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이루는 조각들
나는 줄곧 갈등을 피해왔다. 갈등이란 건 그저 피해야 할, 불편하고 부정적인 것으로만 여겨졌기 때문이다.
성격이 다른 언니와도, 친구와도, 연인과도 갈등이 생기면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몰랐다. 상대가 나로 인해 화가 났다면, 그저 상대의 감정을 가라앉히려는 말들만 건넸다. 하지만 그런 말들은 오히려 상대의 마음을 더 답답하게 만들 뿐이었다.
왜냐하면 나는,
상대의 감정을 진심으로 존중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의 설명은 곧,
'당신의 감정은 틀렸다'라고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결국,
그저 사과만 하기 일쑤였다.
그것도 진심에서 우러난 사과라기보다는
상황을 얼버무리기 위한 사과였다.
너무 미안해서 더는 말할 여유도 없었고,
결국 내 입장은 사라진 사과였다.
그때의 나는 몰랐다.
상대방이 왜 화가 났는지,
그 마음을 먼저 들어야 한다는 것을.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솔직하게 인정하고,
오해한 부분이 있다면 조심스럽게 설명해야 한다는 것을.
하지만 나는 그 어떤 것도 잘하지 못했다.
자존심이 셌고,
설명도 서툴렀으며,
내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법도 몰랐다.
결국 나를 알고 싶어 했던 사람에게조차
답답함과 오해만 안긴 셈이었다.
그 이후로 나는 나와 성격이 비슷한 사람들만 만나려고 했다.
갈등이 없으니 편하긴 했지만,
세상은 사실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어떤 사람을 만나든,
갈등은 피할 수 없는 삶의 일부였기 때문이다.
그러다 어느 날,
갈등을 대하는 '내 마음'이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내면에 솔직해지기 시작하자,
비로소 잘못과 오해를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나는 상대의 시선으로만 나를 판단해서 입을 다물었거나
나의 억울함만을 호소했던 건 아닐까.
나의 감정을 존중하듯,
상대의 화난 감정도 존중해야 한다는 것.
그렇게 바라보니,
갈등은 더 이상 나쁜 것이 아니었다.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내가 놓친 내 행동을 돌아보고,
상대가 어떤 것을 힘들어하는지 알게 되는 기회.
그리고,
내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용기를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 뒤로,
관계에서 갈등은 더 이상 감정 소모가 되지 않았다.
나는 나를 더 잘 알게 되었고,
상대의 마음에도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물론,
지금도 성향이 비슷한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이 편하긴 하다.
하지만,
갈등이 무섭지 않기에,
어떤 사람을 만나든, 어떤 관계를 맺든
나는 그 안에서 나를 잃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