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기술 발전의 양면성에 대한 고찰
아슬아슬한 줄타기.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은 현대 사회에서 가장 논란이 많은 주제 중 하나이다. 이제는 거스를 수 없는 기술 트렌드가 되었고, 우리는 비즈니스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의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 가능성에 대해 높아지는 기대와 함께, 다른 한편으론 인류가 감당해야 할 위험과 책임에 대한 우려도 또한 커지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 발전에 대해서는 두 가지 상반된 시각이 존재한다.
첫 번째 시각은 낙관주의자들이 주도하는 것으로, 대표적으로 오픈AI의 CEO 샘 알트먼이 있다. 그는 인공지능이 인류에게 막대한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며,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인류에게 발전과 혜택을 가져올 것이라고 진심으로 믿고 있는 듯하다. 샘 알트먼은 인공지능이 반복적이고 노동 집약적인 작업을 대신 수행하면서 인간은 창의적이고 의미 있는 활동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얼마 전 오픈 AI 이사회에서 그를 해고했을 때, 투자자인 마이크로소프트가 그를 그의 팀과 함께 데려가려고 했던 것이나, 오픈 AI의 직원들이 샘 알트먼을 지지함으로써 이사회가 손을 들고 결국 짧은 시간 내 그가 다시 회사의 CEO로 복귀할 수 있었던 것은 이와 같은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믿음과 함께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자신들이 얻을 명예와 부 역시 생각했으리라 추측된다.
인공지능이 가져올 낙관적인 미래를 위해 그는 관련 기술의 발전을 적극 지지하고 있으며, 모든 인류가 그 혜택을 나눌 수 있도록 하는 기본소득 제도와 같은 구상도 제안하고 있다. 이 부분은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로 각국의 조사가 진행되고는 있지만, 현재 전 세계 650만 명이 등록한 홍채 인식을 통한 인증 기반의 '월드코인'과 같은 프로젝트를 통해 일부 현실화되고 있기도 하다.
반면, 이와 다른 반대의 시각은 기술 발전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는 쪽이다. 테슬라와 스페이스 X의 CEO인 일론 머스크가 대표적인 인물로, 그는 오픈AI의 설립 멤버였지만 인공지능이 통제되지 않을 경우 인류에게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최근에는 오픈AI의 영리 사업이 회사 설립 당시의 계약을 위반한 것이라며 오픈AI와 올트먼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이기도 하다.
특히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이렇게 기술을 개발해 나가면 언젠가는 반드시 도래하게 될 것이라 경고하는 일반인공지능(AGI)이 등장하게 될 특이점(Singularity) 이후의 세계는 현재로서는 예측 불가능하며, 심지어 영화 *터미네이터*나 *매트릭스*와 같은 디스토피아적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 발전의 부작용
나 역시 개인적으로는 후자의 입장으로 인공지능 기술 발전이 가져올 해악이 그 긍정적인 효과를 넘어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술의 문제는 종종 기술 자체보다는 그것을 활용하는 인간에게서 비롯되지만, 인공지능 기술은 그 또한 예외가 아님과 동시에, AGI의 출현과 맞물려 인류의 통제를 받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인공지능이 나타날 수 있다는, 그와는 또 다른 결의 문제까지 내포하고 있기에 더욱 심각하다고 보는 것이다. 이제 인공지능이 야기할 수 있는 여러 문제 중에서 몇 가지 핵심적인 문제를 짚어보자.
첫째, 인공지능은 너무나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다. 인공지능 모델의 학습과 운영에는 대규모 데이터 센터가 필요하며, 이들 센터는 막대한 전력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과도한 전력 소비는 이산화탄소 배출로 이어지며, 결국 필연적으로 지구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고 지구의 자원을 고갈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특히,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우려가 매우 커지고 있는 현시점에서 인공지능의 에너지 사용 문제는 매우 중요한 이슈이다.
AI가 소비하는 전력은 이미 대규모다. 전 세계 AI가 쓰는 전력량은 일부 소규모 국가 전체의 전력 사용량과 비슷하다. AI 반도체를 포함할 수 있는 데이터센터 기준으로 보면 2020년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은 200~250 TWh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전력 소비량(208 TWh)과 맞먹는다. 2027년 경이되면 아르헨티나, 스웨덴, 네덜란드의 전력 소비량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2021년 전국 데이터센터 142개의 전력 사용량은 4006 GWh로 서울 강남구(4625 GWh)에 육박한다.
