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의 아이.
뱃속에 있을때 그렇게 불러주었던 기억이 난다.
만삭의 겨울에는 그렇게도 눈이 많이 왔다.
예정일은 1월 초, 나와 같은 1월생이라는 사실에 괜스레 더 기뻐하며
펑펑내리는 창밖의 눈을 보며 그 새하얀 풍경을 말로 보여주었다.
우리 아가 보라고 저렇게도 눈이 많이 내리는가보다, 우리 아가는 눈의 아이구나- 하고.
아가는 맑은 눈을 가지고 태어나주었다.
맑고 커다란 눈망울을 보고 있으니 눈 속으로 빨려들어간다는게 어떤 기분인지를 알게 되었다.
남편은 농담반 진담반으로 우주의 신비가 우리 아가의 눈에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렇게 눈망울 속으로 빨려들어가는걸까.
가만히 안고 토닥이고 있으면 반짝거리며 나를 올려다보는데
그 커다란 눈안에 나의 모습을 보면서 나긋이 태명을 부르며 엄마란다-를 참 오랫동안 읖조렸다.
우리 아가에 눈에 비치는게 오롯이 나임을 보면서 얼마나 환희했던지.
베토벤 합창 교향곡의 환희의 송가가 터져나오듯 귓가에서 맴도는 것 같았다.
그렇게 엄마만을 올려다보던 우리 아가는 어느새 부쩍 자라서
생의 첫 여름을 맞이하고 있고 계절의 변화와 함께 그 커다란 눈이 바라보는 곳도 변화가 생겼다.
시선을 쫒아보니 자기가 올려다보는 세상이 아닌 바라보는 세상을 지향하는 것이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창밖을 보여주는데
부지런히 움직이는 고가도로의 자동차를 참 하염없이 바라본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하는지 물어보았지만
대답없이 그 모든 풍경을 눈에 담아 넣으려는 듯 조용하지만 신중히 창밖을 본다.
가끔은 눈썹을 찌푸리며 진지하게 고민도 하는데 그 표정이 참 신선하면서도 귀엽다.
점점 더 세상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을 표출하겠지.
어느 순간 바라보면 커다란 성장을 하고 있는 우리들의 사랑스런 소우주는
오늘도 변함없이 무한한 반짝임을 뿜어대며 더욱 광활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