘섹시함’이 제공하는 ‘사회적 지위’ : 남자는 자신이 얼마나 많은 여자와 성적 관계를 맺는지 과시함으로써 여성은 물론이고 다른 남자들까지 다스리는 사회적 권력을 갖는다고 믿게 됨(섹스라는 경연장). 연속적이고 누적적인 성생활은 섹스 분야게서 강한 남자의 힘과 여전히 맞물려 있기 때문에 풍요로운 성경험은 마치 신분의 상징처럼 기능.
5. 섹스에 사회적 지위가 부여된 이유 : 1) 섹스는 권력과 신분의 냄새를 풍긴다(다른 남자들과 경쟁하며 능력 과시하는 신분의 상징). 2) 가정에서 누리던 권위를 성과 섹스의 문제로 확대(서로 경쟁하면서도 여성의 몸을 남성연대감의 대상으로 전락시키면서 자기네끼리 우의를 다지는 수단으로 활용) = 가정에서 남성권위의 추락과 직장에서 남성 자율권의 몰락은 ‘비대화한 섹스’를 낳음.
“이처럼 섹스를 비대하게 만든 것은 바로 섹스 안에 남자다움의 세 가지 측면, 곧 권위와 자율권과 연대감이 지위라는 것으로 녹아들었기 때문이다.”
- 2장. 낭만적 선택의 새로운 아키텍처
* 에바 일루즈 : 감정사회학의 권위자로 자본주의 속에서 지나치게 심리학적으로 해석되고 있는 사랑, 고독, 불안에 대해 사회학적 접근을 이끌고 있다. 이스라엘 히브리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이자 프랑스 사회과학고등연구원 책임자이다. 1961년 모로코에서 태어나 파리10대학교에서 사회학, 커뮤니케이션, 문학을 공부하고 히브리대학교에서 커뮤니케이션 석사,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커뮤니케이션과 문학이론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 프린스턴 대학교 등에서 강의하고 베를린 지식연구소 교수를 지냈다. 2009년 독일 주간지 ‘디 차이트’ 선정 ‘내일의 사유를 바꿀 12인의 사상가’로 꼽혔다. 저서 <낭만적 유토피아 소비하기> <오프라 윈프리, 위대한 인생> 등이 전미사회학회 분야별 최우수도서로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