AI가 이처럼 엄청난 전력을 소모하는 이유는, 고성능 하드웨어를 이용해 방대하고 복잡한 데이터를 처리하기 때문이다. 특히 AI 모델이 초기에 딥러닝을 하는 과정, 그리고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생각보다 많은 전기가 소모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탄소 배출량이 지나치게 많아지면서 환경 경영을 하기 힘든 구조적 후상황에 처하기 때문에 기업의 ESG경영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전기가 가장 많이 소모되는 때는 초기 AI에게 딥러닝을 시킬 때라고 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챗GPT의 핵심 기술인 ‘거대언어모델(LLM)’을 학습하는데 들어가는 전기량은 미국 120개 가구의 1년 전기 사용량 정도라고 한다. 또한 이 과정에서 미국 110개 가구가 1년 동안 배출하는 탄소 502t이 배출된다. 향후 AI 모델의 크기는 점차 커질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당연히 전기 소비량도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가 AI에게 어떤 그림을 그려달라고 요구할 때, AI가 이미지를 그려주는 데는 이미지 1개당 핸드폰 하나가 완충되는 정도의 전기가 소모된다고 한다. 만약 사용자가 장난 삼아 이미지 5장을 그려달라고 했다면, 순식간에 5대의 핸드폰이 완전히 방전되는 수준의 전기가 사용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과도한 전기를 소모하면서도 사용자는 잘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여름에 에어컨을 쓰면서도 체감적으로 내심 전기를 많이 쓸까 봐 걱정한다. 하지만 AI를 사용할 때는 이런 느낌을 거의 받을 수 없으며, 사용자는 별다른 생각 없이 계속해서 여러 작업을 시키게 된다. 그러나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이러한 모든 일들이 막대한 전기 소모량과 탄소배출량을 발생시키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 또는 완화하기 위해서는 저전력 AI 반도체 개발과 경량화된 AI 모델 개발이 시급하다. AI 모델의 경량화에 있어 핵심 기술은 바로 소형언어모델(SLM)이다. SLM은 거대언어모델인 LLM을 특정 기능에 특화해 경량화한 AI모델로서, 일반적으로 ‘온디바이스 AI’의 형태로 구동된다. 삼성은 이미 출시한 갤럭시 S24에 온 디바이스 AI를 탑재했고, 애플은 오는 9월 9일 아이폰 16 신제품을 발표하면서 '애플 인텔리전스'라 명명한 AI 폰을 출시한다.
둘째,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사람들의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다. 많은 직업이 자동화의 대상이 되면서, 기존의 일자리들이 사라지고 있다. 이는 산업혁명 이후 인간의 노동, 특히 생산직 일자리를 기계(로봇)가 대체하면서 무수히 보아왔던 기존의 일자리 위협 사례와는 반대로, 오히려 생산직 블루칼라 일자리보다 전문지식을 활용하거나 창의성을 필요로 하는 화이트칼라 직종들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23년 고용 전망' 보고서를 통해 점점 더 빠르게 발전하는 AI가 세계의 일자리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인공지능 혁명으로 전 세계 일자리의 27%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경고를 한 바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도 2023년에 AI 기술 발전으로 향후 10년간 전 세계 생산량이 7% 증가하겠지만, 동시에 3억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었다. OECD 보고서는 38개 회원국 전체 고용의 약 27%를 차지하는 고도로 숙련된 직종이 AI 기반 자동화로 가장 큰 위험에 처해 있다며 임금 감소와 일자리 손실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2024년 3월에 우리 산업연구원이 발간한 'AI 시대 본격화에 대비한 산업 인력 양성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제조업 93만 개, 건설업 51만 개,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 46만 개, 정보통신업 41만 개 등 순으로 AI 도입에 따른 일자리 감소를 예측했다. 이는 2022년 일자리 통계와 AI 노출 지수로 추정한 결과라고 하며, 전체적으로는 인공지능(AI) 도입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인 일자리가 327만 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전체 일자리 중 13.1%가 AI로 대체될 수 있다는 분석이며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일자리는 전문직이다. 전문직은 소멸 가능성이 높은 일자리 327만 개 중에 193만 개로 59.9%에 달하며, 특히 금융업에서는 일자리 소멸 위험군의 99.1%가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 같은 경영·금융전문가 직종으로 나타났다.
