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철학을 삶으로 옮기다
"세상에 정답이 되는 운동은 없다.
좋은 운동과 나쁜 운동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건, 그 운동이 누구에게 어떻게 적용되는가이다."
앞선 글에서 나는 ‘운동에는 정답이 없다’는 철학을 이야기했다. 이 깨달음은 내 트레이너로서의 철학에 깊이를 더해주었다. 그런데 그 철학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다.
오히려 수많은 실수와 흔들림, 그리고 회원들과의 현장에서 얻은 통찰 속에서 천천히 만들어졌다.
지금부터는, 내가 어떻게 그 철학을 갖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그룹 트레이닝 코치로 일할 때였다.
많은 초보 회원님들이 감사하게도 나를 좋아해 주셨는데,
그 이유를 이제야 명확히 알 것 같다.
나는 회원들이 동작을 제대로 하지 못할 때
답답해하거나 다그치지 않았다.
대신 그 사람이 ‘왜 안 되는지’, ‘어떤 훈련이 필요한지’를
고민하고 관찰하려 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가끔 답답함을 느낀 적도 있다.
하지만 그 답답함의 원인은 회원이 아니라 나에게 있었다.
내가 그분들의 움직임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는 이제 잘 알고 있다.
트레이너가 회원의 운동 수행능력에 대해 답답함을 느낀다면, 그건 그 회원의 움직임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많은 코치들이 같은 동작을 반복해서 지적한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는 될 수도 있지만,
회원이 동작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다면 소용이 없다.
오히려 회원이 잘못된 움직임 패턴을 깨닫고
바른 움직임을 인지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다.
모든 사람에게 통하는 큐잉은 없으며,
결국 ‘인지’ 하지 못하면 변화도 없다.
그래서 사람에게 맞는 적절한 큐잉이 필요하며,
굳거나 단축된 근육을 제대로 풀고,
약한 근육을 제대로 강화시켜 주는 방식이 필요하다.
과거 초보였던 당시, 나의 이런 훈련 방식을
지켜본 상사로부터 이런 피드백이 돌아왔다.
"프로그램이 좀 루즈해."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내 트레이닝 방식 자체가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자신감을 잃고 한참 동안 방황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문제는 내 방식이 아니라 관찰이었다.
나는 그저 아는 것이 많아 보였을 뿐,
정작 그것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왜 아픈지를 '제대로'관찰했더라면
묻지 않아도 답을 찾을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초보였기에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하면서도,
돌이켜보면 씁쓸한 마음이 든다.
통증은 현상일 뿐이다.
진정한 해결책은 움직임 속에서 근본 원인을 찾고
근육의 불균형을 바로잡는 것이다.
운동 전문가가 치료 전문가일 순 없다.
노화, 임신, 관절염 같은 구조적 문제를 직접 치료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운동 전문가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명확하다.
부상과 통증을 피하기 위해 습관이 된 잘못된 움직임 패턴을 찾아 2차, 3차 부상을 예방하고 건강한 움직임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어쩔 수 없는 몸의 한계를 안고서도
통증 없이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트레이너의 진짜 역할이다.
트레이너로서 내 사명은 이것이다.
"동작이 나오지 않는 초보자들에게,
몸이 약해 자신감이 없는 사람들에게
운동의 허들을 낮추어 어떤 운동이든 즐길 수 있게 하는 것."
지금 나는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호주에서 치료 마사지를 기회 되면 배우고 싶다.
꼭 트레이너라는 직업을 이어가지 않아도 괜찮다.
이 모든 과정이 결국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움직이는 삶을
돕는 여정의 일부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 여정의 원리는 모든 삶에 똑같이 적용된다.
진정한 해결책을 찾으려면 몸도 내면도
깊이 관찰하는 일이 우선되어야 한다.
과거의 환경이나 상처, 트라우마도 마찬가지다.
제대로 관찰하고 받아들인다면,
충분히 그것들을 안고도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
초보 트레이너 시절 나의 부족했던 점,
성장 과정에서 배운 가장 중요한 교훈을 정리하면 단순하다.
"관찰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이제 나는 이 말을 잊지 않고
계속해서 내 트레이닝에 적용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트레이너로서 내가 걸어야 할 진짜 여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