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돌아 가을이 찾아왔다. 제법 스산한 녀석으로.
아가가 탈 날까봐 날이 더우면 냉방땜에 새벽잠을 설치고, 날이 추우면 난방땜에 새벽잠을 설치니
나는 엄마라는 존재의 무거움을 눈꺼풀로 느끼는 것 같다.
아가라고는 해도 어느새인가 두 다리로 걸어다니고 두 팔로 무언인가를 찾고,
예쁜입으로 낭랑하게 "엄마"를 외치며 자신의 존재감을
더욱 확고히 다져가고 있는 아이를 보면 참 신기하다.
요즘엔 "엄마"라는 말보다 "내가"라는 말로 강력히 주장하면서 독립운동을 하고있다.
작은사람.
친정엄마는 눈에 넣어도 안아프다는 예쁜 손녀딸을 작은 사람이라고 부르신다.
이렇게 조그마한데 코딱지도 있고, 손톱밑에 때도 끼고, 심지어 발꼬락에서
꼬리꼬리 냄새도 난다며 귀여워하신다.
살그머니 자고있는 아이의 발가락에 코를 대어본다.
자기전에 씻어서 그런지 오늘은 꼬리한 냄새가 나진 않지만 확실히 뭔가 발에서 나는 냄새가 생겼다.
아이가 점점 한 개인으로 성장해 가는건 감사하고 또 감사한 일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엄마인 나에게 의존하고 매달리는 부분이 줄어드는 건 서운한 일이다.
임경선 작가는 저서 '엄마와 연애할 때'에서 기저귀를 갈아 줄때의 느낌을 사랑한다 언급했는데
확실히 그 느낌은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내 새끼는 응아도 예쁘고 귀엽다는 말을 내가 하게 될 줄이야!
심지어 그 냄새를 하루에 한번 꼭 맡아야 심신의 안정이 올 정도이다.
그러고 보면 잘먹고 잘싸고 잘자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얼마나 큰 효도를 하고 있는가.
나의 행복인 내 아가.
너의 행복은 무엇일까? 어떤 행복을 찾아나서게 될까?
엄마는 점점 겁쟁이가 되어가는데 우리 공주님은 점점 더 용감해지고 놀라워지는구나.
놀이터에 있는 돌맹이 친구들에게 인사하는 순수한 우리 아가,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걸 흉내내며 나무가 춤춘다고 좋아하는 우리 아가,
뽀르르 돌아댕기다 응아한다고 후다닥 방으로 뛰어가며 저리가라고 하는 자존심 강한 우리 아가.
그러면서도 엄마가 응아할땐 귀신같이 알고 달려와 도와준다며
내 배를 고 작은 고사리손으로 열심히 눌러주며 엄마, 힘내! 소리치는 사려깊은 우리 아가.
하나부터 열까지 아무리 사소한 행동이라도 요 작고 작은 녀석이 하면 경이롭다.
그러고보면 당연한 행동이란 없는 거다.
시작은 모두가 경이로웠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