특히 빅테크 기업들의 경우에는 생성형 인공지능(AI)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 위해 기존 인력을 재조정하면서 올해 이미 3만 명 이상의 직원을 대량 해고한 바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올초 테크 업계 사이트 '레이오프(Layoffs.fyi)' 수치를 인용해 마이크로소프트, 스냅, 이베이, 페이팔 등 138개 빅테크 기업이 지난 1월 초부터 3만 4000개의 일자리를 삭감했다고 보도했다. 빅테크 기업들은 AI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회사를 AI 관련 부서 중심으로 재편하고, 또한 AI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서 대신 인력 감축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도 이런 마당에 인간을 뛰어넘는 일반인공지능, 이른바 AGI 시대가 도래하면 일자리를 비롯해 인류에 대한 위협이 얼마나 어떻게 나타날지 상상할 수 있겠는가? 샘 알트먼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본소득 제도를 제안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실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으로 예측된다. 각국 정부의 이해관계와 인간의 욕망, 복잡한 사회적 구조 등을 고려할 때, 기술 발전의 과실을 전 인류에게 공평하게 나누는 것은 이상적 일지는 몰라도 실현 가능성은 낮아 보이는 것이다.
셋째, 인공지능 기술은 각종 사회적 부작용을 양산하고 있다. 가짜뉴스의 확산, 딥페이크 음란물의 유통 등은 그 대표적인 사례이니다. 이런 문제들은 사회적인 혼란을 야기하며, 피해자들에게는 특히 심각한 고통을 안겨준다. 우리나라에서는 얼마 전부터 딥페이크 음란물이 커다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서울대학교 같은 명문대를 포함해 서울의 주요 대학에서조차 이러한 범죄가 발생하고 있으며, 10대~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이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앱을 통해서 스마트 폰을 좀 다루는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딥페이크 영상을 만들 수가 있다고 하니 정말 심각한 일이다. 지인을 통해 들은 바로는 학교에서 껄렁한 남학생들이 여학생들한테 ‘넌 못생겨서 걱정 없겠다’ 며 놀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런 짓은 단순한 장난이 아니라 심각한 범죄로 인식되어야 한다. 각종 뉴스 보도와 경찰 조사도 잇따르고 있지만, 최근에는 한 중학생이 공익 목적으로 딥페이크 범죄 피해 학교 제보 앱을 만들어 배포하기도 했다. 이 지도를 보면 학생들 사진으로 음란물 딥페이크 영상을 만들어 유포한 사건 피해자들이 있는 학교를 표시해 주는데, 이를 보면 전국적으로 이 딥페이크 음란물 유통 범죄가 얼마나 심각하게 퍼져 있는지를 알 수 있다.
※ 범죄 피해 학교 제보 앱 : http://deepfakemap.xyz
※ 공포 확산에 경찰 집중단속 결정 : https://naver.me/F6lbqAXj
인공지능 기술 발전의 미래: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지금은 인공지능 기술이 초기 단계에 있어 부작용이 더 부각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긍정적인 측면이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난 이러한 낙관론에 동의하기 어렵다. 기술의 발전이 가져올 일자리 감소 문제는 인공지능(AI)뿐만 아니라 다른 종류의 기술이 등장했을 때마다 존재했던 문제이니, 너무 인공지능 발전의 폐해로 부각하지 말아 보자. 이 문제는 조정기를 거쳐 결국 해결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가져올 윤리적 문제, 사회적 부작용, 그리고 에너지 소비 문제는 시간이 지나도 해결되기 어려운 본질적인 문제로 남을 것이다.
그렇다면, 인공지능 기술을 계속 발전시켜야 할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 하지만 기술 개발이 일단 시작되면, 경쟁과 이익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 때문에 그 속도를 다시 늦추거나 멈추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기술은 한번 시작되면 발전해 나가기 시작하고, 다른 플레이어들이 앞서 나갈까 봐 그 누구도 먼저 손을 못 놓게 되는 것. 과거 냉전시대의 핵무기 경쟁이 그러했듯이, 인공지능 기술 경쟁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결국 국제적인 논의와 규제, 그리고 기술 발전의 속도를 조절하려는 전 지구적인 합의가 시급하다. 현재 유럽연합과 미국에서 관련 논의와 법안 마련이 진행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을 현명하게 이끌기 위해서는 초국가적인 협력과 합의가 절실히 필요하며, 이러한 협력이 이루어질 때 비로소 인공지능 기술은 인류에게 진정 유익한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자세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은 필연적이며, 이제 와서 이를 거부할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기술을 이용함에 있어 그 이면에 존재하는 위험과 부작용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는 현명한 접근이 필요하다. 기술 발전의 혜택을 누리되, 그로 인한 피해는 최소화되도록 인공지능 기술을 적절히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을 빠르게 모색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 논의와 국제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인공지능 기술이 인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그 사용에 대한 엄격한 윤리적 법적 기준과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
이제는 인공지능 기술에 대해 맹목적으로 낙관하거나 비관하기보다는, 그 가능성과 위험을 균형 있게 고려하여 현명하게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우물쭈물하다 둠스데이를 맞이하기 전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