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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옥림 Nov 06. 2021

코로나 홀리데이 12

흑임자 인절미의 오묘한 맛


 삐 - 삐 -


 전자레인지가 따뜻해진 음식을 얼른 꺼내라고 울었다. 맘대로 자리를 비우지 못해서 보건실이 괴롭다고 투정을 부렸다. 단점이 있으면 장점도 있는 법. 그래도 보건실은 전자레인지, 냉장고, 스피커 등을 혼자 자유롭게 쓸 수 있다. 그게 장점이자 크나큰 매력이다.


 학교에 와서 사부작 일을 했더니 어느새 오후 1시가 됐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배고픈 걸 못 참는 나는 냉장고를 뒤져댔다. 언젠가 받았던 흑임자 인절미가 냉동실 구석에 있었다. 흑임자 인절미라니! 이걸 태어나서 처음으로 먹었던 날, 갖가지 맛이 나서 친구들과 함께 감탄했었다. 부드럽게 혀에 감기면서 쫄깃했고 달콤하다가 짠맛이 나기도 했다. 그 맛이 좋아서 이 떡이 손에 쥐어지게 되면 못 참고 다 먹어버리곤 했었다.


 한데 독하게 다이어트를 마음먹은 와중에 받은 떡이라 꾹 참고 혹시 모를 비상사태를 대비해 냉동실에 넣어 뒀었다. 독하게 다이어트를 했던 나 자신에게 치얼스.


 자연해동시킬 여유가 없었다. 정말 배고팠다. 접시에 꽝꽝 언 떡을 올려놓고 랩을 씌웠다. 몇 분 돌려야지? 에라, 모르겠다. 냉동 밥 돌릴 때처럼 2분 30초!


 "으악, 뭐야! 떡이 돼버렸네!"


 떡이 옆으로 축 퍼져 힘없이 접시에 들러붙어 있었다. 이미 떡인데 더 떡이 돼버렸다. 에잇. 어쩌겠는가. 배고파 죽겠는데. 먹을 건 이것밖에 없었다. 뭘 시켜 먹기에는 일이 금방 끝날 것 같았다. 간단하게 요기를 하는 수밖에 없었다.


 포크로 찍어내면 떡이 쭉쭉 늘어났다. 그 떡을 돌돌 말아가며 입에 넣고는 해 놓은 서류 작업들을 눈으로 훑어봤다. 실수는 없겠지?


 교육청 보고 내용만 정리해서 메일로 보내면 끝이었다. 어쨌든 카페에서 글을 쓰려고 했던 오늘 하루 계획은 무너졌다. 집에 가서 조금 더 알차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법을 궁리하며 나머지 일을 해나갔다.


 짜증이 나는데 운동을 하러 갈까? 아님 좋아하는 음식을 잔뜩 시키고 폭식을 해버릴까?


 일을 마무리하고는 급히 학교를 나섰다. 얼른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교문을 벗어나는데 번뜩 생각났다. 아! 이놈의 USB를 또 보건실에 두고 왔다. 멈춰 섰다. 돌아가서 가져올까? 아무래도 챙겨가는 게 낫겠지? 재빨리 머리를 돌렸다.


 더 이상 서류 작업할 게 있을까? 오늘 검사 보낸 학생, 교사들이 전부 음성 나온다면 그대로 업무는 종료가 될 게 뻔했다. 한 명이라도 양성이 나온다면? 그대로 모든 교직원과 학생들을 검사 보내야 하고 전체 명단을 보건소로 보내야 된다. 그 정도라면 어차피 집에서 업무를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USB를 집에 들고 간다고 해도 학교로 나와서 일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에잇, 그렇다면 USB 과감하게 두고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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