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iegel im Spiegel

Arvo Part

Dec 1. 2021

근현대음악 100일 감상의 첫 곡으로, 에스토니아의 작곡가 아르보 패르트(Arvo Pärt)의 작품들을 골라 보았습니다. 에스토니아는 발트3국 중의 하나로 알려져 있죠. 올해 수교 30주년이고 대사관도 올해 초에 개관한 후, 행사들을 통해 한국에 에스토니아를 알리기 위해 많이 노력하시고 계십니다.

저는 에스토니아를 두 번 여행하면서 매우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는데요. 특히 2019년 여름 두 번째 여행에서는, 15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5년마다 열리는 노래축제 “라우루피드(Lauulupid)”에 참여해서 더욱 의미있었습니다. 에스토니아의 합창음악을 이야기할 때 언제나 거론되는 작곡가가 바로 아르보 패르트죠. 그래서 저는 이 나라를 이야기 할 때 가장 먼저 아르보 패르트를 떠올립니다.

1970년대부터, 본인만의 작곡기법인 틴틴나불리(Tintinnnabuli)를 창안, 미니멀리즘 음악의 새로운 서막을 연 아르보 패르트의 음악은 듣는 이들의 마음을 한층 편안하게 해 주지요. 기교와 불협화음에서 벗어나 소리 그 자체에 집중하고 내면을 들여보게 합니다. 바로 오직 두 가지의 소리 또만 두 가지의 악기로 연주, “멜로디와 반주를 일체로 만드는” 틴틴나불리 기법을 통해 감상자들에게 무한한 세계를 펼쳐보이기 때문이지요.

그의 곡 중 가장 잘 알려진 거울속의 거울(Spiegel im Spiegel)은 1978년, 음악과 시대상에 대한 회의로 오랜 침묵을 보낸 끝에 틴틴나불리 스타일로 작곡하여 잘표한 작품으로, 이전과는 전혀 다른, 이제는 이전의 음악들을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아르보 패르트의 진정한 음악세계의 서막을 알린 곡 중 한 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복적으로 전개 되는 주제와 고요하게 파문을 일으키는 반주가 조화를 이루어 성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는데요. 마치 거울속을 보며 앞으로 걷다가 뒤로 걷는 느낌, 거울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다가 다시뒤돌았다가 하는 느낌을 줍니다. 인생을 반추할 때 들어보면 참 좋은 곡이라는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그런지, <어바웃 타임>을 비롯한 수많은 영화들에 등장하기도 하였습니다.

원래는 피아노 반주, 바이올린 멜로디의 편성으로 작곡되어 여러 방식으로 편곡이 되었는데요. 마침, 현대무용과 어울리진 아름다운 연주영상을 발견하여 아래와 같이 소개합니다. 암스테르담 신포니에타의 연주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3R_2sHUAFSk

아르보 패르트의 음악세계에서 합창음악을 꼭 짚고 넘어가야 하는데요. 틴틴나불리가 고안된 데에는, 중세 및 르네상스 등 과거의 음악에 심취하며 회귀하고자 했던 아르보 패르트의 지향점이 담겨 있습니다. 2004년에 작곡된, 라틴어의 가사로 불려지는 Da Pacem Domine 는 4성부의 합창곡으로 작곡되었고, 2004년 스페인 마드리드 아토차 테러 사건의 영혼들을 기리기 위해, 조르디 사발(Jordi Savall)이 아르보 패르트에게 위촉하여 탄생한 아름다우면서도 슬픈 합창곡입니다. 누군가의 영혼을 어루만져주는 깊은 합창곡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