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uricio Kagel
아르헨티나계 독일 작곡가 Mauricio Kagel(마우리치오 카겔)은 1920년대 러시아를 피해 아르헨티나로 이주한 유대계 집안 출신으로 1957년에 연구자 자격으로 독일 쾰른을 방문, 죽을 때 까지 쾰른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1960-66년과 1072-76년 다름슈타트 국제여름학교에서 음악을 가르치며 동시대의 현대음악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본인도 현대음악 작곡가로서의 경력을 이어나갔습니다. 그의 작품들 중에는 특정한 극적 표현 및 재현을 지시하는 곡들이 많고 창의적인 무대효과와 함께 감상할 때 더욱 효과적인 음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의 작품들을 흔히 "불합리한 극장(Theatre of the Absurd)"라고 통칭하기도 합니다. 이 뿐 아니라 영화와 사진에도 관심과 재능을 보여 현대적인 작업들을 이어나갔습니다.
현대음악 역사상 가장 기괴한 작품 중 하나로 손꼽히는 Zwei-Mann-Orchester (두 사람의 오케스트라)는 200개 이상의 부러진 악기 조각과 고장난 음향기, 가정용품등을 한데 모아 어디서도 들어볼 수 없었던 기괴한 소리를 만들어냅니다. 1973년 Danueschigen 축제에서 초연된 후2018년에 이르기까지 단 네 번 공연되었다고 하구요. 이후의 연주 기록은 찾아봐야겠습니다만, 1973년에서 2018년까지, 반세기 가까이 되는 기간 동안 단 네 번 연주되었다는 건, 그 만큼 무대에 올리기 벅찬 작품이라는 의미도 되겠지요.
이 악기(?)들은 레버와 줄들을 통해 하나로 연결되어 순간에 따라 좌우되는 소리들을 자아내고 관객들은 이를 통해 물체들이 낼 수 있는 잠재적인 소리, 지금 이 순간에는 들리지 않았지만 다음에 다시 재현될 때 들리게 될 또 다른 소리들을 상상하게 됩니다. 놀라운 사실은, 이 작품에도 엄연히 악보가 있고 연주형식과 악기의 대략적인 모습에 대해서도 지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다만, 200개의 악기(?)의 구체적인 구성요소에 대한 지시는 없기에, 연주자들이 재량것 조합할 수 있고 소리도 어떤 물체로 구성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기괴한 물체 자체가 미술작품이 될 수 있고, 또 이 미술작품으로 연주되는 음악 공연이 될수 있는, 진정한 하이브리드 예술의 표본을 보여주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지금까지 독일, 스위스, 미국에서만 연주되었다고 하는데 실제로 현대미술관 등에서 관람한다면 매우 흥미롭고 신선한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
이 영상이 바로 스위스 바젤의 '팅글리 박물관' 연주 실황으로, 역대 세번째 실황입니다. 장 팅글리는 기계들을 한데 모아 작동시키는 새로운 '키네틱 아트'를 선보이며 현대미술계에 이름을 알렸는데요. 아래 영상 역시 마치 기계들이 하나가 되어 장 팅글리의 작품을 다루는 듯한 역동적인 퍼포먼스가 돋보입니다. 바젤을 여행했을 떄 가장 인상적으로 관람했던 박물관이라 아래 영상도 추천드리고 싶어요. 특히 이 작품의 초연시 연주했었던 Wilhelm Bruck가 다시 연주에 참여해서 해서 더욱 의미있습니다.
부분영상인 관계로, 전체 연주가 궁금하신 분은 Mauricio Kagel: Zwei-Mann-Orchester (Two-Man Orchestra) at Museum Tinguely, Basel | VernissageTV Art TV 링크에서 확인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